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워야 가득 채울 수 있다, 나의 미니멀라이프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4.2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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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학교 다닐 때 늘 내 과제의 컨셉으로 쓰였던 주제였다. 원하는 컨셉을 잡아 피피티를 만드는 수업이 있으면 난 당연하다는 듯 미니멀리즘을 찾았다. 그만큼 참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무언가, 그때의 나는 화려하고 복잡한 것보다 단순하고 절제된 것에 더 끌렸었다. 그리고 절제미에서 나오는 편안함과 세련됨을 참 좋아했던 것 같다. 뭐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와 바뀐 것이 있다면 요즘의 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나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생각의 시작은 단순했다. 언젠가 미니멀리즘 라이프를 추구하고 있지만, 그에 반해 난 너무 욕심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해야 했고, 갖고 싶은 것은 무리한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쟁취해야 했다. 또 그렇게 가지게 된 많은 것들을 손에 넘치게 쥐고서 놓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애를 썼다. 그 와중에 뭐든지 완벽해야 한다는 완벽주의는 나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들 중 하나였다. 겉으론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바랐던 나의 모습은 지난날의 슬픈 초상이다.

1. 미니멀리즘과 패션 - 1


미니멀리즘은 불필요한 것들을 배제하고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 사조를 뜻한다. 오늘날 이러한 미니멀리즘은 패션, 인테리어, 라이프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었는데, 예전에는 의복이나 가구 등에 적용되었던 것이 요즘엔 '삶'이라는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패션에서는 장식적인 디자인을 제거한 심플한 디자인이나 비슷한 톤과 소재를 이용한 조합 등으로 보이고 있는데,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질 샌더'라고 할 수 있다. 질 샌더는 매번 미니멀 패션의 정석적인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으며,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가장 자연스러운 멋을 연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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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l Sander 질 샌더  S/S 2018 RTW Milan

2. 미니멀리즘과 패션 - 2


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는 'LIFUL' 라이풀이다. 라이풀은 한국의 1세대 스트릿 브랜드이자 미니멀리즘과 스트릿적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여 자연스러운 멋과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연출하는 브랜드로, 의복에 어떤 요소를 넣고, 어떤 요소를 적절히 배제하고 또 변형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또 미니멀한 디자인과 더불어 옷 곳곳에 숨은 디테일들은 소비자의 섬세한 감성을 자극하며, 이러한 점은 라이풀의 옷을 한 번 구매한 소비자라면 또다시 재구매를 하게 만들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덕분에 필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라이풀로 입은 적도 있다.) 추후에 다시 한 번 글로 담고 싶은 나의 최애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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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UL 2018 Summer Collection


3. 새로운 삶의 방식


인테리어에도 미니멀리즘은 아주 많이 이용되는데, 요즘은 인테리어를 넘어 미니멀리즘이 삶에 반영된 '미니멀라이프'가 유행하고 있다. 집안의 필요없는 가구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쇼핑을 절제하는 등의 생활습관과 식단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며 자신의 삶의 일부를 덜어냄으로써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채워가고 있다.

때로는 값비싼 것들로 가득찬 옷장보다 단촐하지만 조화롭게 꾸며진 옷장이 더욱 더 멋스러워 보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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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과거의 나, 지금의 나


늘 많은 것들을 원하고 얻기 위해 노력했던 예전의 나에 비해, 지금의 나는 가장 중요한 몇 가지에만 에너지를 쏟는 법을 체득해가고 있는 중이다. 놀라운 점은 내가 갖고 있던 많은 것들을 놓는다는 것이 아쉽거나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자유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품에 안고 살아간다. 너무 많은 말들, 너무 많은 사람들, 너무 많은 할 일들, 너무 많은 스트레스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우리는 점점 '나'의 목소리가 아닌 나를 둘러싼 다른 것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은가. 미니멀라이프는 내 삶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더불어 내가 생각지 못한 다른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편안함, 내면의 가치, 자유로움, 만족할 줄 아는 마음, 삶의 행복감 등. 우리는 더 높고 좋은 삶의 질을 위하여 내가 과하게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삶에서 과감히 비워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비워내야 다른 무언가를 더 가득 채워 넣을 수 있으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


사람들이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방법은 전부 다르다. 누군가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수많은 쇼핑 리스트를 지워가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먼저 우리 마음에 너무 많이 뻗어있는 가지들을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은 우리를 욕심에서 자유롭게 만들고, 그것은 곧 다른 삶의 행복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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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마음가짐이다.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는 인생의 중요한 가치관 중 하나는 '거절'이라고 말한다. 내 인생에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인지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내 삶에서 무엇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지 거절할 권리가 있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는 물론, 가장 중요한 나와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개인적으로 책의 내용 중 가장 충격적으로 와닿았던 부분이며, 이것이 우리의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만족할 줄 아는 마음. 요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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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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