[Opinion] 아직, 그리고 앞으로 잊지 않겠어요 [기타]

글 입력 2018.04.1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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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이상한 한 주였다. 진정한 봄이 찾아온 화창한 날씨에도 잠깐 들떴을 뿐 묘하게 기분이 가라앉는 날들이었다. 길가에 핀 벚꽃을, 학교 곳곳에 핀 노란색 개나리를 보아도 뭔가 마음속 깊숙한 곳에 가시 같은 것이 걸린 기분이었다. 원인 모를 우울함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다 문득 알아챘다. 아, 벌써 그때가 돌아왔구나. 따뜻한 봄날이 유난히도 춥게 느껴졌던, 발랄한 개나리의 노란색이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 날. 곧, 4월 16일이 돌아온다.



그날에 대한 회고

2014년 4월 16일,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친구들과 학교로 향했다. 여느 때와 같이 수업을 들었고 나긋한 선생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깐 졸기도 한 그런 날이었다. 기숙사에 살다 보니 바깥소식을 잘 듣지 못했던 우리는 너네와 동갑인 친구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 배가 침몰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히 전원 구출되었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선생님들을 통해 들었다. 한참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며 자기소개서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기에, 그 친구들은 위기와 역경 극복 사례로 쓸 내용이 많겠다며 선생님과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전원 구조라는 뉴스가 오보였다는 것을 알고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에 학교 친구들과 눈물로 밤을 지새우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이후,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어떤 사람들은 한순간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춥디추운 항구에서 그들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온 국민은 그들을 함께 추모하였다.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여러 공간은 노란 리본이 물결을 이루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평범한 사람부터 유명한 아티스트까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4월 16일의 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하였다.



노란 리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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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본은 본디 전쟁에 나간 사람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시작된 상징이었다. 과거, 전쟁이 많이 일어났던 시절,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전쟁에 나가면 노란 리본을 달아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을 기원했던 것이었다. 찾아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스페인, 캐나다 등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의미로 노란 리본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월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기 위한 행동들이 전 국민 사이에서 일어났었다. 사람들은 '노란 리본'을 달거나 노란 리본과 함께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글이 적힌 사진을 SNS 프로필로 설정하기도 하였다. 비록, 세월호에 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했지만 이후에도 노란 리본은 4월 16일의 비극을 "잊지 않겠다"라는 새로운 의미를 담고 계속해서 이용되었다.



잊혀짐에 대하여

어느덧 참사가 일어난 지 4주기가 되었다. 이상하게 날씨가 화창해도 기분이 우울했던 건 단순히 4월 16일이 다가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4월 16일을 맞이하는 우리의 태도가 이전과는 조금 다름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4월 16일이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이 프로필을 노란 리본으로 설정해 두었다. 학교에서도, 광화문에서도 그날을 잊지 않고 추모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번엔 좀 달랐다. 항상 이 맘때면 노란색으로 물들었던 사람들의 SNS 프로필에서 올해는 리본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원인 모를 우울함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더라면 생각 없이 넘어갈 뻔하였을 정도로 필자의 주변은 상당히 조용했다. 물론, 개인적 경험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그날의 일이 사람들에게 점차 잊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혹자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세월호라는 주제의 이야기가 지겹다고,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며 과거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행위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말 우리는 그날을, 그 사람들을 잊어야 할까? 이에 대해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그들을 잊을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만일, 그때의 그 사람들이 노란 리본의 의미대로 무사 귀환했더라면 그들은 우리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아침밥 먹으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투정을 부리고, 중간고사 준비로 밤을 지새우고, 벚꽃 구경을 가기도 하며, 친구들과 인생 얘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이렇게 무고하게 떠나간 사람들을 추모하느냐 잊느냐를 논하고, 그들을 추모하는 것이 지겹다고 평가할 자격이 우리에게는 없다고 생각한다.



잊지 않기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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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여전히 4월 16일을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노력이 존재한다. 4월 12일, 세월호 침몰 4주기를 맞아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가 개봉하였다. <그날, 바다>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분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비는 시민의 기부로 이루어졌고 영화배우 정우성 씨가 출연료를 받지 않고 내레이션에 참여해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다큐멘터리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그날, 바다>는 쟁쟁한 영화들을 제치고 예매 순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3년 6개월이란 기간 동안 침몰의 원인을 집요하게 쫓으며 영화를 완성해낸 감독도, 그리고 그것을 관람하는 사람들도 그날을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그리고 앞으로 잊지 않겠어요

영화 <그날, 바다>를 소개하긴 했지만 그 외에도 그날을 기억하기 위한 수많은 크고 작은 움직임이 존재할 것이다. 세월호와 관련된 영화나 음악을 만드는 것부터 SNS 프로필을 노란 리본으로 바꾸는 것, 노란 개나리를 보며 유난히 흐렸던 2014년 4월 16일에 대해 떠올리는 것까지 그 움직임들은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움직임의 크기와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들을 여전히 기억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그리고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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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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