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구보타 히로지, 흑백과 필름사진, 사람과 풍경사진 사이 어딘가 [시각예술]

사진작가는 시간을 잡아두거나 세상의 거대함에 맞서는 자이다. 혹은 둘다이거나.
글 입력 2018.04.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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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고재 갤러리에서 이번 주 일요일 22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구보타 히로지展. 학고재 갤러리 같은 경우 작년 팀 아이텔 전시 때문에 알게 되었고 그때 시기를 놓쳐 못 가봤기에 꼭 가보고 싶은 갤러리에 이름을 걸어둔 곳이었고, 이번에 좋은 전시가 진행되어서 다녀왔다.



흑백과 컬러의 시선차이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나 앙드레 케르테츠의 사진들을 보며 생각했던 건 사진의 대가들이 컬러로 세상을 바라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흑백이었을 테니까. 만약 컬러로 보는 세상, 필름이 아닌 디지털로 보는 세상이었다면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을까에 대한 의문. 그리고 이에 대해 구보타 히로지의 답.

 구보타 히로지는 컬러를 사용하는 것에 예민했다. 흑백만 고집했다. 화려한 색이 대상에게 시선이 가지 못하게 방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컬러가 현실 밖의 환상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이라는 생각은 그가 미얀마의 황금 바위 사진을 찍고서다. 그는 그때 색채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흑백만을 고집하던 그가 세상은 색깔이 있는 것이 사실이며 흑백이 비사실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예술과 다큐, 사람과 풍경, 순간과 전경

 그의 사진은 예술과 다큐멘터리 사이에 놓여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의 사진이 사람과 풍경 사이에 놓여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는 순간을 잡아내는 능력과 전경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 모두 뛰어난 사진작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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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 구보타 히로지


 가장 좋았던 사진 중 하나는 '히피'인데 사진을 직업으로 가지게 된 이후 사진을 볼 때 내가 보려고 하는 것 중 하나가 늘었다. 포토그래퍼가 이 사진을 어떤 시선으로 찍었는가이다.

 구보타 히로지는 춤추고 있는 히피들을 봤을 것이다. 그는 춤추고 있는 히피의 앞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그는 수그렸다. 그 짧은 순간에 이건 밑에서 위로 찍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무릎이 나오는 선에서. 그래야 사진에 더욱 생동감이 부여되리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그 순간을 완벽히 잡아냈다.


 
시간을 잡아두고, 거대함에 맞서는 사진가

 영화 <빛나는>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포토그래퍼인 나카모리는 말한다. "사진작가는 시간을 잡아두는 사냥꾼이다. 앞으로도 나의 왜소함에, 세상의 거대함에 숨죽이고 마주할 것이다." 어느새 79세로 노년의 대가가 된 구보타 히로지는 아마도 시력을 잃어가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이렇게 평하고 싶다. 그는 인물을 찍을 때는 시간을 잡아줄 둘도 알았고, 풍경을 찍을 때는 세상의 거대함에도 마주 설 줄도 알았던 사진작가라고.


"사진은 강박이다.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 좋고 사진을 찍지 않으면 쓰레기같이 느껴진다. 셔터를 눌러야 안정이 된다. 그래서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 / 구보타 히로지


[신승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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