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형극의 매력을 보여준 < 손 없는 색시 > [공연]

글 입력 2018.05.0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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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시놉시스 때문에 극이 다소 어둡고 우울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손 없는 색시>는 매우 유쾌한 공연이었다.



인형극


독특한 이야기에 인형극이라는 형식까지, 여러 면에서 많은 기대를 안고 갔던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점은 역시, 인형극이라는 장르 그 자체였다. 인형극을 실제로 처음 관람해볼 뿐더러,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은 멀리서도 접해본 적이 없었던 나에게 무대가 펼쳐지는 80분은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무대, 배우, 소품 하나하나가 모두 기존의 연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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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의 어떤 점이 그토록 색달랐는지 묻는다면, 먼저 배우들의 역할이 굉장히 도드라졌다는 점을 꼽고 싶다. 보통 연극과는 달리, 인형극의 배우는 온몸으로 인물을 표현하는 무대의 주인공이면서도 인형의 뒤에 존재하는 그림자라는 점이 매우 독특하게 느껴졌다.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배우가 오히려 존재감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배우들은 관객들이 완벽히 동화 속으로 스며들게 해주었다. 정적인 사물인 인형에게 감정이입하고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다. 때로는 두 명의 배우들이 작은 인형 하나를 함께 움직이는데, 인형의 몇 배나 되는 사람들이 뒤에 있었음에도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이처럼 배우들은 인형들에 생명을 불어넣기도 했지만, 동시에 극을 진행시키는 이야기꾼이기도 했다. 시적인 극 내용 상 인물들의 대사만으로는 극이 원활하게 진행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황이나 감정을 설명하는 나레이션을 덧붙이는 것이다. 이처럼 나레이션, 추임새로 극을 이끄는 방식 또한 처음 보는 것이어서 꽤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점점 동화 속에 몰입하게 되면서, 이야기꾼들의 익살스러운 말투나 대사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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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미있던 것은, 굉장히 다양한 무대장치가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전쟁터에서 터지는 포탄을 표현한 우산이나 땅을 형상화한 손 모양의 에어바운스 등 독창적인 오브제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동화적인 세계를 그린 인형극이기에 가능한, 신기한 무대였다. 오브제뿐만 아니라 무대에 설치된 도르래까지 배우들이 직접 활용하는 모습에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물론, 인형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표정이 딱 한 가지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렇게 살아 있는 듯이 생생한지, 또 어떻게 이처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아쉬운 점


미술부터 연기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눈을 뗄 수 없었던 공연이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줄거리는 다소 몰입도가 떨어졌다. 이야기가 독특한만큼 색시와 늙은 아들의 여정이 드라마틱하면서도 강렬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소 산만하고 추진력을 잃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 자신이 집중력을 잃어간 탓도 있을 테지만, 기대했던 서사적 힘을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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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


남산예술센터는 그간 현대예술의 다양성과 동시대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고 한다. 기존 연극의 관습을 깨고 낯선 시도를 통해 더 풍부한 예술 세계를 열고자 함이다. 인형극 <손 없는 색시>는 그 발자취 중 하나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인형극이라는 낯선 공연을 수준급의 무대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기회였음은 틀림없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공연예술의 더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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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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