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드나잇 인 파리: 상상 속의 황금시대 [영화]

글 입력 2018.04.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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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night In Paris
:상상 속의 황금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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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파리로 가는 차를 타게 되는 길>


누구나 한 번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과거를 그리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과거에 얽매여 현재에 충실하지 못할 때, 문제는 발생한다.

학교 입학 전에 있었던 학과 내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나는 학교 내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새내기 배움터에서 얼굴을 익히고 인사하는 동기들이 이미 너무 친해 보였고 나는 그 속에서 움츠러들었다. 동기들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싶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동기들과 더 멀어졌고 새로운 학교, 교수님에 점차 적응하며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는 동기들과 달리 나는 변화된 환경이 힘들기만 했다. 매일 밤 나는 고등학교를, 그때의 친구들을 그리워했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수도 없이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길이 꼭 나처럼 느껴졌다. 낭만이 없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며 엄청난 예술가들이 살던 1920년대의 파리를 그리워하는 길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내가 가장 행복했던 고등학교 때를 그리워하는 나. 물론 길과 나의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의 공통점은 불만족스러운 현실에 과거를 동경, 그리워하고 이로 인해 현재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는 이미 지나가버린 고등학교 시절만을 그리워하며 동기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현재에 충실하고 기쁨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과거만 뒤쫓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내성적인 성격을 핑계로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고 또 그들이 내게 다가올 수도 없게 벽을 쳤던 것 같다. 사실 입학하고 이런 문제로 힘들었던 것은 입학하고 처음 1~2주였다. 원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기 마련인데 그때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친구를 사귀는 것,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왜 그렇게 뒤처져 보였는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 동경하던 1920년대로 떠나 아드리아나와 사랑에 빠진 길에게 그녀는 자신은 1890년대를 동경하며 그곳으로 떠나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자신이 꿈꿔온 황금시대인 1920년대를 따분하다고 하는 아드리아나에게 길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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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카페와 물랑루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길과 아드리아나>


"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 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 거에요.
늘 불만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이때 길은 과거는 과거였기 때문에 아름다웠다는 것을, 자신이 그토록 동경했던 1920년대도 힘든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길은 자신이 얼마나 유명한 인물이 될지 모른 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예술가들을 보며 감탄하는 자신처럼, 먼 훗날 자신도 자기가 지금 살고 있는 현재를 황금시대로 부르며 동경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Midnight In Paris에서 길이 하는 말,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공감됐었다. 내가 길처럼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과거에만 얽매여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길이 현재의 가치를 깨달을 때, 나도 지금 이 순간을 내 황금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미래의 나는 대학생 시절의 나를, 너무 힘들어서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그 순간들조차 그리워하고 동경할지도 모르니까.

*

과거에 얽매여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과거에 빠져 현재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함, 기쁨을 놓치고 있지는 않냐고, 현재도 언젠가는 과거가 되며 내게는 너무 힘들었던 현재가 누군가에게는 너무 멋진 황금시대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이런 이들 모두가 그들의 현재를 자신의 황금시대로 만들기를 바란다. 길과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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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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