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재즈힙합의 세계 [음악]

글 입력 2018.04.1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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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와 힙합은 흑인 음악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장르들이다. 단순한 음악 장르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양식을 뜻하기도 하는 포용적이고 광범위한 단어이다. 그런데 이 두 단어가 만나면 조금 생소한 무언가가 탄생한다. ‘재즈힙합’은 재즈에서도, 힙합에서도 주류 장르는 아니다. 하지만 직접 연주하는 금관악기와 피아노, 타악기 중심의 비트에 부드러운 래핑의 조화가 훌륭하기 때문에 힙합의 하위 장르 중에선 상당히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은 따뜻한 봄날, 힙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책 한권을 즐기며 들으면 좋을 법한 재즈 힙합 트랙 네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A Tribe Called Quest – Check the Rhime(1991)



 재즈 힙합의 창시자이자 대부 격인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곡이다. 이들은 우탱 클랜(Wu-Tang Clan)과 함께 1980년대 후반, 90년대 초 동부 힙합 씬의 양대 산맥을 이뤘던 그룹이다.

 우탱 클랜이 동양의 무술과 신화를 동경하고, 전투적인 곡들을 만들었다면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는 전통적인 흑인 사회에 집중하고, 재즈라는 장르를 힙합에 적용했다.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는 여러 면에서 선구자적인 면모를 보이는데, 재즈힙합을 창시한 것은 물론이고 이들의 독특한 플로우와 랩 스타일은 현재 ‘올드 스쿨’이라 부르는 스타일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또, 그들의 음악을 이어받은 동부 힙합의 신적인 존재들인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 나스(Nas), 제이지(Jay-Z) 등의 트랙에서 스윙감 있는 재즈 스타일 음악에 붐뱁 드럼을 가미한 곡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대단한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Check the Rhime’은 이들의 첫 스튜디오 앨범인 < The Low End Theory >의 타이틀곡으로,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래핑과 후렴구에 등장하는 금관악기 소리가 특징이다. 가장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다운’ 곡이며, 재즈힙합에 입문할 때 반드시 들으면 좋은 노래 중 하나이기도 하다.



Nujabes – Aruarian Dance(2004)



 누자베스(Nujabes)는 일본의 유명 DJ이자 프로듀서이다.

 왜 DJ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는지 의아할 수도 있겠으나, DJ는 랩, 비보이, 그래피티와 함께 힙합을 이루는 4대 요소 중 하나이다. 또한, 누자베스는 일본과 한국에 재즈 힙합의 지평을 크게 넓힌 인물이기도 하다.

 누자베스 음악의 특징이라면 창의적인 샘플링 기법을 들 수 있다. 샘플링은 힙합 프로듀싱에 있어서 굉장히 폭넓게, 자주 쓰이는 기법 중 하나인데, 누자베스는 재즈를 힙합 비트에 자연스럽게 매칭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Aruarian Dance’는 누자베스가 참여한 <사무라이 참프루>라는 애니메이션 삽입곡 중 하나인데, 래퍼 산이의 2008년 믹스테이프 ‘Ready to be Signed’에 수록된 ‘LuvSic’의 비트가 바로 이 곡이다. 이 곡은 산이가 JYP에 들어간 후 정식으로 발매되었는데, 자신의 곡이 리메이크 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던 누자베스의 성향상 어쩔 수 없이 국내 작곡가에게 비트에 재녹음해 ‘Love Sick’이라는 곡으로 발매되었다. 이에 오랜 힙합 팬들은 누자베스 버전이 훨씬 좋았다는 아쉬움을 표했었다.



Jazzyfact – Always Awake(2011)



 재지팩트는 한국에서 재즈 힙합이라는 씬을 개척한 그룹이다. 지금은 군 복무 중인 일리네어 레코즈의 빈지노(Beenzino), 그리고 프로듀서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로 이뤄진 힙합 듀오이다.

 앞서 언급된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를 오마주(정규 1집 < Lifes Like >에는 ‘A Tribe Called Jazzyfact라는 수록곡도 있다)한 듯한 음악스타일로 호평을 받았고, 한 때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각광받기도 했었다. ’Always Awake’는 정규 1집 발표 1년 후에 나온 싱글앨범으로, 빈지노의 첫 정규앨범 ‘24:26’에도 수록되었다. 전형적인 재지팩트 곡으로, 반복적인 금관악기 반주에 빈지노의 랩이 얹히며 꿈을 꾸는 것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빈지노의 콘서트 셋리스트에도 절대 빠지지 않는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재지팩트의 2집이 ‘재즈’의 느낌을 많이 잃어버리며 아쉬운 평가를 받았는데, 재지팩트의 팬들은 이 시절의 음악을 지금도 그리워하고 있다.



Kendrick Lamar – Alright(2014)



 ‘힙합의 왕’ 켄드릭은 재즈 힙합 장르에서도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켄드릭 라마의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 To Pimp A Butterfly >의 타이틀곡인 ‘Alright’은 2010년대 발매된 힙합 곡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곡 중 하나다. 우선, 음악적 특징으로는 주로 80~90대의 bpm인 다른 곡들과 달리 110 bpm이라는 빠른 템포의 곡이라는 점, 그리고 그만큼 켄드릭 라마 특유의 타이트한 래핑이 돋보이는 곡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곡의 존재감은 MP3 플레이어 밖에서 더욱 돋보인다. Alright은 사회의 핍박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이 스스로를 ‘We gonna be Alright’, 즉 우리는 괜찮아 질 것이라고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현재 미국에선 흑인을 향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행위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 전국의 흑인 시위대가 켄드릭 라마의 ‘Alright’을 부르며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고 있다(영상). ‘재즈’와 ‘힙합’이 합쳐진 그의 음악처럼, 켄드릭은 흑인사회 전체를 하나로 묶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지금까지 ‘재즈 힙합’이라는 장르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음악이지만 듣기 시작하면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매력 있는 장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좋은 음악적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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