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독서는 타인의 삶으로 침투하는 것, '독서경영 창간2주년호'

글 입력 2018.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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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독서경영 창간2주년호> 또한 이전 호와 마찬가지로 '갤러리', '독서계획', '독서일기', '신간 북큐레이션', '아트인사이트  문화코너' 등 풍성한 볼거리와 독자 참여 공간들을 제공함으로써 색다른 재미를 선보이고 있다. 평소에 독서 기록을 해본 경험이 없으신 분들이나 기록하기가 번거로워서 하지 않았던 분들에게 쉽고 간단한 독서기록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어 부담감없이 기록할 수 있다. 지인들 중에 독서가 필요하거나 책을 좋아하는 분이 있다면 <독서경영>을 추천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번 잡지가 창간 2주년호라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유명한 문예지들 조차 폐간하는 일이 빈번한 요즘, <독서경영> 월간지가 2주년이나 꾸준히 버텨내고 있다는 것은 애독자로서 무척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정기 구독자 감소', '정부 지원 감소', '재정난'으로 인해 십수년 동안 전통을 자랑했던 곳 조차 열악한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식이 바로 40년 역사를 지닌 문예지인 '문예중앙'과 '세계의 문학'이 폐간한다는 소식이었다. 문예중앙은 2017년 여름호(통권 150호)를 마지막으로 무기한 휴간하였으며, 민음사에서 1976년부터 낸 '세계의 문학'은 겨울호(통권 158호)를 마지막으로 폐간하였다. 문학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필수로 접해왔던 문예지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처럼 문학의 장이 줄어드는 추세에 <독서경영>이라는 잡지가 2주년을 맞이한 것은 매우 뜻 깊고 축하할 일이다. 앞으로도 많은 독자들에게 <독서경영>이 전파되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잡지로 성장하길 고대한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이면재 대진대학교 총장이다. "대학의 역할은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도 있고 인문과 예술의 유지, 보전이라고 본다고 한다. 인문학이 홀대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해조소설문학상과 김종삼시문학상을 제정하여 기념한다"는 말씀에서 평소에 얼마나 문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신지 물씬 느껴질 정도였다. 요즘 대학마다 취업 위주로 구성된 교육시스템이 많은데 대진대학교에서는 오히려 문학상을 제정하여 인문학을 강조하고, 독서프로그램인 독서와 쓰기, 외국어 발표도 하고 있다고 한다. 무조건 자격증을 운운하는 추세인 여느 대학과는 달리 대진대는 차별점이 다른 대학이라 볼 수 있는 듯하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사랑모아 독서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민희은씨이다. "독서는 타인의 삶으로 깊이 들어가서 그를 통해 내 삶의 깊은 곳으로 다시 침투하는 일이 주는 즐거움과 위로가 끊임없이 책을 읽게 하는 동력이다. 또한 책의 물성과 활자를 읽는 것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저에게 허락된 쾌락의 한 부분이다."라는 말씀에서 굉장히 동감하는 바이다. 나 또한 독서를 하는 즐거움이 바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나의 삶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주변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낸 책을 통해 '이 분야는 사실 알고보면 이런 일들도 하는 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해주었으며, '과연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하는 상황에 부딪혔을 땐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에 많은 위안을 삼았다. 독서는 이처럼 겪어보지 못한 경험들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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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에 위치한 '테이유도 서점' 글에서는 작년에 방문했었던 '시인보호구역' 독립서점이 생각났다. 집 근처에 시집서점이 있다는 글을 보고 방문하게 되었었는데, 이제껏 봐왔던 서점과는 전혀 달라서 신기했던 적이 있었다. 특히, 시인이 운영하시는 공간이라 그런지 다양한 시집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어서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시인보호구역은 독립출판, 시집서점, 독립책방, 카페, 갤러리로 활용하시는 공간임과 동시에 공연, 강연, 글쓰기 교실, 낭독회, 문화버스킹, 플리마켓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독립문예지인 『더 해랑』도 발행하고 있어 신진 예술가들의 발굴에 꾸준히 도모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역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파트단지에 위치하고 있어 대구시민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시인보호구역은 문화공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주민들을 자연스럽게 유입함으로써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나날이 발전되어 가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곽현화씨의 영화 <패터슨>을 다룬 독서칼럼을 보고, 이번 학기초에 교수님께서 쓰신 영화 <패터슨>에 관한 칼럼이 생각났다. 교수님의 말씀은 조금 달랐다. "자무시가 시를 찬송하면서 시와 삶을 일체화하는 영화를 의도했다고 하더라도 난 생각이 다르다. '시보다 삶이 먼저다'. 내 강의에는 철학과 학생들보다 문창과 학생들이 더 많이 수강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 문학청년들에게 난 강조한다. 문학(예술)으로 삶을 변명삼지 말라고. 문학한다는 이름 이래 삶을 소홀히 하거나 낭비하지 말라고." 아마도 교수님이 강조하고자 하셨던 바는 너무 문학에만 빠져, 당장 지금 소중한 젊은 삶을 놓치며 살지 말라는 뜻인 듯하다. 교수님 말씀이 모두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됐다. 사실상 우리 학과에 둘러보면 '예술'에 빠져 청춘을 제대로 못 즐기는 친구들이 있다. '신춘문예 등단 준비'를 위한 부분도 있겠지만, '영감' 하나에 푹 빠져 세상과 단절하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곽현화씨는 영화 <패터슨>을 보고 이렇게 표현했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개인의 삶이 영화로 만들어져 비슷한 매일 속에 보석 같은 찰나를  '시'로 아름답게 발견해 내는 패터슨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이렇게 내 삶이 하루하루 이렇게 끝나버리면 어쩌나... 두려움에 떤 적도 많았다. 뭔가 이루지도 못하고, 사랑도 제대로 못하고, 나이만 들다가 죽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왜 내 삶엔 영화처럼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일부러 멀리 떠나보기도,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려 애를 쓴다. 하지만 새로워지기 위해서, 특별해지고 싶어서 했던 나의 행동이 오히려 나를 지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버스 운전사 패터슨을 특별한 삶으로 인도했던 것은 바로 '시'였다.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나뭇잎,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밤마다 마시는 한 잔의 맥주 속에서도 우리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고유의 삶의 흔적을 지워지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 바로 '시'가 아닐까. 로렌스의 시, 자기 연민. 이 시에 대한 최영미 시인의 짤막한 감상평까지 읽으며 요즘 내가 느꼈던 자기 연민을 떠올렸다. 왜 나에게 이런 불행이 계속 생기는 걸까. 신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걸까. 한숨으로 보낸 몇 해가 생각났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치여 지루해져 갈 때쯤, '시' 하나가 주는 여운은 컸다. 짧은 문장 속 여러 의미들. 생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재미도 가미되어 있었다. 시는 지친 일상 속에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도구이지 않을까한다. 미처 몰랐던 사소한 부분도 의미있게 다가오니 말이다. 시는 음미하는 맛도 있다. 천천히 곱씹으며 작가들의 생각을 맞춰보는 그런 쏠쏠한 재미가 있기에 시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한다.

어릴 땐 20살이 부러웠다. 20살이 되면 저절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는 환상 속에 살았고, 25살이 되면 진정한 어른으로 완성되어 있을 거라 착각했다. 하지만 26살이 된 현재, 완성되지 않은 어른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더더욱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게 결론인 듯하다. 난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세상은 내 나이에 기대하는 무게가 크다. 가끔은 나만 이상한 건가, 나만 너무 뒤쳐진 건가 싶어 울적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어느 사이트에서 글을 보았는데 '지금 내가 30대인데 25살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겐 내 나이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거구나, 아직 난 너무 늦은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갑자기 번뜩 들었다. 해마다 나이의 숫자는 바뀌어지고 있는데,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생각에만 잠겨 두려움이 커지게 되는 듯하다.





'인상 깊었던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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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경영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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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에서 독서가 왜 중요한가요?
나를 좀더 성숙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는 시기라고 봅니다. 대학 때 독서는 청소년 때와 또 다른 독서 경험을 하죠. 어렸을 때 형 방에 큰 책꽂이가 있었는데 책꽂이를 정리하는 게 취미 생활이었어요. 워낙 책을 좋아했어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문교부에서 '자유교양'이라는 제도를 운영했어요. 필독서 10권을 선정해서 읽게 하고 독후감을 쓰고 전국 대회를 했는데 제가 강원도 대표로 뽑혀서 청와대에 가서 상도 받았어요. 《파브르 곤충기》, 《이솝우화》, 《논어》, 《동몽선습》, 《소학》등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거지와 왕자》, 《로빈후드의 모험》등 동화책도요.

총장님의 독서하는 인생이 궁금합니다. 책이 총장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요?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님의 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읽었어요. "나는 걷고 싶다. 옥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이 문장이 제 마음에 와닿았어요.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 15권 모두 밑줄을 쳐가면서 정독을 했어요.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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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선생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여러 가지 역할들로 지워진 나의 본질에 몰입하여 다시 일으키는 경험이면서, 동시에 내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또한 살림과 육아로 점철된 일상에서 고립되고 축소될 수 있는 삶의 테두리를 독서를 통해 넓히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특히 타인의 삶으로 깊이 들어가서 그를 통해 내 삶의 깊은 곳으로 다시 침투하는 일이 주는 즐거움과 위로가 끊임없이 책을 읽게 하는 동력입니다. 또한 책의 물성과 활자를 읽는 것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저에게 허락된 쾌락의 한 부분입니다. 저의 독서는 구체적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생각하게 하는 도구 중 하나이고, 개인과 삶을 좀 더 분명히 인식하기 위해 투입되는 단서들 입니다.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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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시에 전국의 서점원의 성지라고 불리는 작은 동네서점이 있다. 돗토리에서 테이유도 서점은 책문화 생태계에 있는 관계자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밖에서 보면 일반 서점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대형서점에서 볼 수 없는 동네서점만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테이유도 서점은 1980년에 설립해서 올해로 38년이 되었으며, 나라 토시유키 대표가 약간 수줍은듯한 표정으로 조용하게 서점과 책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테이유도 서점은 책의 앞표지가 잘 보이도록 진열이 되어 있으며, 베스트셀러가 중심이 아닌 테이유도 서점의 큐레이션이 더 주목이 갔다. 서점 내부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고양이 장식품이 많았다.
서점 2층에서는 독서회와 시네클럽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독서회는 1988년부터 꾸준히 실시하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회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2층에서 태극권도 직접 가르쳐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서점 내에는 2016년도 여름부터 매월 <음신불통>이라는 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다. 필자는 이 소식지를 보고 테이유도 서점이 또 다른 곳에도 있는지 물었더니 이 곳 한 곳뿐이라고 했다. 이 한 곳에 오는 손님들을 위해서 소식지를 매월 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식지에는 부제목이 있는데 '책의 비오톱'이다. 비오톱은 생물학 용어로, 도심에서 생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간이다. 지역생태계 향상에 기여하며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비오톱이다. 테이유도에서는 서점이 책의 비오톱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p31)


잡지는 시의성이 생명이기는 하지만 시의성이 없어진 남은 잡지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도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고, 또한 우연히 잡지 속에서 옛 마을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테이유도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 토시유키 대표의 열정이다. 소식지의 발행, 독서회와 시네클럽 및 태극권 수업의 운영, 다른 서점이나 도서관, 출판사 등의 책문화와 관련된 사람들과의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인문회모임 등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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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에 있는 이 페이지는 3~4월 독서계획과 독서일기를 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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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 눈에 있는 큰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있는 작은 티끌만 본다. 내 잘못은 인정하려 들지 않고 남의 잘못만 크게 본다. 잘되면 내 탓이고 안 되면 네 탓이다. 다툼의 원인을 상대방의 탓으로만 돌린다. 그런데 글의 저자는 먼저 나 자신이 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선한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은 가까이하게 되고 나쁜 인간은 나를 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상에는 갈등과 다툼의 상황들이 많다. 그럴 때는 남을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이 옳게 행동했는지, 상처 주는 말을 한 것은 아닌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잘했든 못했든 먼저는 나를 반성하고 손을 내밀면 상대방도 마음을 풀기 마련이다.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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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가 태어난 18세기 중반의 유럽은 궁정 귀족 집단과 시민 집단 사이의 격차로 갈등의 사회였다. 저자는 "모차르트의 천재적인 음악성은 이러한 시대에 적응하거나 저항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고 분석한다. 다시 말해 모차르트의 일생과 창작 과정은 궁정 사회가 시민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모순과 갈등, 이중성으로 가득찼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자기 삶의 의미를 아들을 통해 구하려 했다"면서 "20년 동안 아버지는 마치 조각가가 작품을 빚어내듯이 아들에게 공을 들이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모차르트라는 신동은 태어날 당시부터 천재가 아니라, 당시 사회가 빚어낸 천재"라고 정의한다. 저자의 시각은 모차르트 음악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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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은 미국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일상에 관한 영화이다. 사는 곳과 주인공의 이름이 같다. 뭔가 극적인 얘기가 펼쳐질 것 같지만 영화는 우리의 예상을 깬다. 주인공은 매일 단조롭고 반복되는 일상을 산다.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옆에서 잠들어 있는 아내에게 모닝키스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을 한다. 그에게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버스 운전사로서의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시'를 쓴다는 것이다. 길에서 느꼈던 햇살, 바람, 지나쳤던 사람들은 운전대를 잡기 전 잠시 동안 그의 시상의 소재들이다. 운전을 하면서 승객들의 이야기를 엿듣기도 하고, 길거리 풍경을 보며 일상에 조그만 흔적들을 그는 특별히 여긴다. 일을 마치고 저녁이 되면 강아지와 산책을 한다. 산책하는 중간 동네에 있는 바에 들러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그에게 하루를 마감하는 의식 같은 느낌이다. 그의 눈동자, 귀, 머릿속에 하루의 흔적이 남는다. 이런 흔적은 그의 노트에 '시'로 새겨진다. 영화는 이런 매일의 패터슨의 삶을 보여 준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과 비슷하다. 어떻게 이런 단조로운 개인의 삶이 영화로 만들어졌을까. 짐 자무쉬 감독은 비슷한 매일 속에 보석 같은 찰나를 '시'로 아름답게 발견해 내는 패터슨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p62)


이렇게 내 삶이 하루하루 이렇게 끝나버리면 어쩌나... 두려움에 떤 적도 많았다. 뭔가 이루지도 못하고, 사랑도 제대로 못하고, 나이만 들다가 죽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왜 내 삶엔 영화처럼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일부러 멀리 떠나보기도,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려 애를 쓴다. 하지만 새로워지기 위해서, 특별해지고 싶어서 했던 나의 행동이 오히려 나를 지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Sublimity of mundane.
일상생활 속에서의 장엄함. 이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내가 한때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생각의 탄생》에 나오는 문구이다. 스쳐가는 일상에서 장엄함, 숭고함, 특별함을 깨닫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인생을 특별하게 사는 비결인데, 한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프로필에 적었는데도 또 잊어버렸다.
버스 운전사 패터슨을 특별한 삶으로 인도했던 것은 바로 '시'였다.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나뭇잎,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밤마다 마시는 한 잔의 맥주 속에서도 우리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고유의 삶의 흔적을 지워지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 바로 '시'가 아닐까.

로렌스의 시, 자기 연민. 이 시에 대한 최영미 시인의 짤막한 감상평까지 읽으며 요즘 내가 느꼈던 자기 연민을 떠올렸다. 왜 나에게 이런 불행이 계속 생기는 걸까. 신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걸까. 한숨으로 보낸 몇 해가 생각났다.

로렌스는 자기 연민 없이 얼어 죽은 작은 새를 보고 삶의 진리를 깨달았다. 자기를 불쌍히 여기며 하루를 보내도, 있는 그대로 순간을 느끼며 보내도 세월은 흐르고 결국 인간은 죽는다. 더 이상 내가 느끼는 불행, 슬픔에 혼자 십자가를 짊어진 양 도취하지 말 것. 후회와 탄식으로 삶을 보내기보다 지금 내가 숨 쉬고 느끼는 일상에 집중하고 싶다. 갑자기 상쾌한 바람을 온몸으로 쐰 것처럼 우울한 기분이 설렘으로 바뀐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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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이가 있다. "독서경영은 독서를 위한 경영인가요, 아니면 경영을 위한 독서인가요?" 여기서의 내 대답은 이렇다. "독서경영은 자기경영 및 조직경영을 잘 하기 위해 독서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목적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경영이라는 말이다. 책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나의 발전과 조직의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독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독서경영 방법론도 경영에 집중해서 개발되고 실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때 독서경영에 가장 효율적인 실천 방법론이 바로 독서토론이다.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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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유지가 될 수 있도록 모임장은 '도서선정, 발제자 결정, 출결확인, 친목' 네 가지를 잘 운영해주어야 한다. 오늘은 '도서선정, 발제자 결정'을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한다. (p68)


"요즘 《새의 선물》이 재미있다던데요. 그 책 해보면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책을 추천하게 되고 이렇게 추천 받은 순서대로 도서를 배정해 책을 읽는 모임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어보면 상당히 흥미가 떨어지거나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있나 싶은 경우가 많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가 떨어지면 책을 읽고 나서도 이 책에 대한 이야기의 모임은 가고 싶지 않다. 해당 추천 도서에 대해서 적어도 추천자는 이야기하고 싶은 흥미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 아무도 재미있게 읽지 않은 작품을 모임에서 진행할 이유는 없다. 도서를 추천할 때에는 읽었던 책 중에서 재미있었던 작품을 추천하는 것이 가장 실패가 적다.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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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의 체험 없이 판단착오를 줄일 수 없고, 우여곡절의 고생 없이 우직지계의 지혜를 배울 수 없으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지 않고서는 뇌리에 파란을 일으키는 문장을 쓸 수 없고, 절치부심의 고뇌하는 노고 없이 절망 속에서 견디는 희망을 건져 올릴 수 없다. 시련과 역경을 견뎌낸 체험 없이 시련과 역경을 뒤집어 특유한 경력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내 능력의 신장은 언제나 뭔가를 시작하는 가운데 생기기 시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와 수준을 넘어서는 도전을 통해서만이 이루어진다. (p74)


아포리즘이라고 있다. 이 말은 아픔을 경험하면서 우여곡절과 파란만장을 경험하다 진짜 세상의 파란을 일으킨 작가들의 촌철살인이자 화룡점정이 바로 아포리즘이다. 사색을 하지 않아서 얼굴이 사색이 된 사람들에게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한 문장의 지혜, 간단하지만 의미가 심장에 꽂히는 의미심장한 사고의 전복, 아포리즘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도 그런 아포리즘 한 마디를 만나기 위해서 지루한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게 아닐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명한 아포리즘은 히포크라테스의 《아포리즘》 첫머리에 나오는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와 파스칼의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한 줄기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라는 말은 가장 널리 알려진 아포리즘의 한 예이다.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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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그림책, 에세이, 역사, 예술, 인문, 정치사회 분야에 대한 신간 큐레이션도 있어서 
신간에 대한 정보들을 다양하게 접해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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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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