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남겨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 [사람]

글 입력 2018.05.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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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버리지 못한 것들이 
방 한켠에 수북히 쌓여 있고 
아직도 지우지 못한 맘들이 
한복판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 

- 가슴이 시키는 일, 김이율


우리는 살면서 정말 많은 물건들을 소비한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젖병, 아기 옷, 아기 장난감, 꼭지 등 셀수 없을 만큼 많은 물건들을 사용하고, 그 물건들은 하나씩 버려지고 잊혀진다. 그 중에는 애착인형과 같은 소중한 물건들도 있고, 학습지와 같은 소중하지 않은 소모품들도 있다. 한때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낡은 배드민턴 공도 있고, 사랑했던 전 애인과 함께 사용했던 커플링도 있다. 우리는 지금도 수없이 많은 물건들을 사용한다. 그리고, 어떤 물건들은 버려지고 어떤 물건들은 평생 간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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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때 '남겨진 것들'이라는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물건들. 사람들은 떠나갈때 자신만의 가치판단으로 물건들을 선별해서 물건들을 가져간다. 그리고 사람이 살았던 자리에는 물성의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난 그 흔적들에서 항상 질문을 했다. 이 남겨진 것들은, 왜 여기에 남겨지고 버려졌을까. 이 물건들은 그렇다면 떠난 자들에게 아무런 추억을 주지 못했고, 아쉬움이 없는 물건들이었을까. 그리고 나는 이런 질문들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입을 해보았다.

우리는 인생에서 모든 사람들을 다 데리고 갈 수 없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각자의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선택을 해야하는 시간들이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하는가? 가치판단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 것인가? 어렸을때부터 남겨지고 버려지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 있던 나는, 버려지고 남겨지는 것들에 대해서 수많은 질문들을 항상 던진다.

사람들이 다 떠난 자리는 굉장히 쓸쓸하고 매력적이다. 가버린 자리를 보고있는 이방인. 그 느낌은 항상 새로워서 그 매력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그런 장소들에 가서 난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일까,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언젠간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더이상 그런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고, 내가 모두를 사랑할 수 없듯이 모두가 나를 사랑할 수 없으며, 내가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내 주위로 모이게 된다는 인간관계의 이치를 알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버려지는 물건들이 최소한이 되도록 물건을 아껴쓰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다.

내 주변에는 자신이 버려질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난 그사람들에게 당신들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버려지고 쓸쓸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지,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며 남겨진 물건, 남겨진 사람들은 그만한 쓸모가 있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강아지똥>이라는 동화를 읽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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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정보 : 저장 강박증


저장 강박증(compulsive hoarding syndrome)이라는 현상이 있다.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물건이라도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두는 병 중 하나이다. 미국의 유명한 드라마 <빅뱅이론>의 쉘던도 저장 강박증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어렸을때부터 사용한 테니스공과 노트북까지 전부 가지고 있는 창고가 있을 정도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랜디 프로스트 (Randy O. Frost)와 게일 스테키티(Gail Steketee)는 '잡동사니의 역습'이라는 논문을 작성했는데, 이에 따르면 저장강박 증세의 사람들은 내면의 개인적 정체성 확보를 위해 물건을 저장한다고 한다.

또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 물건에 과도한 애착을 쏟는 애정결핍 현상의 일종이라고도 한다. 저장 강박증은 다른 강박장애보다 치료가 쉽지 않지만, 이런 감정적인 원인들이 해결이 되고 충분한 사랑을 받는 상황에 다다랐을때, 증상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김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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