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인간의 몰락 『인간 실격』 [문학]

글 입력 2018.04.28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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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부터 정말이지 자주 참 행운아다, 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언제나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저더러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 쪽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가정부들에게 겁탈을 당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요조는 그런 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위선적인 행동에 세상을 믿지 못했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두려워했다.현대인, 특히 청년들도 이런 공포를 느끼면서 살고 있다.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전전긍긍 하며, 항상 눈치를 본다. 그리고 항상 자기를 검열한다. 타인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자존감 없는 세대.

그래서 항상 익살로 상대방을 안심시켰고, 속은 곪아갔다. 이런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래서 『인간 실격』은 이런 구절로 시작된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라고. 단지 익살을 부리는 게 요조의 잘못인가? 요조의 잘못이 아님에도 그는 부끄럼을 느낀다.
 

“남이 나를 두고 나쁘다고 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나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나 그 공격을 잠자코 들으면서 내심으로는 미칠 정도로 공포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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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군의 화가들은 인간이라는 도깨비에게 상처입고 위협받다 끝내는 환영을 믿게 되었고 대낮의 자연 속에서 생생하게 요괴를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익살 따위로 얼버무리지 않고 본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항상 가면을 쓰고, 감정을 감추며 살아온 요조에게도 감정을 나타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도깨비 그림을 그려 유일한 친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나타낼 때마다 도깨비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림’ 이란 요조에게 있어 유일한 자랑거리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였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비웃는다. 최초로 ‘화가가 되고 싶다며’ 내면을 고백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코웃음을 친다. 그는 얼마나 절망했을까.

두려워하는 세상에게 내면을 용기내서 고백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멸시와 비웃음뿐. 여기서 요조가 ‘인간 실격’ 이 서서히 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안팎 구별 없이, 그저 끊임없이 인간의 삶에서 도망쳐 다니는 바보 멍청이인 저 혼자만이 완전히 뒤에 처져 호리키한테조차 저버려진 것 같은 느낌에 당황했고, 칠 벗겨진 젓가락을 움직이면서 견딜 수 없는 쓸쓸함을 맛보았다는 사실을 기록해 두고 싶을 뿐입니다.”


그는 좋은 친구를 사귀지도 못했다. 호리키와 동료 사이가 되지만, 진정한 친구가 되지는 못했다. 요조가 만난 여자가 여럿 있었지만, 요조는 그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같이 동반 자살을 하지만, 요조 혼자만 살고, 아내가 강간을 당해도 아무 말도 못하는, 창녀를 혐오하지만, 창녀의 품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모순적인 행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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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에는 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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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도망쳤습니다. 도망은 쳤지만 기분이 좋을 리 없었고, 그래서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모든 것이 어긋나버린 요조는 결국 세상으로부터 도망친다. 아버지도 , 여자도 없는 정신 병원에 가기도 하는 사건을 겪고, 결국에는 요조는 무너졌어. 세상에 일말의 희망도 남기지 않은 채로.

“지금 여기서 나가도 나는 역시 미친 사람, 아니 폐인이란 낙인이 찍히겠죠? 인간, 실격. 이미 나는 완전히 인간이 아닌 게 되었습니다.” 요조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요조는 완전히 ‘인간 실격’이 되었다. 요조가 자신 스스로를 인간 실격으로 만들었는가, 아니면 세상이 그를 인간 실격으로 낙인찍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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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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