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극 < 아마데우스 > : 과연 불운했던 자는 누구였을까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4.2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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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아마데우스 >에 대한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연극 < 아마데우스 > 극적인 묘사와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관계가 주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실보다 왜곡되어 나타난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살리에리와 모차르트는 동시대에 활동한 음악가이긴 하나,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시기하였다는 것은 사실무근입니다.





연극 < 아마데우스 > 는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퍼의 < 아마데우스 >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창작 연극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 아마데우스 >를 감명 깊게 봤었고, 소위 말하는 '인생 영화' 중 한 작품이라 놓칠 수 없는 공연이었다. 게다가 조정석, 김재욱, 한지상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출연 소식 역시 기대감을 더하는 요소였다.

연극 < 아마데우스 >는 연극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굉장히 복합적인 요소들을 극에 사용한다. 20곡이 넘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20인조 오케스트라의 MR로 들려줄 뿐 아니라, 실제 무대 위에도 6인조 오케스트라가 출연해 직접 연주를 하기도 한다. 또한 창작 넘버가 삽입되어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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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처음 봤던 때가 4년 전쯤이었는데, 영화 < 아마데우스 >에서는 살리에리가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천재를 알아볼 수 있는 재능은 있었지만, 천재는 될 수 없었던 살리에리. 대다수의 사람들은 살리에리의 감정에 이입을 하게 된다. 살리에리 시점에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에게 더 몰입 할 수밖에 없고, 일반 사람들은 '평범함'에 대한 원망을 한 번쯤은 가진 경험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연극 < 아마데우스 >를 보고 난 후에는 왜인지 모차르트의 삶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4년 동안 나의 가치관이 변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영화와 연극의 연출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달랐을 수도 있다. 영화를 본지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다시 보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러진 못하였다. 확실한 건, 연극 < 아마데우스 >를 보면서 이전에는 가지지 못했던 살리에리에 대한 의문들이 생겼기 때문에 모차르트에 대한 연민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지금 그 의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살리에리는 정말 '평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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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리는 요제프 황제의 눈에 띄어 오스트리아의 궁정 작곡가에서 후에는 궁정 악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각고의 노력도 분명 그가 높은 위치까지 오르는데 도움을 주었겠지만, 그가 정말 '평범한 음악가'였다면 최고의 자리에 서는 것이 가능했을까? 그도 분명 음악에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환경에서 작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높은 위치에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그의 오페라는 당시에 굉장히 성공적으로 공연되었다. 다만 재능의 정도가 모차르트가 컸다는 게 살리에리에게 큰 사건으로 다가온 것이겠지. 그냥 천재였으면 이야기가 좀 달라졌을까, 모차르트는 방탕하고 오만한 인물로 그려진다. 고상함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이 젊은 음악가에게 재능을 내리신 신을 원망하며 광기 어린 복수를 시작하는 살리에리. 하지만 자신의 영역에서 이미 부와 권력, 명예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살리에리라는 음악가에게 '평범한 자들의 수호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수식어인가?

살리에리에 비해 모차르트의 삶은 생각보다 비극적이었다. 그는 천재였으나,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삶을 살았다. 그는 가르칠 제자도 없었고, 오페라 공연 등으로 벌어들인 돈은 파티 등에 써버리면서 가난한 삶을 살았다. 살리에리는 그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뺏어버리고, 그가 오페라를 올리면 공연을 몇 번 올리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오페라 '마술피리'가 성공했지만 쉬카네더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그의 삶은 더욱 피폐해져만 갔다. 오페라의 주소비층인 귀족들이 사랑하는 영웅담, 신의 이야기를 다루는 오페라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오페라는 외면당했고, 요제프 황제는 모차르트를 아끼긴 했으나 그의 재능을 알아볼 안목을 가지고 있지 않아 살리에리에게 휘둘리기만 했다. 그렇게 모차르트는 거액을 준다며 익명의 누군가가 의뢰한 레퀴엠을 작곡하다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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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는 사후에 그의 음악이 널리 알려지고,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모차르트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살리에리는 그의 음악도 낯설고, 어쩌면 클래식에 무지하다면 그의 이름 역시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을 때를 생각해보자. 오스트리아에서 음악가로 누릴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권위를 모두 누린, 왕실과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살리에리가 과연 자신이 '평범하다'라고 여기며 불행한 삶을 살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필자는 살리에리가 본인의 과욕에 의한 파멸을 맞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살리에리가 '평범함'을 대표한다는 것은, 후대 사람들의 잘못된 해석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가 지금 모차르트보다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에게 '평범하다'라는 프레임을 씌운 것은 아닐까?



살리에리의 적은 모차르트였을까, 신神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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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리는 1막의 마지막에 신을 원망하며 결국 신과 대립하게 된다. 신을 위해서 음악을 해온 살리에리에게는 재능을 주지 않고, 그와 정반대인 모차르트에게 재능을 주었다는 것이 원망의 이유였다. 그리고 이는 곧 모차르트를 파멸로 이끄는 계획과 이어진다. 모차르트는 사실 살리에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사건이 전혀 없다. 단지 살리에리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살리에리의 '화풀이'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살리에리는 신에게 '당신은 나의 영원한 적입니다'라는 말을 한다. 신과의 싸움을 선언했으면서 왜 그 피해를 온전히 모차르트가 받게 된 것일까. 필자는 사실 무교이기 때문에 살리에리가 조금은 허무맹랑해보였다. 음악으로써 신을 섬기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과 대립구도에 서는 것을 선택하다니.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리는 아이같이 않은가? 어쨌든 살리에리는 신을 믿는 자이기 때문에 신의 존재 역시 믿었고, 신의 존재에 대한 증명을 모차르트가 가지고 태어난 재능으로 하고 만다. 모차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신의 대변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비극적인 결말에 몰아넣은 것은 자신을 외면한 신에게 대항하고 싶었던 살리에리의 잘못된 방식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걸 반대로 생각해볼수도 있다. 모차르트의 등장에 살리에리는 굉장히 초조하고 불안해졌고 그를 자신의 위치에 오를 수 없게 막고 싶었을 것이다. 모차르트를 합당하게 끌어내릴, 스스로를 납득시킬수 있는 이유가 필요했던 것이다. 신을 이유 삼아 모차르트를 괴롭히기 시작했을수도 있다. 이 경우엔 살리에리의 적은 확실히 모차르트였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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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필자는 살리에리의 적은 신神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엉뚱한 피해자가 되어버린 모차르트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가 신을 믿었기 때문에 더더욱 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존경하고 모시고 살았는데, 내 기도와 욕망은 무시하고 저런 놈한테 재능을 줬단 말이지? 내가 당신 없이도 보란듯이 성공할테니까 두고 봐라." 라는 살리에리의 치기 어린 마음이 만들어낸 비극적인 결말. 과연, 이 말도 안 되는 싸움에서 정말로 불운했던 자는 누구였을까.



사진출처
페이지원 컴퍼니(@page1company)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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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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