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게으름에 대한 찬양 : 흙 수저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노동에 대한 게으름 [도서]

휴일에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
글 입력 2018.04.3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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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20세기 최고의 지성,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여성 성해방 운동가, 전투적 평화주의자, 철학ㆍ수학ㆍ과학ㆍ교육ㆍ정치ㆍ예술과 종교를 아우르는 전 방위 문학가로서 19세기 전반에 비롯된 기호논리학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인 러셀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20세기 지식인 가운데 가장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사람으로 철학, 수학, 과학, 역사, 교육, 윤리학, 사회학, 정치학 분야에서 40권 이상의 책을 쉬지 않고 출간할 정도로 왕성한 지식욕을 가진 인물이었다.




  
러셀이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핵심은 노동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며 노동에 대한 게으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현대 한국사회에도 적용 가능할까? 필자의 대답은 “No”이다. 21C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상황과 사회상황에 도저히 맞지 않는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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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들을 금 수저라 칭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을 흙 수저라 칭하는 소위 ‘수저 론’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현대 한국사회는 철저한 자본의 원리로 돌아가고 있다. 수저 론을 좋아하진 않지만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인용해보자면 러셀의 이론은 소위 금수저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본인들을 흙 수저라 칭하며 하루하루를 아등바등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러셀의 말을 들으면 코웃음을 칠 것이다.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라고 한마디 날려줄 수도 있다. 지금 본인의 심경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적당히 일하고 쉬어야 한다는 건 안일한 생각이다. 이미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자들은 여유를 즐길 여유가 충분하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게으르게 살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 여유 속에서 도덕이 나온다는 말도 허울 좋은 말이다. 물론 도덕적으로 산다는 것은 좋은 태도이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피해를 안 봐야 다들 그렇게 살 것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온갖 상술이 판치는 세상에서 교과서적인 생각은 이론적으로밖에 환영받지 못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몰라서 그렇게 개미처럼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이다. 누군들 쉴 줄 몰라 못 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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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말처럼 하루 4시간 일하고도 노동생산성이 제 수준에 도달하여 사회가 유지된다면 당연히 사회는 저런 제도를 채택했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그만큼 자신의 시간을 갖게 될 수 있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이는 그저 이론으로 밖에 남을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주5일제 근무환경에서도 노동자들은 쉼 없이 일하고 있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회사를 나와 밀린 업무를 하며 집에서 조차도 쉴 새 없이 그들의 키보드를 두드리기 바쁘다.

두 사람이 할일을 한사람이 하게 하는 고용주들의 무자비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들의 편익을 위해 노동자들만 죽어나고 실업자들은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과연 4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시대가 과연 올까? 당분간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는 앞서 말한 고용주들 즉 자본가들에게 달려있는 문제이다. 자본주의 시대인 현 상황에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것은 그들의 자유이다. 그들이 좀 더 노동자들의 편의를 봐주고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 힘써주면 정말 좋겠지만 본인들의 이익을 생각하면 쉬운 일들은 아니다. 현 상황을 도덕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 누구도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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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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