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4차 산업 혁명의 전제, 미술을 알아야 산다 [도서]

문화예술의 중요성
글 입력 2018.04.2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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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알아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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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렇게나 구체적으로 설득하는 책이 있었던가



"너 철학과야? 철학과 나오면 뭐해?"

 이 말이 귀에 대못으로 막혀 다른 말들이 잘 들리지도 않게 되었을 때 이 책을 우연히 받아보게 되었다. 어찌보면 단순한 주제의식의 책이었지만, 그 논거가 너무나도 압도적이어서 생각보다 충격적인 책이었다.

 많은 것들이 철학자들의 언명이나 미술로부터 왔다. 광고나 제품의 디자인은 물론 심지어는 과학까지도 그렇다. 저자는 이것을 굉장히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이 세계에서 문화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그럼에도 그것을 모르거나 심지어는 무시하는 것이 얼마나 비일비재하며, 또, 무서운 일인지를. 그렇다면 이 책은 문화예술에 대한 찬미이자, 무지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비본질이 본질을 압도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항상 본질을 둘러싼 것들이 그 본질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사람들이 돈을 얼마나 쉽게 소비하는가. 많은 연구에서 사람들은 필요한 것에만 투자한다는 전제가 있어왔지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 사람들은 돈을 쓴다. 소위 '쓰레기 같은 물건'이라고 해도, 예쁘게 잘 포장하면 너도 나도 산다. 어차피 방에 갖다 놓고 한 두 번 쳐다보다가 잊어버릴 걸 알면서도. 공급자들은 이것을 알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쁘기만 하면 다가 아니라는 것은 모른다. 사람들의 의식과 무의식의 깊은 뿌리에는 개인과 사회의 역사와 문화가 있고, 그것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

 문화 속에 살고 분위기에 살면서도 그 분위기에 대한 배경 지식이나 경험이 없으면 많은 것을 느끼기 어렵다. 어린 아이들이 사물을 만져보며 사물에 대한 감각을 키워나가듯, 소비자들에게도 교양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래서 저자는 단순히 광고나 예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교양공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광고를, 그리고 미술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예술을 아는 것은 그만큼 하나를 봐도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기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행을 갈 때 아무것도 모르고 가면 그 어떤 위대한 역사의 소산을 봐도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교양이 많아야 더 많은 것에서 놀라움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디지털 혁명, 우연이 아니다

 저자는 몬드리안, 칸딘스키 등의 추상 미술가를 예로 들어 오늘날의 디지털 혁명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보인다. 성공한 기업에 걸려있는 특정 화가의 미술 작품은 단순한 사치가 아닌 그 기업의 성공 요인을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물이자 토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미술작품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눈으로 보기에 예쁜 것'이거나 갑부들의 투기 대상이다. 하지만 이 미술 작품이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얼마나 많은 것들에 영감을 주었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저자는 예로부터 많은 화가들이 단순한 화가의 역할 뿐 아니라 조각가, 과학자, 건축가, 철학가 등의 역할을 겸했음을 지적한다. 그들이 예술 작품 하나를 창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고민이 있었던지. 우리가 한 번씩은 봤지만 얼마나 많은 것이 담겨있는지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친 수많은 그림들에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각 분야의 최고들이 힌트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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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1930)
피트 몬드리안


 추상 미술을 보고서, '이 정도는 나도 그릴 수 있겠다'하고 지나치는 게 얼마나 무식하고 부끄러운 일인지.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은 없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대단한가? 그냥 대단한 것처럼 끼워맞춰서 의미부여를 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 번 정도 해본 나는 이 거대함에 마른 침을 삼켰다. 물론, 몬드리안이 그로부터 영향을 받아 발전한 오늘날의 과학과 건축을 예상했는지는 무덤에서 깨워봐야 알 일이지만서도.



의미의 시대에, 미술을 알아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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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래퍼 2 >의 김하온 싸이퍼
이미지 출처 네이버TV


 인간에게 있어 의미가 중요해진 것은 그렇게 최근의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은 의미를 찾기 위해 철학을 해왔고, 이 세상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이 세상의 원리를 규명해주는 하나의 원리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왔다.

 4차 산업혁명의 사회는 본질보단 비본질이, 가성비보단 의미가, 수요보단 공급이, 양보단 질이 압도하는 시대이다. 이 시기는 단순히 세계화와 기계장치의 발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기계 속에서도 의미와 분위기를 찾고 거기에 취해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역사, 문화, 예술과 같은 인문학적 가치를 도외시한다면 말 그대로 살 수가 없을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는 발전이 어렵고, 개인적으로는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게 되어 알 수 없는 경향성에만 의존하며 살아가게 될 수 있다. 통찰이 없으니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에서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인지에 대한 판단조차 힘들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적 통찰은 사회적인 발전 뿐 아니라, 개인의 행복에도 기여한다.

 다시, 뿌리에 대한 앎은 사회적인 발전 뿐 아니라, 개인의 행복에도 기여한다. 그리고 그 뿌리는 철학과 예술, 역사와 문화와 같은 것들로부터 뻗어져 나온다. 인문학을 통해 오늘날의 개인과 사회를 해명하려는 노력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미술평론가 정장진은 그래서 학교에서부터 미술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그간 미술이 얼마나 많은 것들에 영향을 끼쳐왔으며, 미술작품이 예견하고 있는 바를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배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코 미술과 미술에 담긴 철학적 논의는 무시될 수 없다. 이제 사람들은 '진리나 답 같은 고리타분한 건 필요 없고, 잘 팔리는 게 중요하다'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지만, 그 생각이 오히려 그들의 목표에 독이 된다는 저자의 무시무시한 통찰이 섬칫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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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정보 ]


지은이: 정장진

발행일
2018년 3월 20일

쪽수: 432쪽

가격: 22,000원

분류: 예술 대중문화 | 미술비평

출판사: 미메시스

ISBN: 979-11-5535-121-5 0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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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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