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유토피아를 위한 디스토피아, 연극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페미씨어터의 첫 연극 제작, 연극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글 입력 2018.04.2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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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연극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이 첫 문장을 만나는 순간, 나는 온갖 궁금증에 휩싸였다. 우리, 도시, 함께, 도착. 단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박히며 다음 문장으로 시선을 끌고 갔다. 그렇게 마지막 문장 ‘어두워진다’까지 다 읽어버렸다. 연극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의 원작, 강화길 작가의 <방>이었다. 어쩐지 어두워진 창밖을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은 또 어떤 느낌일까. 기대가 방 안의 전등처럼 밝게 피어올랐다.


시놉시스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폐허가 된 도시.
정부는 거액의 급료를 제시하며
도시를 복구할 인력을 모집한다.

수연과 재인은 도시로 간다.
"좋은 곳에서 시작하고 싶어"서,
함께 살 전셋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도시에 도착한 수연과 재인이 맞닥뜨린 환경은
암흑과 40도의 더위, 부식과 오염이었다.



유토피아를 위한 디스토피아

  아주 어릴 적부터 그런 말을 들어왔다. ‘지금 참으면-’ 혹은, ‘지금 견디면-’. 아주 그럴듯한 말로 이런 말도 들었다. ‘6년의 고통이 60년의 행복으로’. 그런 말들은 중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들을 채찍질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고통의 올가미 속으로 기어들어가게 만들었다. 한국의 입시를 겪어본 학생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미래의 나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그 마음을.

  고등학교 3년간 그토록 노력해서 대학에 입학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학점 경쟁을 하고, 누군가가 대외활동을 시작했다는 말에, 자격증을 땄다는 말에 불안해했다. 과거와 별반 다를 것 없었다. 목표가 취업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정작 취업한 누군가는 대학생만큼 편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60년의 행복은 언제 오는 걸까.

  크면서는 그런 말도 자주 들어왔다. ‘넌- 여자가-’. 가끔은 수치스럽고 참기 힘든 말들이 날아와 가슴 속에 박혔다. 씨앗은 뿌리를 박고 무럭무럭 자라, 이파리는 온 몸을 뒤덮었다. 그래도 참아야 했다. 견뎌야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겨야 했다. 아픈데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다. 어떤 때는 아픈 줄도 몰랐다. 그렇게 나중을 기약하며 살았다. 나중에는 나아질 거라고, 분명 바뀔 거라고 믿었다. 나는(어쩌면 우리는) 무뎌져 갔다.

  이제야, 언제쯤 참지 않고, 견디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궁금해졌다고 한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이 굴레에서 도망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사회 속 청년은, 여성은, 소수자는. 유토피아로 갈 수 있는 길이라는 명목 아래 디스토피아에 묶여있다. ‘유토피아를 위한 디스토피아’. 그들에게는 이 말이 더 이상 역설이 아니다. 현실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약자들은 언젠가의 희망찬 ‘나중’을 위해 기약 없이 ‘지금’ 힘들어야 했다. 오염된 수돗물이라도 들이켜야 했다. 병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고치면 된다고 다독여야 했다. 이 연극은 그동안 켜켜이 쌓인 약자들의 현실에 대해 발화하려 한다. 희망을 간절히 기도하던 절망 속의 잔혹함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리고, ‘페미씨어터’의 첫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니만큼 이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고 소리치려 한다. 제목처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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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 청년 + 여성 + 소수자의 삶을 그리는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유토피아를 꿈꾸기 위해 제 발로 디스토피아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역설


  여기, 도시라는 폐허에 함께 도착했지만 어디로도 ‘함께’ 출발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대가가 너무 큰 희망을 품은 탓으로, 죽은 도시에 제 발로 걸어 들어와 허무하게 목숨과 희망을 맞바꾸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목숨 값은 너무나 형편없는 것이어서 꿈꾸었던 미래는 그들에게 조금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는 건 너무도 익숙하다. 하지만 현재의 고통이 미래의 행복을 잃게 만든다면, 그렇게 판단했다면, 멈췄어야 했다. 돌아갔어야 했다. 그들이 잘못된 선택을 연속적으로 하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멍청하고 미련해서일까? 애초에 그들이 가진 선택지 중에 ‘선택할 만한 것’ 이 있기는 했을까?

  유토피아를 꿈꾸기 위해 제 발로 디스토피아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역설.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하는 인물이 사회의 소수자, 약자일 때 위의 역설은 더 이상 억지 설정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현실에 살고 있다. 흔히 디스토피아를 다룬 작품들은 그 괴상한 세계를 그려가기 위해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 작품만의 독특한 디스토피아를 창조해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려내는 디스토피아는 지금 우리 사는 세상과 너무나 닮아있다. 희생 없이, 죽을 각오 없이 감히 더 나은 삶은 꿈도 꿀 수 없는 세상. 그 자체가 디스토피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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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이후 여성문제에 대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는 강화길 작가의 소설「방」을 연극으로!


  연극<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는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방」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을 쓴 강화길 작가는 「방」으로 등단한 이래 여성문제에 대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여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며, 2016년 소설집『괜찮은 사람』을 냈고, 단편 「호수-다른 사람」으로 2017년 제8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제목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는 원작의 첫 문장이다. ‘함께’라는 단어가 좋았고, 이들이 도착한 ‘도시’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는 문장이라 제목이 되었다.

“절망이 희망보다 안락하고
희망이 절망보다 불안하다면
우리는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게 아닐까.

바로 그 안락을 뒤흔드는 힘이
강화길 소설에는 있다.

그것을 읽으며 우리가 고통스러웠던 것은
그들의 불안이 전염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왜 너는 병들었는데
아프지 않으냐는 질문이 더 아프다.”

-황현경 문학평론가-


페미씨어터의 첫 연극 제작. 본격 활동 시작!


  페미씨어터(대표 나희경)는 ‘페미니즘 연극제 운영’과 ‘페미니즘 연극 제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를 휩쓸면서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라거나 ‘남혐’이라는 등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도 늘고 있다. 그러나 페미씨어터가 바라보는 페미니즘의 목표는 궁극적인 성평등이다. 젠더위계의 하위에 여성이 위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회분위기를 바꾸고, 존재조차 지워졌던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것이다. 젠더와 상관없이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게 하려는 운동이 페미니즘인 것이다. 연극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동안 획일화 되어있던 여성캐릭터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더 많은 성소수자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페미씨어터는 5월에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를 공연한 뒤, 6월 21일부터 7월 29일까지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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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개요>

공연명 :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장  소 : 미아리고개예술극장

기  간 : 2018.05.03(목)-05.13(일)

시  간 : 평일 8시 / 토 7시 / 일 4시, 7시 (화 쉼)
* 7일(월) 대체공휴일 4시 공연

가  격 : 정가 30,000원

등  급 : 14세 이상 (중학생 이상)

예  매 : 인터파크티켓, 대학로티켓닷컴, 플레이티켓

문  의 : 010-2069-7202

제  작 : 페미씨어터, 래빗홀씨어터

협  력 : 성북문화재단, 마을담은극장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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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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