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족의 양극화 현상을 드러내다, 연극 '특별한 저녁식사'

글 입력 2018.04.22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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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연 제목에서부터 의문을 가졌다. 왜 저녁식사에 '특별함'이라는 단어를 더했을까. '저녁식사'란, 사실 가족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비로소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며, 가족과 여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 공연은 '특별한 저녁식사'라는 제목 안에 내포된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평소에 바쁘다는 이유로 저녁 식사 자리를 갖기 조차 힘든 현대인에게 말하고자 하는 연극인 것인지, 아니면 이들만의 사연이 따로 있는 건지. 여러가지 추측을 품은 채로 연극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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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내내 씁쓸하고 불편했다. 일단 서로에게 소통이 되지 않는 장면이 계속 등장해서 답답했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끝내 자신들의 이야기만 주절주절 내뱉는 모습에 이기적인 가족을 보여주려는 것인가하는 생각을 들게끔 했다.

모두 모이라는 막내딸의 연락에 오랜만에 모인 가족의 모습은 전혀 단란한 풍경이 아니었다. 엄마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에게 다단계 치약을 판매하려 하고, 첫째딸은 환경운동가라는 직업을 통해 매일 아날로그 삶을 추구하며 가족들에게 환경 후원금을 강요한다. 또한 아들은 늦은 나이에 락커를 꿈꾸고 있고, 아버지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모두 장사만 한다며 혀를 내두르기 까지한다. 이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하자며 모두 모이길 권유한 막내딸은 자신의 남자친구를 데려와 결혼할 사이이니 화목한 가족 분위기로 연기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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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부모와 소통이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이것은 쇼윈도 가족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단절된 시간이 컸던 만큼 서로에게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이로 발전하기에는 버거워보였다. 막내딸 남자친구에게 애써 연기하는 모습이 뭔가 우리 가족의 모습에서도 유사해보였다. 행복한 척, 화목한 분위기인 척. 일부러 밝은 척하며 남들의 시선에 이끌려 다녔던 기억이 있다.

남들에게 불행한 모습이 들키는 순간, 나의 채워진 모습보다 부족한 모습이 더 도드라져 보이니 말이다. 부모의 이혼을 숨긴 막내딸의 심정이 너무 이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이혼이 무슨 흠이냐고, 요즘 대수롭지 않은 게 이혼이 아니냐고들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또 그렇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가족사를 밝힌다는 것은 큰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언급하기 힘든 일인 듯하다.

사실 표면적으로는 웃고 있지만, 이면적으로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분들이 더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쇼윈도의 모습으로 아프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내하기 위해, 또 버텨내기 위해 말이다. 여기서 '특별한 저녁식사'는 나에게 가장 슬픈 저녁식사로 다가온 연극이었다.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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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모두 모이라”는 막내딸의 긴급연락을 받은 핵(폭탄?)가족!! 먼저 도착한 가족들은 늘 그랬듯, 귀는 닫고 입만 열어 자기 얘기만 한다.

엄마는 꿈이 불길하다며 딸 걱정에 신경이 날카롭고, 아버지는 “당신 꿈은 늘 개꿈이었지.” 엄마 속을 긁는다. 늦은 나이에 여전히 락커를 꿈꾸는 아들 건우는 “결혼은 언제 할꺼냐?”는 잔소리에 ‘예술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들먹이고, 큰딸 선미는 여전히 지구온난화를 설파하며 가족들에게 후원금을 강요한다.

드디어 도착한 막내딸, 특별한 손님이 온다며 “제발 화목한 가족인 척 해달라”는데….



작품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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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도 :  남들에겐 평범한 식사 시간이 왜 이 가족에겐 왜 특별할까?

- 단란한 저녁식사! 일상적인 일이라 생각될 온 가족의 저녁식사가 왜 이들에게는 “특별한 저녁식사”일 수밖에 없을까?
- 경제 위기, 가족 해체, 단독세대 증가 등… 이들은 또한 우리의 일상적이라 할 저녁식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 무대 위의 가족들이 만들어내는 저녁식사는 어쩌면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 핵(?!)폭탄 가족의 “특별한 저녁식사”가 관객 여러분들에게도 정말 ‘특별한’ 인생의 저녁식사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상 크게 차렸다. 맛나게 드시라고…


특별한 저녁 한끼를 위한 한바탕의 소동, 그래도 우리는 한 가족!!!

- 공연의 완성은 눈에 보이든 안 보이든 관객의 삶으로 파고들어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무대 위에 존재할 만한 공연’이 따로 있는 건 아니겠지만 가족 이야기는 관객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만큼 큰 가치를 지닌다. 특별히 재미있는 작품이라면, 그 가치는 배가된다.
- 〈특별한 저녁식사〉는 해체된 가족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들이 다 그러하듯 때론 각자를 위한 항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각자 나름의 아픔도 있는 법. 세상에 화목한 가정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불편했던 가족도 결국은 서로를 위한 말 한마디에서 눈 녹듯 화해가 시작된다.
 

배우 이청아를 키운 아빠 이승철, 배두나를 키운 엄마 김화영 배우 열연!

그 아버지에 그 딸! 그 엄마에 그 딸!! <갈매기> <리어외전> 등 주로 대작에 출연, 출중한 연기력으로 호평받은 중견 배우 이승철과 2017년 2인극 <타클라마칸>에서 명계남 배우와 부부로 출연, 뛰어난 앙상블 연기로 주목받은 김화영 배우 등이 열연한다. <특별한 식사>에는 이들 중견배우 외에도 <이 아이> <해자> 등에서 주목받은 서삼석 배우, 시원한 목소리가 매력인 김경숙 배우, 영화와 TV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여민주 배우 등 믿고 보는 배우들만으로 구성된 “특별한” 가족이 출연, 이 봄, 한양레퍼토리씨어터 무대에서 형형색색의 꽃을 피운다.



극단 소개


극단 은행나무는 1994년 12월 3일 창단하여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으로 창의적 공연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공연 참여자들이 작품에 대해 같은 생각을 많이 할수록 좋은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신념하에 작품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 공유하여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배우 앙상블을 중요시 여기며 다양한 스텝들의 에너지를 모아 승화시키며 창작 활성화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표현의 자유만큼 의무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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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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