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존맛 맥주를 찾아서, 오늘은 수제맥주

글 입력 2018.04.1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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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존맛 맥주를 찾아서
오늘은 수제맥주


오늘은 편안하게 글을 써보려 합니다. 메인사진부터 타자를 치는 손끝의 힘을 쫙 빼놓는데, '필자'가 무슨 소용입니까? 맥주에는 피자지, 필자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독자는 이 기대평을 영화볼때 집어먹는 치즈팝콘처럼 여기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근데 치즈팝콘 그거, 의식하고 먹으면 엄청 느끼한거 아시죠. 마찬가지로 이런 말투에 괜한 간지러움과 느끼함을 느끼셨다면, 글을 쓰는 저에게 관심과 애정이 담긴 메일을 보내는 대신 얼른 나가 맥주를 사러가시길 권합니다. 요즘엔 봄이라서 밤도 그렇게 춥지 않더라구요. 저도 지금 막 수제맥주는 아니어도 캔맥주 하나를 막 땄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글이 끝나면 딱 한캔 비울 것 같습니다. 이 글이 맛은 없어도 정신 놓고 먹으면 계속 들어가는 안주가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합니다.

지금이야 친구들과 만났을 때는 음료수나 물보다 맥주를 들이키는 저입니다만, 저한테도 '맥주 혐오자'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맥주 귀한지 모르고 선배가 사준다는 맥주도 거절하던 시절이었죠. 당시 저는 취하지도 않고, 콜라랑 비교하면 맛도 없어서 이 게갓은거 왜먹나 싶었습니다. 그때의 저한테 술이란 그 어떤 것보다 가장 빠르게 개가 되는 효율적인 도구였습니다. 사람이 이성을 잃으려면 정말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한데(?), 술은 순식간에 기분좋게 이성을 잃게 해줬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성 잃기를 즐겼을 뿐이지, 술을 즐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맥주도 안마셨습니다. 마셔도 배만 부른거 마셔서 뭐합니까? 제가 그때까지 온몸의 세포로 느꼈던 한쿡의 알코올 문화에는 극단적인 광기가 필수였습니다. 독자는 '불금'이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무한 경쟁사회의 노른자 서울에서는 노는 것도 '불타야'합니다. 그날 밤 모든걸 쏟아붓고 죽어야 '잘 노는 것'이었습니다. 엥, 글쓴이만 그러는거 아니냐구요? 가까운 대학가만 방문해봐도, 우리나라에서 안그런 사람 찾는게 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데 오백원을 겁니다. 정말로 대학가의 화려한 불빛이 무섭다고 느껴진 적이 없으십니까? 맥주는 그런 세상에 반하는 이단아라구요.

딴소리와 변명은 여기까지하고, 하여튼 그렇게 소주가 들어가지 않은 맥주를 마시지 않은지 2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저는 당시 풀타임 알바를 통해 모은 돈으로 유럽여행을 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여행지인 스페인에서 유명하다는 맥주를 마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도 그런거 왜마시냐며 뻐팅기면서 친구들이 마실때 시키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수제 맥주를 직접 만드는 것을 봤지만, 그때 제게는 샹그리아가 더 도수도 높고 맛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가 적선하듯이 한모금 마셨는데, 세상에, 충격적인 맛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기껏해봐야 동네 치킨집 생맥주를 마시본 경험이 다였는데, 정말 그때 먹은 맥주는 제가 알고 있는 맛이 아니었습니다. 맛을 표현하고 싶은데, 너무 오래된 기억에 좋은 술을 처음 먹어본 충격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하여튼 그때 처음 술에도 '품격'이란게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 전까지 저는 단술(단거들어간거)/쓴술(취하는거)의 두가지 분류에 술을 쑤셔박았었는데, 그것이 정말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 정말 맛있었는데 갑자기 말바꾸면 엄청 팔랑귀같이 보일 것 같아서 끝까지 시키지 않았습니다. 타파스가 참 맛있더군요. 맥주랑 같이 먹었으면 완벽할 그런 타파스였죠. 과거의 저를 만날 수 있다면 당시의 제 머리를 적어도 9대는 쥐어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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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맥주에 대한 계몽이 이루어진 그날 이후, 저는 수제맥주를 찾아 마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맥주에 대해 알게 되고, 학교 앞에서 독일 맥주 맛집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장담하건대, 제가 그 집에 간 횟수가 저희 학교 봉구스 밥버거 간 횟수보다 많을겁니다. 그정도로 자주 갔던 곳이었습니다. 가격이 비교적 높았는데, 그래도 좋을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안주도 안주지만, 알싸한 맛의 술이 입안을 씻기듯이 채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좋은 수제 맥주를 마실 떄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씻기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못들걸 들었을 때는 귀를 씻고, 거친 세상에서 못할말 하고 살았을 때는 입을 씻어야죠. 가까운 사람 데리고 가서 맥주를 한잔 하는 느낌은 그렇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날 이후로는 술을 '개가 되는 가장 빠른길'로 생각하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친구들하고 소탈하게 입을 씻을 필요가 있을 때, 맥주만한게 없더군요. 아, 캔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또 갑자기 맥주가 마시고 싶어지는군요. 지금 쥐고 있는 캔맥주도 이제 한 다섯모금 남았습니다.

막 수제맥주에 눈을 뜬 사람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발간된 책이 있으니, 바로 <오늘은 수제맥주>입니다. 처음 아트인사이트에 들어왔을 때 가장 많이 읽은 칼럼 중 하나였습니다. 가난한 학생신분에 묶여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맥주를 (아마) 실제보다 더 아름답고 맛있게 찍은 사진과, 특이한 그림체의 그림이 눈을 즐겁게 할뿐더러, 맥주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맛평가가 좋았습니다. 애독자로서 환영할 일이고, 맥알못에게는 귀가 쫑긋할 일입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진짜 괜찮은' 맥주가 마시고 싶어집니다.

맥주란 것이 늘 그런법이죠. 늘 뜬금없이 마시고 싶고, 뜬금없이 마시면 좋고 즐겁습니다. 저한테 맥주는 술이랑 다르게 적절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입을 씻게 만드는 특별한 음료입니다. 저보다 더 맥알못인 사람에게도 맥주추천 코너가 있으니 이번 기회를 통해 술을 즐겨볼 기회입니다. 맥주를 마시면서 조금 재수없지만 멋있게 보일만한 지식도 많이 있고, 술을 맛을 의식적으로 분석할만한 재료가 가득합니다.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요? 책을 들고 '불금'이 아닌 '즐거움'을위해 여행을 떠날 기회입니다. 아참, 부록으로 맥주집 티켓도 있다고합니다. 책을 읽고 난후, 저도 꼭 개가 아닌 사람으로 즐기고 온 맥주 여행기를 공유하겠습니다. ^^


출판사   디스커버리미디어
지은이   글과 사진 오윤희, 그림 원관연
분  야    요리/술  
사  양   변형 신국판(143*195), 전면 컬러
면  수   320쪽
가  격   16,000원   
출간일  2018년 4월 10일
ISBN   979-11-88829-01-9 03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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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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