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에게 더 가까워 불편한 :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글 입력 2018.05.0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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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계몽주의의그늘에서_표지.jpg
 
 
“마이너한 취향”이라는 말이 있다. 메이저와 마이너, 그 기준을 누가 정했는지는감도 오지 않지만 본성에 조금 더 가까운 걸 마이너하다고 표현할 때가 있다. 그럴싸한 겉모습이 아닌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고야의 그림이 그렇다. 아니조금 정정하자면, 궁정화가로서 그린 그림이 아닌 그가 병을 앓은 후의 그림들 말이다.
 

"보스는 자신의 지옥세계에
인간을 끌어들였고,
고야는 인간의 세계에
지옥을 끌어들였다."


아주 솔직히, 그의 그림들이 친숙하거나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고야의그림을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나 또한 흠칫할 때가 많은데 처음 접하는 사람은 어떠할까. 특히 수도사가어린 아이의 항문을 트럼펫처럼 불고 있는 등 소아성애적 특징이 드러날 때마다 나는 아직도 공포감과 불편함을 느낀다. 이렇게 느꼈던 불편함의 근원지가 어디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책 읽는 것을 멈추고 한참을 고민했다. 명확한 답이라고는 하기 어렵지만 내 고민의 끝은 고야의 그림이 인간의 본성을 끔직이도 잘 드러내기 때문이 아닐까 였다.

인간은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마주할 때 부끄러움과 동시에 회피하려는 성격이 있다. 나름 이성적이라고 생각한 자신 앞에 본성을 그대로 내비치는 그림이 있으니 불편하지 않을리가 없다. 하지만 고야는 분명 그 불편함의 필요성을 알았다. 계몽주의로 이성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본성 또한 마주해야 함을, 내면에 숨겨져 있는 또다른 자신을 인정해야 함을 알았기에 그는 '고야'만의 그림을 그렸다.

 
그림6_이성의꿈.jpg
 
 
예술가들의 일생을 듣다 보면 가끔 '병'은 마법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괴로운 병을 겪었던 예술가들을 앞에 두고 이런 말을 하기에 조금 무례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야 또한 그러했다. 다른 화가보다도 자신의 병이 스승이라고 언급한 그는 청각 손실부터 시작하여 여러가지 병들을 앓았다. 나름 궁정화가로서 꽤 명성이 높았던 고야가 그만의 그림을 시작했던 시간은 바로 병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병'이란 것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포인트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절망에 빠뜨리고 자신을 잃게 만들기 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기회를 승화시킨다는 건 참 대단하다라는 단어로도 부족한 일이다. 예술의 힘일까. 그렇다면 예술은 미지의 영역이 분명하다.


고야는 더 이상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그리지 않으며,
그 세계를 보는 한 개인의 시각을 그린다


고야는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미술사에 깊이 남겼다. 그림은 단순히 현실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며 화가가 함께 참여해 만들어지는 예술이라는 점, 기계적인 교육보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는 그의 사상은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으로부터 불편함을 느껴도 담겨 있는 의미를 꼭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고야가 말했던 것처럼 그의 그림은 현실을 모방한 것이 아닌 그가 보고 생각한 인간의 본성이 담긴 그림이기 때문이다. 징그럽고 불편하다고 회피하는 것이 아닌 그림을 마주보고 고야가 사랑했던, 존중했던 우리의 본모습을 발견해보길 바란다.


도판9_마귀쫓기.jpg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지은이 ㅣ 츠베탕 토도로프
옮긴이 ㅣ 류재화
펴낸곳 ㅣ 아모르문디
발행일 ㅣ 2017년 8월 30일


[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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