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고요한 인간의 삶에 시험이라는 돌맹이가 던져졌을 때[공연]

글 입력 2018.04.2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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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홉은 왜 병든 몸을 이끌고 사할린에 갔을까?"
얼어붙은 대지와,
몰아치는 바다와,
산다는 것의 의미를 잃어버린...
인간의 그림자만
하염없이 일렁이는,
신조차 눈을 감아버린 그곳에.
 

 안톤 체호프는 러시아의 소설가 겸 극작가로 <지루한 이야기>, <사할린섬> 외 수많은 작품을 써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객관주의 문학론을 주장하였고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대한 올바른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저술 활동을 벌였다. 기존의 연극과는 차별화를 둔 체호프를 위한 오마주로 체호프 극을 만날 수 있다. 연극 <공포>는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호프가 사할린섬을 여행하고 돌아와 발표한 동명의 단편소설과 체호프의 사할린 경험을 합쳐 새롭게 창작한 한국산 체홉극이다. 소설을 기반으로 한 연극은 항상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의 고유한 개성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개연성으로 매끄러운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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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호프의 작품에서는 '인간의 삶'의 문제들이 아직도 우리에게 새로운 시험의 순간을 제공한다. 인간의 삶은 방대하고 폭넓은 범위를 지니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시험의 순간에 집중하게 하는 작품이 체호프의 작품이다. 시험이라는 것은 매번 우리가 마주하는 상황의 실상이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 곁에서 맴돌며 우리의 행동, 말, 감정 상태를 변화시키고 우리를 성장시키거나 타락시킨다. 그런데도 시험은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며 맴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험을 외면하지 못하고 공존한다. 시험과 함께일 때 나타나는 인간의 속성은 개별마다 다르다. 각자의 시험 대처 방법은 그동안 살아온 생활양식, 지닌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 방법이 작품 구성방식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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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0년 4월, 안톤 체홉은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막 알린 시점에 모든 문학 활동을 접어둔 채 유형지인 사할린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 이후 체호프의 작품들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적인 연민과 우수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초기작들과 다르지 않으나, 희극적인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고,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서 사회적인 문제나 실존적인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앞 문단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시험과 함께일 때 인간은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의 것들을 변화시킨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시험에 의한 변화가 불순한 의미는 아니다. 어쩌면 시험으로 더욱 단단해진 철학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체호프는 사할린섬 여행으로 자신의 문학 스타일이 바뀌었으며 그것을 저버리지 않고 그대로 작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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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말, 20세기 초 러시아의 지식인이 보여주는 솔직한 인간성은 삭막하게 개체화된 21세기 대한민국의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하나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우리가 가져야 할 인간성에 대한 진솔한 물음과 대답을 보여준 작품이 <공포>이다. "안톤 체홉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연민이나 웃음은 삶에 대한 공포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자기방식이 아니었을까?"라고 극을 쓴 고재귀 작가가 말했다. 또한, "<공포>는 '체홉의 작품'을 넘어, '체홉이라는 인물'에 대한 접근의 과정이며, 한 시대의 지식인은 물론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평범한 자세를 말해준다."고 박상현 연출가가 말했다. 체홉이 겪은 시험에서의 자신의 아포리즘을 작품에 담았고, 그 안의 이야기를 절대적, 상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시험이다. 우리는 이 시험을 자신의 상황과 현실에 빗대어 적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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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공포>
2018.05.04~05.13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 이상홍, 이동영, 김수안, 김은석, 신재환 등
스태프 : 박상봉, 남경식, 윤보라, 이동민, 민경현 등
관람료 : R석 50,000원 / S석 30,000원
관람연령 : 12세 이상
소요시간 : 135분
예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Yes24, 옥션티켓, 네이버예약
 

[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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