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14. 혼자 있어도 괜찮아 : 이소연

일상의 작은 쉼표를 찾다.
글 입력 2018.04.1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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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當身)


1.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2.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조금 지쳐있었던 어느 저녁이었다. 그제도, 어제도, 눈을 뜨고 다시 감을 때까지 그동안 벌려 놓은 일들과 어제의 내가 미뤄놓은 것들을 무마하느라 시간에 쫓겨 지친 하루를 보냈다. 문득 ‘생각하는 대로 산다기보다 지금 내가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기분이 들자, 쉼표 하나 제대로 찍지 못하고 보내버린 날들이 떠올라 괜히 억울해졌다. 잠시 한숨을 돌려보다가도 같이 돌아가는 초침을 보면서 내 시계의 1시간이 100분이었으면 했다.

 그렇게 도돌이표 같은 일상에 지쳐있던 나에게도 잠시 쉼표 하나를 찍는 일이 있었다. 바로 당신과의 인터뷰 약속 날이었다.

 나는 일이 끝나자마자 서울역으로 향하는 택시를 허겁지겁 타야 했지만, 일상의 쉼표를 찾는 당신의 글들을 다시 훑어보면서 인터뷰 질문 중 하나인 ‘13월’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당신은 어떤 대답을 내어줄지 궁금했다. 엉뚱한 상상의 끝에 다다를 때쯤, 한 카페 앞에서 택시가 멈췄다. 좁은 카페의 계단을 굽이굽이 올라가자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반겨오는 당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Q. 아트인사이트 구독자분들이 알 수 있게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아트인사이트 당신 프로젝트 처음에 세분이 쓰신 글을 봤는데 아트인사이트 가족분들을 배로 표현을 하셔서, 저는 무슨 배일까 생각해봤는데요.

 저는 ‘나룻배’ 이소연입니다. 나룻배라는 게, 나루를 거쳐 또 다시 다른 나루로 가잖아요. 저는 아트인사이트 4년차라 작품 기고, 칼럼, 에세이, 여러 나루를 거쳐서 이따금씩 오는 나룻배이고요. 굉장히 게으른 배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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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트인사이트 서포터즈 시절,
캘리그라피로 작품기고 했던 초반의 사진인데
 벌써 3년이 지났네요ㅎㅎㅎㅎ
작품기고라는 나루도 제게는 더할나위 없이 소중합니다!]


- 4년차라니, 굉장히 오랜 시간 함께 하셨네요. 늘 소재고갈로 힘 빼는 저에게는 신기한 일일 따름이에요.

- 네, 아트인사이트의 첫인상이 좋아서 그 힘이 오래가는 것 같아요.


Q. 아트인사이트 페이지에서 즐겨보는 글이나 작품이 있을까요?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게시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대답하기 되게 어려웠는데요, 인상 깊은 글보다는 그 컨텐츠 자체에 집중을 하거든요. <음악상담소>가 나왔을 때 되게 놀랬는데, ‘아트인사이트에서도 이런 글이 나올 수가 있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필름 한 입>도요. 음식 영화를 풀어내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어요.

 그 외에도 보이면 읽게 되는 것 같고, 이미 알고 있는 에디터 분들, 면전에서 뵈었던 분들의 글도 계속해서 읽는 것 같아요. 반채은씨의 <보암보암>, 김마루씨의 <화담>. 그리고 관심 있는 < Femina >도요.


Q. 본인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일까요?

A. 저는 브라운이라고 해야 할까요. ‘흙’색 계열이 맞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색이요. 인테리어를 보면 나무 색이 많잖아요! 자연에서 온 색들.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음, 조금 더 추가하자면 푸른 물색? 보면 편안해지니까요. 이따 보여드리자면 지금 쓰고 있는 방사진이 있는데요, 동생이랑 같이 쓴 지 10년 만에 저만의 방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색으로 벽지를 바꿨는데, 이게 제가 생각한 물색이에요. 처음 도배된 방 앞에서 '난 바다에 들어가는 거야' 생각하면서 들어갔던 기억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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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방의 모습이에요,
물 색이 좋아서 푸른 벽지로 도배하고
얼마나 뿌듯해했는지 몰라요ㅎㅎㅎㅎ]


Q. 인터뷰하러 준비하는 기간 동안 인상 깊게 본 풍경이나 사람이 있을까요?

A. 인터뷰를 하는 장소가 서울역이잖아요. 저는 일단 인천사람이고, 저에게 서울역은 늘 환승구간이에요. 그래서 지하로만 다녔는데, 한 5년 전에 기차역 오려고 왔던 것 빼곤 지상에 올라온 건 처음인 거예요.

 옛날 서울역 터가 있잖아요. 그 건물을 저는 영화에서만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멋있는 거예요. 여기까지 오는 길에도 기찻길을 따라서 걷는데 되게 좋더라구요. 풍경보니까 되게 오묘했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서울 나온 김에 흰 운동화를 구매하려고요!


 우리는 서로를 만나기까지 똑같은 경로를 지나왔지만 각자가 바라본 것은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었다.

 나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역은 조금 달랐다. 주로 전시 초대를 통해 갔던 ‘문화역 284’를 박물관 느낌으로만 여겨왔었고, 약속한 카페의 위치를 한참 헤매다 결국 택시를 타느라 기찻길 풍경에는 관심을 갖고 구경할 여유도 없었다.

 내 안이 각박함으로 찰 때 마음을 비우고 환기시키는 일이 더욱 필요함을 느끼게 해준 답변이었다.


Q. 13월이라는 비현실적인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살아보고 싶은가요?

A. 저는 이 질문이 너무 좋았어요. 다른 분들 인터뷰하신 것들도 읽어봤는데, 답변들이 너무 재미있었고요.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오늘까지 쭉 생각해봤는데 매일매일 다른 거예요.

 지금 상태에서의 13월은, 혼자서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요. 혼자만의 개인 방, 책상, 적을 거리만 있으면 반 정도는 그렇게 보낼 것 같고요. 나머지 보름은 제 주변 사람들, 가족들, 친구들, 애인이랑 같이 보내고 싶어요.

 아, 한 번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어요. 혼자만의 방에서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너무 편안한 거예요. 자유 시간인데 혼자 개인 방에서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있고. 이거를 일주일만 더 누려도 좋을 것 같다 싶었어요.

 제가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어서 그런지, 제 방이 있어도 저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 같아요. 늘 시끄럽고 다른 사람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래서 혼자만의 방이 있었으면. 한 번 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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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가 마감을 앞두고
글을 쓸 때의 사진이에요ㅎㅎㅎ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이것저것 읽다가 쓰는 편이에요.]


Q. (릴레이질문) 이전 인터뷰이님이 주신 질문입니다. "23살이라는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23살이라는 나이를 지나왔기 때문에 조심스럽게나마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질문해주신 분의 상황처럼 23살이란 나이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인 것 같아요.

 스물셋을 기점으로 생각해봤을 때 5년 전에는 그냥 한 치 앞을 모르고 공부만 했던 고등학생이었을 테고, 5년 후를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사회적인 활동을 하고 있을 20대 후반일 테니까. 그 사이에 있는 스물셋은 되게 갈팡질팡하는 나이인 것 같고,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고, 뭐라고 정의를 내려야 될 것만 같은 나이인 것 같아요.

-스물셋을 거쳐 온 지금은 어느 정도 갈피를 찾으셨나요?

- 아뇨, 전혀요. 그래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스물셋을 넘긴 이제는 ‘나이에 따라 해야 할 일’이란 건 없는 것 같아요. 스물세 살이라고 ‘이건 꼭 해야 돼’ 그런 게 없어진 것 같아요. 그런 게 있으면 사람들이 다 똑같은 삶을 살 거 아니에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한들, 그걸 지킨다고 해서 더 좋아지거나 그걸 안 지킨다고 해서 내 삶이 더 불행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 오, 되게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질 수 있게 되는 말씀이에요.

- 아이유도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 스물셋이라는 노래를 썼잖아요. 그런 것처럼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아는 것’ 같아요.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라는 건 나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 같아요. 그것에 대한 질문을 해결하면, 그나마 편해지지 않을까요?

 사실 4분쉼표를 이야기하면서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잘 쉬어야지 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안 되더라고요. 또 쉬고 있는 나를 자책하고. 쉬면서도 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처음에는 이걸 지워내는 데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계속 뭘 해오던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그런 결론을 내렸던 거죠, 스물셋의 나에게. 그런 거 꼭 할 필요 없다, 나를 알면 된다고.


 최근에 기고된 #4분쉼표 ; <생각 그리고 상상>편을 읽고 덩달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흑역사를 ‘바오밥나무’에 비유한 표현이 인상 깊었다. 당신의 말마따나 상상 속의 바오밥나무가 나의 일부 혹은 전부임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할 테지만, 어떨 때는 뽑을 수 없는 나무이기에 더 괴롭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여다보고 사랑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바오밥나무를 사랑하는 이에게 보여주기까지, 먼저 내 약점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했다. ‘나를 사랑하기’의 첫 단계는 무엇일까.


- 바오밥 나무. 들여다보기가 되게 싫었고 부정하고 싶죠. 자기의 제일 못난 부분이니까. 그런데 얘를 부정해버리면 지금의 제가 없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거, 그 첫 단계는 ‘인식’하는 것.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나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계속해서 ‘표현’하는 것. 나 이런 사람이야, 나 사실 이랬다? 이런 모습도 있는데, 어쩔래? 이런 느낌으로요. (웃음)

- 내 자아를 표현하고 인정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한다는 말씀인가요?

- 네, 그걸 표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각자가 가진 재능이나 기질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겠지만 연습하다보면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많을 테고, 삶을 살아가고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데 있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Q. 매번 주제를 정하실 때 다소 힘드실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나 자신과 작은 단상들을 담되, 보여지는 글인 이상 지나치게 일기 같아서도 안 되니까요. 구체적이고 일관된 컨셉이 있는 형식의 글도 아니고. 혹시 주제를 선정하실 때 소연님만의 기준이나 노하우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A. 사실 계획이 있었어요. (웃음) 이미 틀이 있어서 그렇게 준비를 했고요. 사실 에세이는 처음이고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던 분야였어요. 우연찮게 기회가 돼서 저를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얼까 키워드를 처음에 잡고 그게 해시태그로 발전을 했고, 하다 보니 4분쉼표라는 틀이 생긴거죠.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 제가 재밌고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이야기들을 우선적으로 선별을 했고요. 물론 계획이 이미 있어도 그거에 따라 쓰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어요. 그런 날에는 그냥 즉흥적으로 제가 느끼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을 썼고요.


 잘 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자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 않나, 안 하려고 해도 드는 그런 잡다한 생각들. 도망가려 해도 애써서 나를 쫓아오는 것들.

 어느 하루를 되돌아보면서 뭔가를 했어도 나에게 남는 게 없다면 그것에 대해 굉장히 자책을 하게 된다. 아무 것도 안하고 보내버린 일상이라는 생각에 바빠야만 잘 보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렇다면 쉬는 날이 찾아왔을 때 바쁜 날들을 보내온 만큼 또 잘 쉬어내야 하는데, 그런 일상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아무 것도 안한 일상에 대해 나 지금 왜 쉬고 있지, 쉬어도 되나, 반문을 하고야 만다.


Q. 16분 쉼표의 호흡은 너무 짧고, 그렇다고 마디 전체를 쉬는 온쉼표는 너무 길고, 4분 쉼표가 호흡을 고르기엔 딱 적당한 템포인 것 같아요. 근래의 소연님에게 ‘적당한’ 4분 쉼표가 필요했던 날은 언제였나요?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4분 쉼표를 그렸던 날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A. 음, 4분쉼표를 쓰고 있던 때였어요. 약속, 일정 이런 것들도 없었고 컨디션도 너무 좋았는데, 그 주의 일주일동안 네 차례의 장례식이 있었어요. 아무리 내가 컨디션이 좋고 해도 기력이 떨어지더라고요. 이리저리 신경을 쓰게 되고, ‘삶이란 뭘까’ 생각하게 되니까 그 때 4분쉼표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예상치도 못했던 일들이라 더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아요.

 그 주가 끝나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나온 게 그 다음 주에 기고를 했던 <코코>였어요. 코코를 네 차례의 장례식 전에 봤던 게 저에게는 큰 위안이었어요. ‘이 사람들이 코코 같은 세상에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고, 글로써 내 마음을 표현하고, 다시 한 번 그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래서 <겨울 그리고 위로>라는 타이틀로 4분쉼표를 찍었죠. 그건 저를 위한, 그리고 그 분들을 위한, 비슷한 일로, 혹은 다른 일로 힘든 사람들을 위한 위로가 될 수 있는 글이었던 것 같아요.


Q. Yolo,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 요즘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에 대한 용어들이 많이 생겨났죠. 아무리 현실이 고단하고 제약이 많더라도 취향이나 작고 소소한 행복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마음들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4분쉼표'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연님에게 '쉼표'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우선 이 질문이 너무 감사했어요. 저의 쉼표를 돌아보게 됐거든요. 4분쉼표를 연재하기 전의 저에게 쉼표는 ‘Doing’의 쉼이었어요. 누군가를 만나거나, 전시회를 보러간다거나, 영화를 보러간다거나, 산책을 하러가거나, 맛있는 걸 먹거나. 어쨌든 뭔가를 해야 하는거죠. 그리고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그렇게 쉼을 대하는 게 저의 쉼이었는데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4분쉼표를 연재하게 됐어요. 저에게 있어서 쉼은 ‘혼자 있어도 괜찮아’, 그리고 ‘정리하는 의미’의 쉼표가 된 거죠.
 
 아, 스펀지를 보면 물을 쭉 빨아들이잖아요. 저는 대학생이 된 이후에 숱한 경험들을 많이 빨아들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경험들을 하면서. 근데 그걸 정작 뱉어내지 못했어요. 부풀기만 하고, 고인 물처럼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빨아들인 만큼 소화를 해서 잘 분출시킬 수 있는 게 뭘까 하다가, 그게 어떻게 보면 쉼의 시간에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정리하고 혼자 천천히 돌아보고 그런 시간들이 저에게는 쉼의 의미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Q. 쉼의 의미가 doing에 nothing으로, 음, nothing보다는 비워내기, 그런 느낌이네요. 쉼표는 소연님의 일상에 어떤 작은, 혹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나요?

A. 다음에 할 것에 대해서 준비를 한다기보다는 잘 쉬어냈으니까, 잘 쉬면 0이 될 줄 알았는데 에너지가 남아있더라고요. 그 에너지로 뭔가를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이것도 아까 바오밥나무와 연관되는 이야긴데, 잘 쉬니까 나를 더 알고, 잘 쉬니까 내가 더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Q. "단조로운 삶의 활력을 얻을만한
방법이나 비결이 있을까요?"
(릴레이 질문)


- 아, 그런 느낌일까요, 말은 안되지만 온쉼표에다가 스타카토 하나 찍는 방법?

- 맞아요. 내가 이제까지 누려왔던 자극들이 이만큼 있는데, 단조로운 삶은 그걸 충족시키지 못하니까. 반복적인 일상에서 의미 있는 일들도 있지만 자극이 없어서 내가 그것에 못 미치는 삶을 사니까 재미를 못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 할 수 있다거나 자기만의 비결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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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가 끝난 후 나는 노을이 질 때까지 카페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당신의 시야로 바라 본 '서울역' 이야기를 떠올리다, 작은 카페의 구석구석을 카메라로 담았다. 천장에 매달려있는 CD 하나가 고요한 풍경 같았다. 나는 창 너머 보이는 달이 어슴푸레 저녁을 말할 때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왜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은가. 일면식도 없었던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처음 주고받는 것임에도 편안하고 다정한 느낌이 드는 때. 당신은 당신의 말대로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람이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잔잔한 멜로디 위로 적당한 쉼표가 놓여 있었던 그 날의 악보가 아직도 생생하다.


[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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