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키기 위해 떠나는 삶, 연극 '처의 감각'

글 입력 2018.04.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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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의 공연장은 그동안 접했던 공연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높은 천장과 무대를 둘러싼 의자들로 인해 마치 공터 한가운데서 마당극을 보는 느낌도 받았다. 객석 사이사이에서 튀어나오는 배우들과 함께 연극에 서서히 몰입해가면서 한 여자를 만났다. 인간이지만 곰과 함께 살아가는 여자는 곰의 습성을 터득하고 곰의 아이를 낳아 길렀다. 그러던 도중 숲에서 사냥꾼을 만난다. 사냥꾼은 그녀의 아이를 살해하고 그녀가 인간으로 돌아가길 강요한다.


< 시놉시스 >

숲에 버려진 한 남자가 동굴에 혼자 살고 있는 한 여자에 의해 목숨을 건진다.

그녀는 숲에서 길을 잃은 뒤 한때 곰과 살았고 그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낳았으나, 사냥꾼에게 발견되어 아기는 죽고 곰 남편과도 이별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룻밤의 동침으로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된 여자는 그를 따라 도시로 떠나고, 그들을 가정은 꾸리는 평범한 생활을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아내와 자식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에 점점 지쳐가고, 여자는 인간들의 잔인한 본성에 환멸을 느끼며 점점 집안으로만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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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회로 가게 된 그녀는 한 인간 남자를 만난다. 여인숙에서 그와의 동침으로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된 여자는 그를 따라 도시로 가 평범한 생활을 시작한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일상적인 삶. 평화로울 것 같던 일상은 권태와 부담감에 의해 깨지고 만다. 남자가 아이와 여자를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지쳐간 것이다. 결국 남자는 아내를 버리고 전 여자친구에게 향하며, 여자도 아이들을 버리고 곰의 세계인 숲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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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처의 감각>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 그리고 연극을 보면서 과거 인도에서 발견된 2명의 늑대 아이가 떠올랐다. 인도의 한 숲에서 발견된 두 명의 아이들은 늑대의 젖을 먹으며 늑대와 자라 발견되었을 때 늑대처럼 네 발로 행동하고, 이빨을 드러냈다고 한다. 연극의 여자 역시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숲에서 자라고 곰과 함께 생활하며 곰의 본성을 갖게 되었다. 이런 그녀에게 인간 사회로의 편입은 두렵고, 낯설었을 것이다.

늑대 아이들을 구조해 인간과 같이 생활하기 위한 훈련을 계속했으나 두 아이는 계속 적응하지 못하고 10년 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망했다. 어쩌면 늑대와 자라 늑대의 본능을 가진 이들이 그 본능을 제거 당하자 삶을 포기한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처의 감각>의 주인공 역시 인간 사회에서 한 남자의 아내,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며 그녀만의 본성을 잃어간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본성을 지키기 위해 다시 숲으로 돌아간다. 그 누구에게도 속박되지 않은 온전한 자신을 위한 걸음을 내닫은 것이다.

곰에서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웅녀 신화를 비틀어 사람에서 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각을 담았다는 점에서 연극 <처의 감각>은 매우 강렬하고 신선했다. 온전한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처, 누군가의 엄마로 고통 받는 주인공을 보며 우리 사회의 많은 여성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모호한 장면들도 있어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연극이 끝난 후에도 계속 곱씹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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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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