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꿈꾸는 특권 : 도서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꿈을 갖고 싶은 이의 치졸한 고민 : 뤼켄피구르를 찾아서
글 입력 2018.04.1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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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가 무엇일까? 남이 책을 읽고 싶게끔 만들어야 할까? 줄거리를 추려내야 할까? 소개 글을 작성해야 할까? 참된 리뷰는 re-view에 맞게 다시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책이 아픔을 말해도 나는 그 안에서 행복을 읽었을 수 있고, 책이 a를 말해도 내 눈에는 z만 보일 수 있다. 내가 본 것을 다시 머금는 행위를 ‘리뷰’라 칭할 수 있는 것이라면, 솔직하게 풀어보겠다. 이게 리뷰가 아니라면, 나는 새로운 리뷰를 꿈꾸며 작성하는 것이라 말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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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이라 했다.

새로운 예술로 숨쉬기를 자처했다. 이들에게 새로운 예술이 있기 이전에는 새로움이라는, 그리고 예술이라는 이름의 꿈이 있었다. 물론 꿈을 현실로 바꾸는 길은 고되다. 책에서는 이를 천착, 산고의 과정이라 말하며, 저자는 이런 예술가의 삶을 ‘숭고’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숭고는 뜻이 높고 고상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높은 뜻’이 있다는 말은, ‘낮은 뜻’도 있음을 전제한다. 저 예술가들이 지녔던 높은 뜻이라는 건, 새로움이 만들어낸 숭고일까? 혹은 예술이나 꿈이 만든 ‘high'일까? 모두가 새로움에 집중할 때, 단어 하나에 예민한 나는 ’꿈‘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사람들은 꿈을 이룬 이들을 동경한다. 그저 그런, 비슷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말 그대로 우리와 같다. 이목을 끌지 못한다. 전 세계 예술 중 단 몇 가지의 작품, 장소, 아티스트가 이 책의 페이지를 차지할 자격을 얻은 것도 ‘남들과는 달리’, ‘새로운’ 예술을 꿈꾸었기 때문이었을 테다. 어쩌면 우리가 미디어로 만나는 경외의 대상들은 모두 남달라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꿈을 이루어낸 사람들을 보며 박수를 친다. 혹은 그처럼, 그녀처럼 되고 싶다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사실은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보다 꿈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훨씬 많지 않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로망이며 이른 나이에 찾는 것은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나를 알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꿈을 꾼다 말하면 그저 환상이라 답하는 주변인들이 널려있는 세상이다. 꿈이 현실의 반대말처럼 여겨지는 오늘내일을 살고 있는 것이다. 책이 보여주는 예술은 말 그대로 책에 나올 것만 같은 내용들이다.



이성은 추론의 시작점이 될 어떤 근원적 원리 없이 옳고 그름을 알 수 없다. 삶의 바람직한 방향이 그 원리에 담겨 있다면, 이성은 그것을 제시할 수 없다. 그것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은 곳,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아는 본성을 다시 떠올릴 때이다. 다른 이의 아픔을 보고 마음 씀이 생기는 인류애, 부정의한 일에 대한 본능적 의분, 이러한 마음들을 내 안에서 빛나는 가치의 북극성 삼아 나의 삶을 매만져 가야 한다.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 세상이 험할수록 두려움은 더 커진다. 그러나 진정한 인간의 생존을 원한다면 그 방향을 고집하며 용기 있게 앞으로 걷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자기를 딛고 서는 일, 이것은 삶과 예술 모두에 적용된다. 70년 동안 그림을 그렸던 호호할머니는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한다. “화가가 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항상 칼날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다시 올라가서 걸을 것이다.”



칼날의 고통을 이야기했지만, 칼날 위를 걸을 기회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러웠다. 방향을 고집하며 앞으로 걸으라 했다. 방향을 찾는 법을 몰라 헤매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고집하라는 말이 뜬구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예술 혼과 그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변화를 꾀하고, 노력하고, 길을 열어간 수많은 아트를 만나면서 대리만족과 동시에 느껴지는 적지 않은 박탈감, 이어 드는 의문. 저 사람들은 다 하는데 왜 나는 변변한 꿈조차 없는 걸까? 꿈을 꾸는 법은 무엇이며, 내가 꾸고 싶은 꿈을 어떻게 찾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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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p
사람들도 완전함을 꿈꾼다. 자연물은 자기 힘만으로 존재 목적을 완성하는 듯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은 게 문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완성되는지, 우리 존재 목적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124p
파랑새는 없다. 모든 것은 자기 안에 있다. 사회를 넘어, 타인을 건너, 나와 대화해 보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미 꿈을 꾼 사람을 말하는 책에서, 꿈을 꾸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문장들까지 마련해두었다. 다만 어김없이 뜬구름처럼 느껴질 뿐이다. 꿈도 철학도 인문학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라 그런 것일까. 나는 그 누구보다도 답 없는 답을 좋아하고 뚜렷하지 않은 생각을 사랑하지만, 꿈이 꿈같기만 하다는 불안까지 사랑하기는 어려웠다. 파랑새가 없다는 메시지 하나를 가슴에 안고, 나와의 대화를 잇는 노력을 계속 해보면 나도 ‘꿈꾸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사진은 책에 등장하는 <뤼켄피구르>(2009) 이다. 'AMERICA' 알파벳을 뒤집어 붙여, 미국의 양면성을 나타내는 작품이었다. 뤼켄피구르는 독일어로, '뒤에서 본 모습'을 뜻한다. 어쩌면 꿈을 갖고 싶어하는 우리도 양면성을 지녔을 지 모른다. 작품이 말하던 것과 같이 파괴적인 양상이 아닌, 우리만의 양면성. 누군가가 우리를 뒤에서 보면, 너의 또 다른 표면에는 꿈이 보인다고 말해줄지도 모르겠다. 파랑새 대신 두드려야 할 문은, 뤼켄피구르 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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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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