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바라는 것은 행복이지 욕망이 아니다 - 연극 '파우스트'

창작예술집단 보광극장 2018년 정기공연 '파우스트'
글 입력 2018.04.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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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오늘보다 더 나을 내일을 위해 살아간다. 가슴 속에 뚜렷한 목표와 소소한 일상들이 모이고 모여 조금씩 변화하고 나아가는 인간을 만든다. 하지만 본말전도라는 말이 있듯이 때때로 목적이 본래의 의도를 앞질러 가는 경우가 있다. 해야 하는 일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한 수단이 되는 경우 인간은 너무나도 쉽게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본디 순수한 마음이 지나친 서두름과 자만으로 인하여 의도치 않은 불순한 마음이 자라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은 종종 욕망과 욕심으로 치환되며 자의 반 또는 타의 반으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다. 그리고 종래에는 파멸에 이르는 길로 어리석은 인간들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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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파우스트' 실황 이미지
ⓒ창작예술집단 보광극장


연극 ‘파우스트’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덧없는 욕망에 빠지거나,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이들을 향한다. 파우스트 박사의 무모한 실험과 도전이 결국엔 파멸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관객들은 ‘설마’ 또는 ‘혹시’라는 물음과 되 뇌임을 통해서 욕망에 사로잡힌 오늘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이때 반성은 시대의 흐름에 대한 반성이자 동시에 자신에 대한 돌이킴으로 다가온다.

작품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시작된다. 작디작은 공간임에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파우스트 박사의 실험실에서는 오래전부터 해오던 실험이 한창이다. 임상실험을 하는 두 마리의 쥐로부터 그는 욕망이 동물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면서 인간의 영원한 행복의 가능성을 가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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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펠레스와 갈등하는 관리자들
ⓒ창작예술집단 보광극장


그러던 어느 날, 한국소비자연구센터의 후원으로 실험을 진행해오던 박사는 센터로부터 이른 시일 내에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성공하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 3일 이내에 실험에 성공하지 못할 시 센터의 후원이 중단된다는 통보를 받는 파우스트 박사다. 후원을 위하여 평소 ‘모든 인간은 욕망을 충족시켜야 행복해진다’라는 생각을 갖고 실험을 계속해오던 파우스트 박사는 다가오는 기한으로 인해 생체실험을 행하게 된다.

비윤리적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나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박사는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과 도덕적 갈등을 겪는다. 게다가 격으로 진행되던 실험은 순식간에 실패로 돌아가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관리소장까지 찾아와 실험에 대한 압박을 한다. 실험의 실패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파우스트 박사는 모든 것을 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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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야 채움에 이를 수 있음을 알리는 '파우스트'
ⓒ창작예술집단 보광극장


극 중 등장하는 ‘스님’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함축한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겁게 느껴지는 작품의 이름과 달리 ‘파우스트’는 현대 사회를 대변하는 장면과 여러 가지 표현 방식을 통해서 웃음과 유머를 이끌어낸다. B급 유머를 표방함으로서 우리 현실의 해학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스님’ 또한 파우스트 박사의 실험이 극에 다다르는 순간 등장해서 온갖 욕망으로 가득한 실험실에 고요를 가져온다.

관객의 시선에서는 어떻게 봐야할지 모를 만큼 우습고 애매한 상황으로 다가오지만, ‘파우스트’의 핵심 메시지는 이러한 아이러니로부터 비롯된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인물들 사이에서 정적인 인물 ‘스님’을 통해서 모든 것을 비워야만 채움에 이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파우스트’다.



 

보배가 모여 하나의 큰 빛을 밝히다
보광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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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예술집단 보광극장은 빛난다. 이름에서부터 빛을 머금은 까닭도 있지만, ‘파우스트’를 통해서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걸음을 내딛고 있는 단체인지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마련된 소품이 없었고, 작은 소극장 안에서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열정 또한 뜨겁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 펼쳐나가는 ‘파우스트’만이 보광극장의 모든 것을 입증하고 있음을 알리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신생 집단의 패기와 열기를 만날 수 있었다.

현재 보광극장은 존재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서 이들은 집단 특유의 색을 담고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고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결합하여 연극 ‘파우스트’를 탄생시킨 것은 보광극장의 특색을 확실히 하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이질적인 두 요소로부터 집단의 존재를 확고히 하는 이들의 도전은 머지않아 이들이 걸을 완벽한 꽃길을 미리 암시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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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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