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이곳에서 당신의 '고찰'을 기다리며 _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답이 없어서, 이 대답 저 대답도 다 맞는 그런.
글 입력 2018.04.26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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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모든 것은 참 다양하다. 
사랑의 모양도, 대상도,
또 우리의 얼굴도, 또, 또 많은 것들이.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모두 아우르고 친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그들과 친해져야 하는 것은 그것은 다른 것이지 모두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듣고 느끼려고 노력하는 필자에게, 가장 좋은 ‘다양’을 보여주는 것은 많은 경우에서 연극이었다. 아마도, 눈 앞에서 사람들이 움직여서 생동감도 있거니와, 같은 사람이지만 관객석의 이들과 무대 위의 이들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 공간 속에서도, 역할 속에서조차도 다양하다. 또 정말로 연극이 다양한 것은, 꽤 많은 이야기를 하고 남기기 때문이다.
 
영화의 이야기도 물론 다양하다. 하지만 그 역사가 더 긴 연극의 다양을 이길 수 있을까. 필자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 일단은 연극의 손을 들어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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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그리고 다양한 모습의 연극이 많이 있다. 오늘 필자가 소개할 것은, 다양하게 해석될만한 여지를 남기는, 꽤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을 가진 연극 한편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이름을 단 이 연극은, 정말 ‘기다린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결국엔 그러다 막을 내린다. 그렇다고 무슨 정확한 이야기를,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도 아니다. 그냥 기다리다가, 끝이 난다.
 
이런 종류의 연극을, 누군가들은 ‘부조리극’이라고 부른단다. 다양한 연극의 모양새 중에서도, 가장 우리네 ‘삶’과 닮아있는 연극이다.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나 할까.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우리는, 인생이 꼭 동화처럼 교훈이 있다거나 확실한 스토리가 있지 않음을 안다. 그저 흘러가는 것이고, 부조리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을 만큼 알 수 없고 무질서하다. 그런 인생의 어지러운 점을 잘 반영한 것, 그것이 이 ‘부조리극’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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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조리한 연극이 재미있는 점은, 이 연극에 한해서는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점잔빼며 이 연극이 기다리는 ‘고도’에 관해서 나름의 논지로 설명을 하고 우리를 가르칠 누군가가 없다. 답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이 답이 된다. 우습게도, 이 연극을 만들어낸, 베케트도 모르는 그 ‘고도’라는 것의 진실을, 연극의 모든 관객이 알아낼 수 있다. 그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
 

사뮈엘 베케트.jpg
연극의 원작자, 사뮈엘 베케트


“답이 없다고? 그럼 이 연극을 왜 봐!”라며 무언가 확실한 것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이 연극이 당신에게 정확한 답보다는 무언가의 느낌을 던져줄 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무언가의 느낌은 확실히 주변의 생활 속에서 느끼기는 어려운 것이다. 3 시간의 인물들의 부조리한 대화들과, 그 연극이라는 탈일상의 시간들 속에서, 고도만을 기다리다가 끝을 맞는 허무를 맛보았을 때 당신은 인생에 관하여, 그리고 삶에 관하여 비로소 고찰하게 될 것이다. 이 연극이 바라는 것도, 보여주고자 하는 것도 그것이다.
   
인생에 관한 고찰은 좋다. 또 그것이 정확한 교훈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의 부정확한 느낌 속에서 풀어가는 나름의 고찰이라면 더 좋다. 다른 사람이 인생에서 겪은 다르기만 한 ‘명언’적인 무언가 보다는, ‘내 인생에 관해 내가 고찰하는 게’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에스트라공(박상종)_컨셉사진.jpg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연극을 보러 갈 이유는 충분하지만, 이 ‘고도를 기다리며’가 더 기다려지고 걸음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그 제작진과 출연진, 또 극장의 유서깊은 역사들 때문이다. 자랑할 거리가 아주 많다.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산울림 소극장, 둥그런 반원의 의자들 사이에서 당신을 만나길 기대해 본다. 또 당신이 놓고 갈 인생에 관한 나름의 고찰을 환영하고 기다린다.

이만, 이 곳에서 ‘고찰을 기다리며’



드리는 정보



소극장 산울림
평일 늦은 7시 반 / 주말 3시
월요일 쉼
전석 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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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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