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한 줌의 확신도 없는 삶의 불안에 대한 연극, 공포

글 입력 2018.04.2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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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한 줌의 확신도 없는 삶의 불안에 대한 연극
공포


어른이 되고나서 이해하게 된 것들 중 하나가 '장래희망 란'이었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에게 왜그리 '무엇이 되는 것'이 중요한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실 초등학생 때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디자이너나 화가를 꿈꿔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린 날은 청소년기 이후보다 그 행위 자체의 즐거움에 도취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꽤 꾸준히,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종종 '장래희망'에 대해 물었다. 어린 시절의 내가 말간 얼굴로 무엇이든 채워넣으면, 그걸 받아든 어른들은 뭔가 대단한 깨달음이라도 준 것처럼 뿌듯해했다. 어릴 때는 단순히 어른들은 역시 완성품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로부터 십몇년 나이가 들어 그때의 내 또래 아이들을 보는 나이에 이르러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어른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경험해보니, 어른들도 별달리 꿈이나 장래희망이란게 없었다. 재능이나 돈과 같은 현실의 벽을 운운하며 말꼬리를 돌리지만, 사실 단순히 그의 정체성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이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장래희망 빈칸을 채우라 하는 것은 모순되어보이지만, 이제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 한 어른으로서 필자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한다. 그들은 좀 더 자신을 단순하게 정의할 수 있는 아이들이 꿈을 적어 내리는 것을 대리만족하기 원했던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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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가 좀 더 견고해지면, 꿈을 쫓으면서 꿈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어려워진다. 나는 그래서 실존주의 철학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그 어떤 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갈 길도, 이미 다 무너져버린 과거의 길도 우리에겐 없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우리가 밟고 있는 땅과, 한 발자국 나아갈 힘 뿐이다. 우리는 그래서 때로, 돌이킬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과거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건 이제 없는 길이고, 인간은 다시 자신의 발만큼 확신할 수 있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삶에서 불안은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극 <공포>의 등장인물은 불확실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를 닮았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삶이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두렵고 진부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과거의 행동 때문에 현재에 고통 받고 있지만, 고통의 원인이 되었던 과거의 행동에 아직도 취해 있다. 삶을 끝내는 방법은 죽음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죽음을 선택하지 못한다. 작가이자 원작의 '나'에 해당하는 체홉의 말대로 “삶이 생활의 고통에 대한 보답으로 끝나거나 오페라처럼 갈채를 받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똑같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왜 우리는 당장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가?

<공포>는 이런 불안한 삶 속에서도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이유에 대한 탐구다.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등장인물들은 인간의 실존과 불안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산다는 것 자체에 공포를 느끼는 농장주 실린과, 거친 삶이지만 사는 거 자체가 인간의 의지임을 알고 있는 하인 가브릴라. 신의 작은 말씀에도 귀 기울이는 조시마 신부와 “신은 자신을 만끽하고 있을 뿐”이라는 요제프 신부. 문명의 전환기에 섰던 작가 체홉의 불안과 공포가 관객들을 안전하게 감싸고 있었던 연약한 알의 껍질을 두드린다. 체홉의 불안이 흘러들어와 그 뻥 뚫린 깊은 구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공포
- 제39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


일자 : 2018.05.04(금) ~ 05.13(일)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 3시
월 쉼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제작
그린피그

주최
서울연극협회

주관
서울연극제 집행위원회

관람연령
만 12세이상

공연시간
135분




문의
그린피그
02-742-7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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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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