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로움을 꿈꾸기 위해 :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도서]

글 입력 2018.04.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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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늘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 오르지 않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보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 더 많은 지식을 쌓기 위해서, 더 좋은 집과 차를 얻기 위해서. 삶의 그 어떠한 방면에서도 우리는 늘 ‘보다 나음’을 꿈꾸며 미래를 그리고, 노력해나가고 있다. 비단 개인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는 ‘보다 나은 사회’를 늘 열망하고 있지 않은가.

 예술에서도 그렇다. 예술은 언젠가부터 우리의 삶에서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어느새 우리 삶의 곁에서 묵묵하게, 또 화려하게 존재하기 시작한 예술은 끊임없는 변화를 이어왔다. 새로움을 향한 끝없는 길 위에 선 사람들, 예술가들이 꿈꾸는 ‘보다 나음’과, ‘새로움’이 있었기에 예술은 이토록 다채롭고 유연하게 변화해왔다.

 도서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에는 변화해온 예술의 흐름이 담겨있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나 생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흐름을 보다 더 객관적으로 읽어보며 나름의 새로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상업과 예술, 아모리 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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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출구에는 기념 탑 하나가 올랐다.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1964)를 종이로 재현하여 층층이 쌓아 올린 것이다. 이전까지 같은 언어를 사용하던 미국 미술이 앤디 워홀 이후 이종적으로 무한히 분기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음일까.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내키는 대로 박스를 가지고 갈 수 있었다. 이 ‘예술 작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주저하던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하나둘씩 박스를 들고 간다. 한 시간 남짓 지나자 현대 미술의 바벨탑은 사라졌다. 이 퍼포먼스에는 이곳 관객들도 현대 예술의 무한 진화에 일조할 자격이 있음을 말하고, 그들이 자신의 독자적 언어를 창조해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32p


 늘 그래왔듯 예술과 상업의 결합은 어딘가 요상하고 부정적으로 여겨져 왔다. 예술의 순수성을 해친 채 상업성‘만’을 좇는, 예술가 아닌 예술가들이 많아진 탓일까. (이들에 대한 평가 또한 개인의 몫이다.)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를 다룬 이전의 글에서,  티에리 (미스터 브레인 워시)를 보며 눈살이 찌푸려 진 것도 그 탓일 것이다.

 하지만 2013년 3월 초 개최된 뉴욕 최대의 아트페어 <아모리 쇼2013>는 이러한 치우친 견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세계 30개국에서 선정된 2천 5백여 점의 작품은 거래의 목적으로 수집되어 진열되었다. 크나큰 행사는 예술가를 비롯해 수익을 위해, 인테리어를 위해, 수집을 위해, 단순한 관람을 위해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을 화려하게 반겨주었다.

 미술관과 다르게, 아트페어는 감상보다 거래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예술적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갤러리 종사자 수백 명의 폭넓은 안목이 만들어냈기 때문에 ‘새로운 예술’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행사일 테다. 만든 이의 노고에 더해, 보는 이의 참여(거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를 이끌어내며 큰 의미를 남긴 아모리 쇼. 단순한 ‘미술관’과 달리 시장의 투명성을 보여주기 위한 갖은 노력 또한 새롭게 다가왔다. 공감이라는 감정을 통해 욕망을 부추기는 ‘환상’과 시장이라는 ‘현실’의 결합은 새롭고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여전히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미디어와 예술, 안나 니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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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는 어느덧 우리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중은 TV속에 등장하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중은 쉽게 알 수가 없다. 그들의 삶은 ‘환상’처럼 여겨져, 사생활의 일부분이 드러나는 순간 논란과 화제의 중심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들이 사는 환상. 우리는 그것을 동경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는 미국 가십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안나 니콜에 대해 소개하며, ‘자발적 계급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슴 수술을 통해 ‘볼링공’ 가슴을 상징으로 갖게 된, 60년 연상의 석유 업계 거물과 결혼을 한 그녀는 여러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주목해야할 점은 그녀가 약물의 영향으로 ‘퇴물’이 된 후이다. 안나는 자신의 몰락한 현재를 보여주는 리얼리티 TV쇼(2002)에 출연하게 된다. 안나는 다시 찾아온 관심에 행복을 느끼고, 시청자는 몰락한 주인공의 남루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데에서 미묘한 기쁨을 얻는다.

 미디어 속의 삶은 ‘리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비현실적 욕망을 이루는 이들을 보며 손가락질과 욕을 서슴치 않으면서도, '자발적 계급화'를 통해 그들에게 복종하고 만다.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도박, 음주운전, 마약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의 복귀를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모습에도 이러한 개념이 담겨 있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도 모르게, 우리는 환상 속의 그들을 ‘우위’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루지 못할 그들의 삶을 사실 동경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몰락을 보며 기뻐하기도 한다. 가십으로 소비될 누군가의 삶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 과도한 정보의 교류와 욕망의 자극. 미디어에 대한 맹목적인 의존과 열망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저항의 예술, 아이웨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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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소개된 불복종의 예술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예술가 ‘아이웨이웨이’는 정복자로서 제국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국가, 그 부정의에 저항하는 예술을 선보였다. 2008년 사천 대지진으로 인해 ‘두부’건물의 부실공사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수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국가는 아이들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채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이에 아이웨이웨이는 갖은 노력을 통해 직접 알아낸 희생자들의 신원을 토대로, 미국에서 열린 회고전 <아이웨이웨이:무엇에 따라?>에서 그 아픈 희생을 기억하기 위한 예술 작품들을 선보였다. (정작 본인은 출국 금지로 자신의 전시회를 둘러볼 수도 없었다고 한다.)

 그의 예술로 인해 이유 없는 구금, 수십 억 원의 세금 추징금 등의 부당한 처사가 국가로부터 행해져 왔지만 그는 계속해서 저항의 예술을 이어나갔다. 부정의함이 존재의 기반이 된 세상에서 ‘새로운 사회’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아름다운 저항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사회에서 저항은 곧 변화를 이끌어내게 될 테니 말이다. 그가 남긴 저항의 메시지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 개인적으로 책 속에서 가장 묵직하고도 강하게 다가온 전시였다. 꼭 책 속에서 그의 예술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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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에도 책에는 여성 속박의 상징이었던 코르셋을 해방의 아이콘으로 둔갑시킨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그의 옷을 입고 사회문화적으로 덧씌워진 껍데기 같은 ‘성 역할’에 대한 반기를 들었던 마돈나, 절망적인 시대 속 퇴폐예술가로 낙인찍힌 예술가들, 자신의 스승을 찾아 떠나는 이사무 노구치 등 새로움을 향해 끝없이 나아간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열망했던 ‘새로운 예술’이란 무엇일까, 사실 ‘예술’의 정의를 내리는 것조차도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한 궁금증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책 속에 제시되어 있지는 않다. 그저 우리들 스스로, 우리들만의 답을 낼 수 있게 하는 데에 작은 도움이 되어줄 뿐이다. 단순한 작품과, 예술가 개인의 단면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들이 새로움을 좇는 발걸음을,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에 '새로움'을 향한 보다 더 좋은 영감이 되어줄 것이다. 화가 사울 스타인버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어떤 작품이든 사람들의 반응은 예술가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가에 맞춰진다.” 그들의 삶은 우리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들의 예술을 보며 고개를 내저을 때도, 감탄을 금치 못할 때도, 가슴 뭉클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모든 감정과 감상은 우리 개인의 몫이다. 무한한 영역의 예술, 우리는 그 진화 속에서 독자적인 언어를 가질 때이다. 시각예술부터 공연예술까지, 그 무수한 변화를 읽으며 예술가인, 혹은 예술가가 아닌 우리는 또 다른 새로움을 꿈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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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 풍부한 예술과 철학 이야기 -


지은이 : 최도빈

펴낸곳 : 아모르문디

분야
예술, 미학, 예술기행, 인문교양

규격
153*210*15mm

쪽 수 : 282쪽

발행일
2016년 10월 17일

정가 : 20,000원

ISBN
978-89-92448-47-5 (03600)




문의
아모르문디
0505-306-3336



 

[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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