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도서]

글 입력 2018.04.2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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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새로움을 향한 끝없는 길 위에 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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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자의 관점으로 동시대의 예술을 설명했다. 주로 현대미술이며 공연도 다루었다. 구체적인 예술가들의 사례를 잘 설명해줘서 이해하기 쉬웠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사색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즐겁고, 철학적인 관점에서의 분석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하지만, 사실은 힘들었다. 나는 왜 읽기가 버거웠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

1)미학자의 탐구 대상인 예술가가 부러웠다. 저자가 존경하는 예술가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나도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하기 힘든 현실이어서 그런 걸까,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예술가가 있지만 이름을 남기는 이는 소수뿐이어서 그런 걸까, 불공평한 기회에 힘들어서 그런 걸까. 열등감과 질투심이 이렇게나 많았나. 원래 내 몫이 아니지만 왜 이렇게 슬퍼지는 걸까. 대상인 예술가는 현대 미술을 사랑하는 이들, 관객들의 우상이며 뮤즈였다. 뮤즈는 표현하는 이에 의해 재정의된다.

2)그리고 너무 심한 철학적 사유이다. 클래식, 고전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존재 이유가 너무나도 순수해서 쉬운 것을 좋아하는 대중들에게는 쉽게 배제당하고 배척당한다. 하지만 순수함을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영광스러운 존재이다. 열광적인 학자들은 항상 존재한다. 세상을 다루는 가장 큰 근원,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에. 미학을 탐구하는 일은 너무나 행복하나- 지극히 사소한 것마저도 과대해석하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거부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바로 미학, 철학의 존재 이유이다. 당연한 행위이다. 그래도 심리적 거부감은 불편했다.

*

이 두 가지 힘든 이유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민했다. 그대로 읽기엔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생각의 방향을 돌려 전환시키니 읽기가 훨씬 수월했다. 그 뒤로는 편하게 읽었다.

1) 관찰 대상인 예술가에 대한 질투는 이유를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워졌다. 나와 같은 길을 가는 동지, 동류인데 왜 나는 적대시 하는가. 그들이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것, 그리고 생각과 노력이 현저히 다른데 왜 나는 같은 위치에서 보고 있었을까. 기회의 차이는 사회적 배경의 차이일 텐데. 그들의 선택도, 나의 선택도 아니었다. 나는 그들을 그저 '먼저 앞서간 선배'라고만 보면 됐다. 선생이 아닌 내 선배였다. 예술에는 우열이 없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고 읽으니 배울 점을 찾아가며 열심히 읽게 되었다. 선배를 본받아 나도 더 발전하고 싶어서.

2)교과서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해석도 있구나' 진리처럼 보지 않았고 하나의 참고서로만 이해했다. 정답으로 보지 않으니 재미있어졌다. 다른 사람의 생각은 이렇구나, 이렇게 해석되는 구나-로 관점을 바꾸니까 타인의 생각이 흥미로웠다. 나에게 지식과 정보, 견해를 친절하게 설명하며 알려주는 책이니 더 고맙기도 했다.

*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살마들>은 정말 최대한 많은 사례들을 담았다. 많은 예술을 보여주려는 저자의 애정이 느껴져서 고마웠다. 비유하자면 캐비어, 푸아그라 등 엄청 비싸고 귀한 산해 진미를 쏟아 부은 음식들만 모아 놓았다고 할까. 그래서 각 내용들을 볼 때마다 너무나 감미로웠다. 어느 것 하나 꼽을 수 없을 정도로 페이지마다 가슴을 찌르는 내용들이었다. 감명 깊어서. 

*

모든 것이 허용되는 예술. 이 예술의 끝은 어디일까? 나중에는 결국 다시 순수한 본질의 모습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결국 장르 구분이 완전히 사라진 하나의 예술로만 될까? 미래의 예술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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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차례저자의 말 예술, ‘보다 나음’을 향한 순례
  
1부 우리 시대의 시각 예술 Contemporary Visual Arts
열린 공간에 담긴 예술적 삶 : 뉴욕 현대미술관MoMA 아트리움에서 보는 현재
보이지 않는 손, 투명한 시장 : 뉴욕 미술 시장의 정점 <아모리쇼 2013〉
자연에 대한 존중, 인간에 대한 회의 : [EXPO1: NEW YORK] 전, MoMA PS1
예술의 소통, 전시의 유통 : <정적인 현현顯現 속에서〉 전, 퓰리처 예술재단, 세인트루이스
예술가의 저항, 그 예술적 의미에 대하여 : <아이웨이웨이: 무엇에 따라?〉 전, 허슈혼 미술관, 워싱턴 DC
거리에는 예술을, 사람에게는 자유를 : <오스 제미우스〉 전, 보스턴 현대 미술관
예술가의 돌, 진리의 빛 : <제임스 터렐: 회상〉 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완벽한 작품, 완전한 삶 : <장엄한 집념: 영화 명장 30인의 이야기〉 전, 영상 미술관, 뉴욕 아스토리아
억압으로부터의 ‘시크’한 탈주 : <장 폴 고티에의 패션 세계: 사이드워크에서 캣워크까지〉 전, 브루클린 미술관
자기 인식의 노력: 허세와 민낯 사이 : 〈미국은 알기 어렵다〉 전, 뉴욕 휘트니 미술관
  
2부 과거의 시각 예술 Historical Visual Arts
기계와 속도, 그리고 열광 : <이탈리아 미래주의 1909-1944: 우주의 재구성〉 전,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퇴폐 예술—모더니즘의 파괴, 시민 사회의 절멸 : <퇴폐 예술: 나치 독일에서의 현대 예술에 대한 습격〉 전, 노이에 갤러리, 뉴욕
스승을 찾아 나서다 : <이사무 노구치와 치바이스: 베이징 1930〉 전, 노구치 미술관, 뉴욕 퀸즈
바위산 속 보금자리—삶의 예술적 완성 : <근대적 자연: 조지아 오키프와 조지 호수〉 전, 조지아 오키프 미술관, 뉴멕시코 주 산타페
미래를 보는 따뜻한 안목 : <소시에테 아노님: 미국을 위한 모더니즘〉 전, 예일대 미술관
전위적 현대 예술의 낭만, 새로운 예술을 꿈꾼 친구들 : <신부 주위에서 춤추기: 케이지, 커닝햄, 존스, 라우셴버그, 뒤샹〉 전, 필라델피아 미술관
고통, 흐름, 그리고 깨달음 : <백남준: 세계적 선구자〉 전, 스미스소니언 미국 미술관
  
3부 공연 예술 Performing Arts
맨해튼의 어느 주말 풍경 : <리버 투 리버 페스티벌〉, 뉴욕 로어 맨해튼
숲 속의 선율, 상상력의 전당 : <매버릭 페스티벌〉, 뉴욕 주 우드스탁
세기말의 꿈 : <‘비엔나: 꿈의 도시’ 페스티벌〉, 뉴욕 카네기홀
한 도시에서 벌어진 기묘한 이야기들 : <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우리 시대’: 장대한 물결의 끝자락 : <브루클린 음악 아카데미: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 2013〉
도시의 재발견: 기차역의 오페라 : <보이지 않는 도시들〉, 로스앤젤레스 중앙역
현대와 고전의 만남 : 뉴욕 시티 발레 2013-14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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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예술가들의 숭고한 삶은 새로움을 향한 끝없는 천착에서 이루어진다. 새로움의 창조는 산고를 동반한다.그 고통을 잊기 위해 앞서 순례길을 걷고 있는 스승만큼 중요한 이들도 없다. 젊은 이사무 노구치가 세계를 떠돈 것도, 1960년대 뉴욕의 젊은 예술가들이 이름만 아는 마르셀 뒤샹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선 것도 스승의 중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치바이스가 노구치를 따뜻하게 맞고, 뒤샹이 존 케이지들과 살뜰한 관계를 맺은 것도 젊은이들의 공허한 내면의 고통을 너무나 잘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순례길은 평탄하지 않다. 손잡고 난관을 넘을 동료들이 필요하다. 존 케이지와 머스 커닝햄은 마음을 나누며 새로움을 향해 걸었고, 뉴욕의 현대 미술 단체 ‘소시에테 아노님’ 회원들은 말없이 서로의 예술적 여정을 보듬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볼프강 라이프는 컵 하나를 쥔 단출한 차림으로 산으로 나서서는 물 오른 가지 끝마다 매달린 투박한 침엽수 꽃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매만져 생명의 입자들을 털어 담는다. 고요하고 적막한 숲 속에서 종일토록 이어지는 그의 여로 자체가 감상의 대상이다. 두어 달 넘게 모아 봤자 꽃가루는 유리병 몇 개밖에 채우지 못하지만, 작품 창작은 금세 이루어진다. 성긴 천으로 만든 자그마한 체와 숟가락 하나가 작업 도구의 전부. 그는 화폭이 될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꽃가루가 담긴 체를 숟가락으로 톡톡톡 두드린다. 생명이 충만한 빛의 가루들은 콘크리트 바닥을 물들여 새로운 존재로 변모시킨다. - 「열린 공간에 담긴 예술적 삶」 중에서
  
둥근 도넛 모양의 허슈혼 미술관의 독특한 공간은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의 전시 및 감상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주전시실인 2층으로 올라가며 고개를 들면 천장에 똬리를 틀고 있는 기다란 뱀 모양의 설치물<뱀 천장Snake Ceiling>(2009)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숨을 가다듬고 들여다보면 뱀의 비늘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책가방임을 알 수 있다. 지진 당시 모래성처럼 무너진 건물에 깔려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영혼을 상징하는 가방이다. 뱀의 머리 옆쪽 벽면에는 그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지진 현장에서 물어물어 파악한 오천여 명이 넘는 학생들의 명단이 빼곡히 인쇄되어 있다. (…) 그들의 희생을 어떻게 해서든 기억해 주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긴다. - 「예술가의 저항, 그 예술적 의미에 대하여」 중에서
  
다섯 예술가가 서로 삶을 얽으면서 세상에 새겨 낸 예술적 궤적들은 이곳에서 한데 모여 공명한다. (…) 인위적으로 배열된 음을 제거하여 음악의 대상을 ‘모든 소리’의 우연적 조합으로까지 확장시킨 케이지의 음악, 무용에서 중력을 이겨 내는 수직적 동작과 어떤 정점을 향해 치닫는 내러티브 그리고 배경 음악마저도 최소화하여 몸짓 자체의 순수한 의미를 추구했던 커닝햄의 안무, 평면의 캔버스 위에 삼차원 일상 대상을 ‘조합’하여 회화와 조각을 가르는 틀을 흔드는 라우셴버그의 작품, 그리고 갈필로 칠한 듯 거친 붓질과 불균등하게 부착된 밀랍이 자아내는 투박한 표면으로 일상을 재현한 표현적인 레디메이드를 선보인 존스의 작품은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뿌리를 내린 뒤샹의 대작들과 뒤섞여 조응하며 옛 전위적 현대 예술, 즉 아방가르드의 낭만을 떠올리게 해 준다. - 「전위적 현대 예술의 낭만, 새로운 예술을 꿈꾼 친구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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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책 이름: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지은이: 최도빈
펴낸곳: 아모르문디
발행일: 2016년 10월 17일
면 수: 282면
정 가: 20,000원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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