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하이젠버그(HEISENBERG) [연극]

와다닥 (톡톡 캔디)
글 입력 2018.04.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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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장면을 꼽았다.


런던 지하철 벤치.
이름 모를 바.
알렉스의 침실.
다시 런던 지하철 벤치.


 연극 초반, 관람하면서 든 생각은 '불확정성은 조지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그녀는 와다닥이었다. 처음엔 따가움으로, 나중엔 달콤함으로 다가왔다. 머리 뻗친 '광녀'에서 생기발랄한 '님프'로. 작사가 김이나의 말을 빌리자면 조지는 '염증 같은 여자'다.

 조지가 알렉스 가게에 찾아오면서 둘은 재회한다. 둘은 데이트하게 되고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눈다. 마음에 들었던 두 번째 장면, 이름 모를 바, 적당히 운치 있지만 거슬리지 않은 배경음악과 흘려들어도 되는 시답잖은 얘기. 톤 다운된 조명 여러 개. 두 주인공이 서로 친해지는 과정을 장면 하나로 제시한다. 보고만 있어도 평화롭고 아름답다. 아무런 생각 없이, 마음이 온화해지는 장면.

 세 번째 장면은 알렉스의 침실로부터 비롯한다. 솜털이 일었던 장면이다. 육체의 교감 이후, 마음의 교감. 조지가 먹을 걸 찾으러 잠깐 자리를 비울 때, 알렉스는 주저앉는다.  알렉스는 여덟 살 때 사랑하던 누이를 잃었고 열일곱 살 때 부모님을 여의었다. 스물에 찾아온 연인과 결혼할 뻔하고 헤어지고 반세기가 넘어서야 그녀를 사랑했다고 인정한다. 67년 동안 왼쪽 어깨에 누이를 올려놓고, 55살 동안 오른 어깨에 조앤을 올려두었다. 그는 혼자였지만 세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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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깨달았을까? 조지가 부엌을 갔을 때, 알렉스는 자리에 앉아 아기처럼 엉엉 운다. 울다가 울다가 창가로 간다. 빛으로 만든 푸른 커튼 사이로 창밖을 바라본다. 평소처럼 '무슨 생각이었을까? 뭘 깨달았을까?' 관찰하지 못했다. 지독한 해석병이 걸린 나로서 해석하는 것도 잊었다. 대신 그 담담함이 너무 쓰라리게 다가왔다. 무슨 감정인지 궁금하지도 않아. 그저 기나긴 세월 동안 쌓아온 감정이 번지고 번져서 극장 안을 가득 채웠다. 파도가 밀려들어오고, 숨을 참았다.

 조지가 들어오자 파도는 사라졌다. 그녀는 익살스럽게 알렉스에게 시비를 걸었고 알렉스는 창을 등지고 그녈 지그시 바라봤다. 한 개의 푸른 조명과 세 개의 주황빛 조명이 서로의 사이로, 사선으로 얽혔다. 조지는 빛으로 된 드레스를 입으며 그에게 다가왔고 알렉스는 창가에서 벗어나 그녀에게 향했다. 알렉스의 몸에서 파랑이 씻겨내려가고 주황이 입혀질 때, 알렉스 표정은 한층 홀가분해졌다. 바다가 범람하고 나서야, 알렉스는 혼자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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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장면은 다시 런던 지하철 벤치. 조지는 여느 때처럼 점심시간에 직장으로부터 도피했다. 이번에는 알렉스가 찾아왔다. 갈등과 화해는 내게 별 감흥을 주지 않았다. 어느 서사나 갈등과 해소는 필연적이며,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내가 조명했던 건 다른 것이었다. 첫 번째 장면에서 조지를 불확정성이라고 설명했다. 강박증에 걸린 것 마냥 일관적인 삶을 살고 있는 알렉스, 너무나 확실했던 알렉스에게 조지가 불확정성이라고 생각됐던 무언가를 나눠줬다고 생각했다. 알렉스는 지니고 있던 불확정성을 다시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아무것도 그녀를 수식할 수 없었던 첫 만남과는 달랐다. 직장에서 묶은 머리끈은 그녀를 옥죄고 어떤 무언가로 확정 지은 것만 같았다. 톡톡캔디도 포장지 안에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건 사람은 알렉스. 그녀에게 받은 불확정성으로, 난생처음 큰돈을 은행에서 찾고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이 돈으로 아들을 찾으라한다. 아이같이 순수한 얼굴로, 불확정성을 얹어주면서.





하이젠버그
- HEISENBERG -


일자 : 2018.04.24(화) ~ 05.20(일)

시간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3시, 6시
일요일 오후 4시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5,000원

주최/제작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90분




문의
리앤홍 인터내셔날
070-8795-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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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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