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굴로의 회귀 < 처의 감각 >

글 입력 2018.04.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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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숲에 버려진 한 남자가 동굴에 혼자 살고 있는 한 여자에 의해 목숨을 건진다. 그녀는 숲에서 길을 잃은 뒤 한때 곰과 살았고 그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낳았으나, 사냥꾼에게 발견되어 아기는 죽고 곰 남편과도 이별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룻밤의 동침으로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된 여자는 그를 따라 도시로 떠나고, 그들은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생활을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아내와 자식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에 점점 지쳐가고, 여자는 인간들의 잔인한 본성에 환멸을 느끼며 점점 집안으로만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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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세계에 살다 사냥꾼에게 아이를 잃은 여자는 숲에서 만난 남성과 아이를 가져 곰과 함께 살던 자연이 아닌 인간들의 세상으로 넘어온다. 인간 세상에 오기 전 남자에게 곰 남편과의 추억을 말할 때 아내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자신이 아이를 낳을 때 옆에서 계속 핥아 주었던 기억, 대신 먹이를 구하러 다녔던 기억 등 자신이 인간 세상에 살았던 사람이었던 것을 잊기라도 한 듯 보였다.

하지만 남자와 만나 결혼한 뒤 곰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삶이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를 따라 인간 세계로 온 여자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사람의 처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끼게 된다. 서비스직 기사로 일하게 된 남자는 책임감과 부담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남자를 도우려 간병 일을 시작하려던 여자는 노인에게 성추행을 당하게 되고 더욱 집 안으로 회피하려 든다. 지친 남자는 여자에게 외친다. 마치 집에 오면 당신을 처음 만났던 동굴에 들어오는 것 같다며 고통스레 소리친다.

어쩌면 여자는 처음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행복했던 동굴을 추억하며 인간 세상에 떨어지게 된 자신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보호막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남자는 견디지 못하고 옛 연인과 그 사람의 자유를 갈망한다.

결국 인간 세상을 견디지 못한 여자는 다시 곰의 세계로 떠나고자 한다. 하지만 그를 위해 자신의 아이는 걸림돌일 뿐이었다. 인간 세계로 오기 전 사냥꾼에게 곰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잃은 것처럼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도 죽여야만 했다. 그래야 완벽히 곰의 세계로 갔었던 온전한 그때의 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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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의 감각. 여자는 곰이나 사람의 처로서 느껴지는 감각을 느끼고 살며 고민하고 아파하고 도망친다. 남편과 아이에 속박된다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약자로도 만든다. 여자는 약자에서부터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어쩌면 그것은 살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을지 모른다.

극은 ‘처’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약자들이 겪는 면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물들의 선택과 그로 인한 결과들을 보여 준다. 약자들이 겪는 감각을 <처의 감각>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경험을 선사한다. <처의 감각>은 매우 강렬하고 우리에게 새로운 충격을 선사하는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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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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