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울에 관하여, 『아무것도 할 수 있는』 [도서]

글 입력 2018.04.14 19:1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5111.jpg
 

우울에 관한 이야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이라는 제목에서 모순이 느껴진다. 부정적 의미의 ‘아무것도’ 와 긍정적 의미인 ‘할 수 있는’ 이 섞여 마냥 희망찬 것도 아니고, 한없이 좌절하는 의미도 아니게 되었다. 우울이라는 게 이런 느낌일까? 이 세상에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절망적이지만, 가슴 구석에서는 할 수 있다며 희망을 품고 있는 그런 상태.

나는 우울증에 대해서 잘 모른다. 삶의 이유가 없는, 슬픔보다 더 깊은 상태라고만 알고 있을 뿐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울증에 대해서, 그리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느꼈던 무력감과는 다른 차원의 우울증에 대하여.

*

첫 번째 테마는 우울을 계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증이 물들어 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떤 이는 불행한 가족생활에서부터 우울이 시작되었고, 어떤 이는 여러 가지 일이 겹치고 시간이 지나면서 우울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우울증에 걸렸을 때 어떤 상태, 마음이었는지, 어떻게 치료를 했는지, 어떤 것을 통해서 우울증을 견뎌냈었는지. 나 같이 우울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충격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사람들의 태도(반응)에 대한 것이었다. 우울증을 고백했을 때,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어?' 라는 소리. 내가 만약 우울증을 앓았을 때, 그 소리를 들었다면 그 사람과는 다시는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건 위로, 공감을 말인데 그마저도 이해해주지 않는 모습에 상처받을 것이다. 우울증을 쉽게 바라보는 태도로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내가 고3, 수능을 앞두었을 때, 격려하는 인터넷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댓글을 수험생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는가 싶었는데, 한 댓글에서는 감동이 뚝 떨어질 말을 써놓았다. '사회나가면 수능보다 더 힘든 일도 많다.'는 내용의 댓글이었다. 그 댓글을 보는 순간 별로 힘들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내가 징징거리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그들 나름의 배려였던 걸까?  그 댓글을 읽고 나서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힘듬을 말하지 않았다. 내가 징징거리는 걸로 알까봐.


141.jpg
 

주변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우울증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모르는 것은 아니였을까?

얼마전 친구의 말을 듣었다.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연락을 못했는데, 그 동안 힘든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리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나와 친구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친구에게 너무 미안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말을 해야 우울증이 있는 친구, 가족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어쩌면 사소한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점이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어쩌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


꾸미기_20180414_190654.jpg
 

우울증에 관심도 없었던 내가 조금은 민감해질 수 있었던 책이었다.




KakaoTalk_20180319_153720393.jpg

 
[오지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