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흉터 - 공연 '특별한 저녁식사' [공연]

글 입력 2018.04.2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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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저녁식사 무대.jpg
 
 
대학교 신입생 때 엄마와 심하게 싸운 적이 있다. 계기 자체는 아주 사소했지만, 대화가 많은 편인 우리 모자에게 다툼은 생소한 것이었다. 새내기 때의 나는 노느라 바빴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는 빠지지 않는 아이였다. 낮에 일하고 저녁에 주무시는 엄마와 시간이 어긋났고, 대화는 줄어갔다. 달라진 아들의 일상에 엄마는 당황스러워 했고, 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가 서운했다. 20년을 같이 살아왔어도 타인은 타인이다. 소통의 부재는 오해와 다툼의 씨앗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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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며 헛웃음이 났다. 말할수록 상처만 남기는 가족의 대안은 침묵이었다. 진취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라는 명분을 위한 침묵. 다음은 개인사가 담기지 않은 ‘지구온난화’라는 관심도 없는 주제에 대해 서로 열변을 토했다. 거짓된 평화는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불안했고, 평범을 연기하기에 그들은 너무도 평범하지 않았다. 아니, 위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미 평범한 것일지도. 생각해보면 지금 당장 우리 가족을 타인에게 소개할 때, 어떤 가족이 조금의 위선도 없이 솔직하게 소개할 수 있을까?
 
연극의 가족이 조금 더 유별났던 것은 극단적인 캐릭터들 때문이었다. 지식이 많지만 막말을 일삼는 권위적인 아버지, 다단계 상품을 늘상 들이미는 어머니, 지구온난화라는 문제로 남자에 대한 상처를 가리는 첫째 딸, 고시 공부 중 돌연 예술인의 피가 흐른다며 록커가 되겠다는 둘째 아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모은 막내딸까지. 소통의 부재를 앓고 있는 가족들은 많겠지만, 극단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문제를 부각시켰다. 다만 시들시들한 개그코드, 적절치 못한 무대 활용 등으로 인한 몰입도 감소 등은 아쉬웠다.
 
엄마와 그 때 어떻게 화해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른 가족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은 끝맺음에 약하다. 앙금이 남았다는 티는 감추지 않으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서로 쉬이 하지 못한다. 그 때도 아마 평소보다 차가운 엄마의 “밥 먹어”라는 말이 다툼의 종지부였을 것이다. 연극 역시 좋게 말하면 열린 결말, 나쁘게 말하면 흐지부지한 결말이다. 예비 사위는 여전히 ‘평범하게 화목한’ (‘평범한’과 ‘화목한’이 현대에 양립하는 가치인지에 대한 생각은 제쳐두고) 가정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문제는 계속된다. 언제나 그랬듯이. 서로의 흉터를 들추기도, 방관하기도, 자기도 모르게 위로하기도 하면서 삶은 계속될 뿐이다.

 
특별한 저녁식사 _ 포스터_최종.jpg
 




특별한 저녁식사
- 이제부터 연극하라곰?! -


일자 : 2018.04.10(화) ~ 05.13(일)

시간
평일 8시
주말 4시
월 공연없음

장소 : 한양레퍼토리씨어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극단 은행나무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무
한양대학교, 한양레퍼토리씨어터
샛별당 엔터테인먼트

관람연령
만 12세이상

공연시간
90분




문의
극단 은행나무
02-3672-6051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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