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이 선택한 곰의 삶, '처의 감각' [공연]

글 입력 2018.04.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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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칠고 야생적인, 강렬한 배우의 몸짓으로 극이 시작된다. 한 마리 곰을 보는 것 같은 몸짓에 ‘정글북’이 떠오르기도 한다. 여자는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곰과 함께 살아가면서 곰의 성향을 흡수하고 그의 아이를 낳아 길렀다. 그러다 자신이 곰이 된 이유였던 남편이 떠나고, 인간을 만나 다시 점점 인간화 되어간다.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잃어야 했고 넌 인간이라고 외치는 엄마의 말을 부정하며 괴로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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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성은 본래부터 있던 고유한 특성을 의미한다. 여자는 인간의 몸을 가졌지만 오랜 시간 가장 의지했던 존재가 곰이고 동굴 속에서 살아남은 방식 또한 곰의 것이었기에 곰으로써 지내올 수 밖에 없었다. 완전히 자기의 의지였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원인들로 한사람의 고유성이 몇 차례 변화하고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살아가면서 이처럼 외부의 영향으로 고유성이 갉아 먹히는 경험은 드물지 않다.

 또한 그런 상황 속에서 대부분은 철저히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누군가의 처, 아내가 되고 아이를 양육하는 일도 그렇다. 함께 사는 사람에 의해 변해가는 것은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나를 잃어가는 과정이 되어 결국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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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이었던 여자와 결혼한 남자는 여자의 상황은 알지도 못한 채 끊임없이 자신이 겪는 부당함과 고충을 외치다가 결국 과거의 애인에게 가 버린다. 자신의 약자성만을 내세우면서 정작 상대방을 살피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볼 수 없다. 홀로 남겨진 여자는 계속 인간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시 곰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고, 곰 남편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단군 신화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던 곰이 인간 웅녀가 되어 환웅과 혼인하고 단군을 낳는 이야기다. 하지만 단군신화의 ‘웅녀’와 처의 감각의 곰 여인은 다르다. 인간의 삶에 발을 디딘 후 진짜 자신의 감각을 깨닫고 다시 곰으로 회귀하는 여자의 모습에서 강자에게 시달리고 돌아와 같은 약자를 나무라는 인간으로 살기보다 사납고 포악하게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 보이는 ‘곰’이 더 강한 존재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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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이냐 인간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정의 내린 본인의 정체성과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그녀가 이러한 곰의 삶을 선택한 데에는 인간에게 받은 상처에 지쳐 자신이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일말의 의지를 보여주는듯 했다. ‘단군신화’의 단군이 아닌 웅녀에 초점을 당긴 점이 인상적이고 볼거리가 많은데 비해 이해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던 극이기도 했지만 많은 상상과 고민을 던져주는 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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