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예로 살기보단 혁명가가 되겠습니다" [사람]

글 입력 2018.04.30 02:2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I would rather be a rebel than a slave"


200px-Sojourner_Truth_1864_npg_2002_90.jpg


01. Sojourner Truth(소저너 트루스)

 
 소저너 트루스는 17978년 노예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1826년 말 자유를 찾아 탈출하기 전까지 노예로 살았다. 그녀는 노예 폐지론자 부부(아이삭과 마리아 반 워제너)의 도움을 받아 뉴욕 주에서 노예 해방법이 시행될 때까지 그들의 집에서 함께 지냈으며 1843년 자신의 이름(원래 이름은 이사벨라 바움프리)을 진실에 머무르는 사람이라는 의미인 소저너 트루스로 바꿨다. 그녀는 여성 권리, 평화주의 등을 지지하는 연합에 가입하여 활동했었는데 흑인 여성 최초로 1851년 오하이오 여성 권리 집회에 참여했고 이때 한 연설이 바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Ain’t I Woman?》이다.



02. 당시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꼬집은 연설, 《Ain’t I Woman?》

 
 1851년 미국 오하이오 애크런에서 열린 오하이오 여성 권리 집회에서 사람들에게 “나는 여자가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소리 높여 외쳤다. 소저너 트루스의 외침은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여기며 사회에서 여성을 배제하려는 남성들에 대한 도전이었다. 여성은 너무나 연약하고 섬세하다. 감정적이고 무식한 여성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는 당시의 여성 이미지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내 팔을 보세요! 나는 곡식을 수확하고, 쟁기질을 했어요. 그 어떤 남자도 나를 앞지를 수 없죠. 그러면 나는 여자가 아닌가요? 나는 남자만큼 먹고, 남자만큼 일할 수 있고, 채찍질도 견뎌낼 수 있죠! 그러면 나는 여자가 아닌가요? 나는 열 세 명의 아이들을 낳았고, 그들 대부분이 노예로 팔려나가는 것을 지켜보았어요. 내가 비통에 젖어 울부짖을 때, 그 누구도 아닌 오직 하느님만이 내 울음을 들어주셨죠. 그러면, 나는 여자가 아닌가요?”

 소저너 트루스는 노예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여성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지적했다. 흑인 노예로서 수십 년간 고된 일을 해온 그녀에게 연약하고 섬세한 여성의 삶은 아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환상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처음 연설장에 들어왔을 때 노예에게는 발언권을 줄 수 없다는 대표단의 항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대회 첫날과 둘째 날 모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었는데 검은 옷을 입은 한 성직자의 이야기를 들은 후 이에 대한 반론을 시작한다. 그 남성은 '신이 여성의 평등을 원하셨다면 그리스도의 탄생이나 삶, 죽음을 통해 자신의 뜻을 알리셨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여성의 권리 신장에 반대했다.

“저기 검은 옷을 입은 작은 남자가 말하네요. 여성은 남성만큼의 권리를 가질 수 없다고요.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요! 당신들의 그리스도는 어디서 왔죠? 하나님과 여성으로부터 왔잖아요! 남성은 그리스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죠.

하나님이 만든 최초의 여성이 혼자서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만큼 강했다면, 이 여성들이 함께 세상을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지금 여성들이 그렇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성직자가 말한 여성은 남편과 아이의 뒷바라지를 하며 집안일을 잘 해내는, 가부장제 속에서 만들어진 이상적인 여성의 이미지와 부합했다. 소저너 트루스는 사회에 만연하던 이러한 여성차별을 정확하게 꼬집었다.

 그녀는 흑인이면서 또 여성으로서 겪었던 경험에 기초하여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가부장제의 잘못된 주장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존의 여성상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여성의 울분을 담은 연설은 여성 스테레오 타입을 깨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소저너 트루스는 여성의 인권과 참정권 보장을 위해 투쟁하고 인종차별 이슈인 노예제 폐지에 앞장섰던 개혁가였다. 그녀는 사람들을 이끄는 여성리더로서 더 나은 세상을 추구했고 부당한 세상에 맞설 용기를 가진 인물이었다.

나도 소저너 트루스에 대해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수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할까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그녀가 자신의 업적에 걸맞은 명성을 얻지 못한 이유도 그녀가 여성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부당한 사회에 적극적으로 맞섰던 소저너 트루스의 존재를 여태 알지 못했던 것이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같은 여성으로서 그리고 그녀가 원했던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 그녀의 삶을 기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여성을 있게 해준 모든 여성들의 선배인 소저너 트루스를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03. Suffragette(서프러제트)

 
 영화《서프러제트》를 소개하기 전에 서프러제트의 정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서프러제트는 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여성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참정권을 의미하는 ‘Suffrage’와 여성을 의미하는 ‘–ette’를 붙인 단어이다.

 이들은 여성 참정권 운동 초기에는 집회나 선전활동과 같은 평화로운 방식을 취했으나 얼마 뒤 Deed not Words(말이 아닌 행동)라는 구호를 외치며 돌, 폭탄과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전투적인 투쟁을 시작했다. 평화로운 방법으로는 영국 정부, 그리고 기득권 남성들에게 엄마와 아내가 아닌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을 상기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13.jpg
 

 《서프러제트》는 이러한 여성들의 격렬한 투쟁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영화로 국내외에서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영화의 주인공들 중 한명인 모드는 말한다.


We’re in every home, we’re half the human race.
우리는 집집마다 있어요, 인류의 절반이 우리고요.
You can’t stop us all!
당신들은 우리를 막지 못해요.
We break windows, we burn things,
‘cause war’s the only language men listen to’
우린 창문을 부수고, 불을 질러요.
전쟁만이 남자들이 알아듣는 유일한 언어니까요.
We will win.
우리는 반드시 이길 거예요.

-영화 서프러제트 중에서-


 이 대사는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서프러제트의 강한 의지를 잘 보여준다. 서프러제트의 격렬한 투쟁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한 영국 정부는 그들의 의지를 꺾기 위해 무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정부의 강한 압력 속에서 같은 그들은 같은 여성으로서 더욱 연대했고 마침내 참정권을 쟁취한다.
 
 서프러제트는 남성들의 울타리 속-남성들의 울타리라고 표현했지만 아마 이 울타리는 여성들을 사회에서 배제시키는 창살 없는 감옥이 아니었을까? 이 울타리는 여성들의 요구가 아닌 남성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에서 집안 살림을 담당하는 제한적이고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여성의 정치적인 권리를 요구하고 이를 위해 싸우고 소리치는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했다.



04. 서프러제트 in 2018


 20세기 초 서프러제트의 여성인권운동이 시작되고 1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은 성차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최근 큰 이슈가 된 미투 운동이 바로 그 예이다. 수면 아래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성폭력, 의도적인 배제는 이제야 수면 위로 그 모습을 드러냈고 사회에 만연했던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회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대판 서프러제트인 미투 운동은 전 세계를 아우르며 여성들의 강한 연대를 이끌어냈으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1세기인 지금도 뿌리 깊은 가부장제 속에서 여성은 고정된 성 역할을 배우고 있다. 여성이 소외되지 않는 삶을 꿈꾸던 소저너 트루스와 서프러제트의 투쟁은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절대 잊혀서는 안되는 이야기이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태그.jpg
 



[박성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E-Mail : artinsight@naver.com    |    등록번호 : 경기 자 60044
Copyright ⓒ 2013-2018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