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극 < 고도를 기다리며 >

글 입력 2018.04.2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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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_포스터.jpg
 
 
부조리극에 대해 조리 있는 글을 쓰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글, 넓게는 언어란 인간이 이 세상에 조리를 부여하는 일이다. 혼돈이 가득한 이 세상을 어떻게든 이해하기 위해,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질서를 부여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말이다. 사물을 명명하고, 개념을 만들고, 설명과 묘사와 논증을 하는 모든 것은 언어이다. 이러한 언어는 대체로, 그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조리를 가진다. 조리 없는 말은 헛소리로 취급받는다. 이 연극은 연극계의 헛소리정도 되려나.

약간의 검색을 해보니 이 부조리극에 조리를 부여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고도가 신의 상징이라든가, 기다림이 인류의 구원에 대해서라든가, 각 등장인물은 어떠한 인간군상을 상징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조리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본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조리 있는 해석’을 비난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나는 직접 극을 보기 전까지는 굳이 조리를 취하고 싶지는 않다. 부조리는 부조리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으로 관람하고자 한다.

물론 부조리는 허무와는 다른 말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아니라 부조리가 있음이기 때문이다. 이 연극 역시 텅텅 비어있어서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 없는 그런 극은 확실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에 상당 부분 기여를 한 작품이니, 우리의 노벨문학상이 허무에 주는 상이 아니라면 이 극은 허무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명백하고 충분하게 채워져 있는 극인데, 무엇으로냐 묻는다면 그건 이의의 여지없이 기다림이다. 그런데 끝나지 않는 기다림이다. 센스 있게 그 시작도 없고, 이유도 설명도 없는 ‘그저’ 기다림이라 설정되어있다. 아니 어쩌면 이는 당연할지도. 당연한 센스가 있는 부조리극이라 기대된다는 말을 써두고 보니, 이 말조차 부조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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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정도 부조리 했으면 이제 연극을 볼 차례이다. 연극을 보고 난 뒤에는 얼마나 조리 있는 글을, 그 전에 얼마나 조리 있는 생각을 덧씌울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물론 나는 여전히 작품은 고유의 부조리만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거기에 나는 생각을 ‘덧씌우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느낀다.





고도를 기다리며
- En Attendant Godot -


일자 : 2018.04.19(목) ~ 05.20(일)

시간
평일 19:30
주말 15:00
월요일 쉼

장소 : 소극장 산울림

티켓가격
전석 40,000원

주최/주관
극단/소극장 산울림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75분 (인터미션 : 10분)




문의
극단 산울림
02-33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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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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