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확실한 삶, 알 수 없는 사람 마음 연극 '하이젠버그'

글 입력 2018.04.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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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삶, 알 수 없는 사람 마음
연극 '하이젠버그'


하이젠버그 _정동환&방진의 4.jpg
 

의도적으로 시작한 이야기였다. 미국으로 가버린 아들을 찾아가기 위해 필요한 돈을 뜯어낼 계획이었다. 40대 미혼모 죠지가 70대 노인 알렉스 앞에 나타나 계속 신경이 쓰이도록 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 세상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계획적으로 시작한 일이 마음이 가는 일이 되었다. 알렉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죠지.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여느 드라마, 영화, 소설 등에서 있었을법한 전개이기는 하다.

하지만 내용을 끌어가는 방식에 결코 징징거림이 없고, 담백한 구성과 감정의 전개는 관객으로 하여금 뻔하지 않은 몰입을 만든다. 통속적일 수 있지만 어쩐지 세련되고, 그렇다고 해서 진부하거나 어렵지 않고, 번역된 대사 특유의 건조함도 없다(이 부분에선 정동환, 방진의 두 배우의 연기력이 한몫하기도 하는 듯 하다).

무대 또한 군더더기가 없었다. 원작의 무대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콘서트 공연장이나 스포츠 경기장처럼 원형으로 배우를 둘러싸고 사방에서 관찰할 수 있는 방식의 공연장은 그 자체로 연극을 이색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으며, 의상 탈의와 소품 변경, 무대 구조 변경 과정이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짐에도 현대무용의 한 장면처럼 매끄럽게 여겨지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동안은 번역된 연극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편견이 있었다. 이제껏 보아온 원작이 해외 작품인 연극들에는 책을 읽는 듯한 답답한 대사와 어투, 공감할 수 없는 어설픈 이국적 상황은 재미없음을 넘어 다소 민망한 느낌마저 줄 때가 더러 있었다. 때문에 큰 기대 없이 하이젠버그를 만났지만, 이 작품은 달랐다. 편견 또한 내려놓게 된 순간이었다.

유달리 이 작품이 해석을 잘해서 잘 마련된 것인지, 그간 우리나라의 연극 수준이 올라간 것일는지는 좀 더 많은 작품을 대한 후에야 판단해볼 만한 일이겠으나 하이젠버그는 몰입감을 주었고, 마음을 흔들었고, 때로는 유쾌함마저 있었다.
 
제목과의 연관성은 자연스럽게 극 중에 녹아 있다. 물리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하이젠버그라는 제목이 나왔다 하여, 쫄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결코 어렵지 않고, 결코 진부하지 않다.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를 본적이 있다면, 어쩐지 비슷한 기분이 들어오는 지점들이 있으니, 함께 살펴보는 것도 재밌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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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이젠버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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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중 한 장면.

주인공 설정이나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어쩐지 유사한 분위기가 있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라면,
두 작품을 비교해서 살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겠다.


웹전단.jpg
 

[에이린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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