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금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힘을 주는 - 하이젠버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지금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힘을 주는
글 입력 2018.05.08 04:2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금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힘을 주는"


하이젠버그
- 예측 불가능한 내일이 기대되는 삶! -


[HSB]POSTER-fin.jpg
 




IMG_6099.JPG


 
Intro. 내용에 앞서


커튼콜은 고사하고 무대 사진도 찍을 수 없게 하는 바람에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무대의 모습이 정말 독특하여서 인상적이었는데 말이다. 대신, 글만 읽더라도 눈에 그려지도록 잘 묘사해보도록 노력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세계적인 히트작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극작가 사이먼 스티븐스(Simon Stephens)의 최신작이라고 기획노트에 적힌 이야기가 연극을 보기 전까지는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연극이 끝난 뒤, 필자는 뉴욕의 맨해튼에 가서 직접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 정도로 이 연극에 큰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기회만 된다면 두 번, 세 번을 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로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연극이다!


80225_83661_1639.jpg
출처 리앤홍



독특한 무대장치와 구성이 돋보여


이번 공연은 무대와 무대장치가 인상적이다. 정면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무대가 아닌, 직사각형의 무대와 그 무대를 전 방향으로 감싸고 있는 관객석이 눈에 들어왔다. 무대 앞을 더불어 뒤쪽과 양옆에 관객석을 설치한 것이다. 덕분에 앞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각도와 시야에서 배우를 바라볼 수 있으므로 관객과 배우가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알렉스가 앞의 관객을 바라본다면 죠지는 뒷편의 관객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곳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바람에 대사가 어지러이 흩어져서 더욱 귀를 기울이며 들어야 했다.

무대 위에는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 그저 몇 개의 소도구, 의자와 테이블뿐이지만 두 배우는 암전 때마다 별다른 등장과 퇴장 없이, 의자와 테이블을 이리저리 옮기며 장면이 바뀌었음을 암시해준다. 무대 위에서 머리를 묶거나 푸는 등 의상을 갈아입고 소도구를 옮기는 행동이 이야기의 연결을 더욱 매끄럽게 해주었다. 더불어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암전 되면서 이야기가 멈춤에 따라 깊은 여운이 남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필자는 무대 바닥에 낙서가 되어 있는 듯 복잡하게 적혀 있는 글자와 기호가 가진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물리학 공식은 아니었글까? 공연이 끝난 뒤 늦게서야 바닥의 글자와 기호, 그리고 의자와 테이블의 위치가 클랩튼 공원, 홀본에 있는 터키 레스토랑, 세인트 판크라스 기차역, 정육점, 알렉스의 침실, 링컨파크, 저지시티를 나타냄을 알게 되었다. 많은 대사와 빠른 전개를 귀와 눈으로 열심히 좇아가기도 벅찼던 와중에 바닥의 무늬까지 신경을 쓸 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2018050401000396100016871.jpg
출처 리앤홍



인간관계에서 예측할 수 없는 가능성


런던 밖으로는 나가본 적도 없는 75살의 독신이자 정육점 주인 알렉스. 그보다 30살은 어린 죠지는 자유분방하고 돌발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미국에 있는 아들을 잊지 못하는 중년의 미혼모이다. 충동적으로 기차역에서 죠지는 알렉스의 목덜미에 키스를 하며 시작된다. 만남부터 비현실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이 둘의 관계에 주목해보자.

등장인물이라고는 고작 두 명밖에 없다. 특별한 소재도, 다양한 캐릭터도 없다. 서로 아무런 접점도 없어 보이는, 너무나도 다른 두 명의 남녀뿐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또는 만날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만남이 흥미롭다. 특히 알렉스와 죠지 사이에 쉴 새 없이 오가는 대사 속에서 발견하는 주옥같은 이야기가 이번 공연의 매력 포인트다.

욕설도 마다하지 않고 거침없는 말과 행동의 죠지, 느릿느릿하면서도 가끔은 엉뚱한 알렉스. 죠지는 다듬어지지 않아 껄끄럽지만 밝고 경쾌한 성격으로 알렉스의 삶에 조금씩 들어온다.


당신의 눈이
와인, 음악, 그림 그리고 플랫 브래드
다 합친 것 보다도 좋아요.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게
창피한 말을 한 건가요?


첫 잠자리 후, 먹을거리를 찾으러 죠지가 부엌으로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렉스는 홀로 침대에서 서글프게 오열한다. 쉴 새 없이 오가던 대화 대신 울음으로 가득 찬 무대에 관객들은 조용히 숨을 죽이게 된다. 하필 왜 그때 알렉스는 울음을 터뜨린 것일까.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본인의 감정을 깨달은 것에 대한 당혹스러움 일까, 죄책감일까. 70여 년간 한결같던 평소와 달라지는 자신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 혹은 다른 무엇일까. 그 어떤 이유이든 간에 어린아이와 같이 쉽게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알렉스의 울음이 너무 아파서 그의 뒷모습을 토닥이며 따뜻하게 달래주고 싶었으리라.

이후 죠지는 알렉스에게 아들이 미국 뉴져지에 있으며 아들을 찾으러 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반사회적이고 속물 같아 보일 수 있는 죠지에게 이번에는 알렉스가 먼저 다가간다. 정육점으로 알렉스를 찾아온 그녀처럼 이번에는 그녀의 직장으로. 알렉스는 매일 같이 일하던 정육점을 닫고 그녀와 함께 미국으로 떠나는 알렉스의 행보까지. 용기를 내어 불확실성 속으로 기꺼이 가고자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용과 존재의 변덕, 불확실성, 그리고 자연과 모든 인간관계에서 예측할 수 없는 가능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더욱 성장하는 모습에서 위로를 얻는다. 알렉스와 죠지의 그 이상하고도 사랑스러운 관계 속 안타까움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 대해 공감하며, 서로 위로하고 함께 사는 것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하이젠버그_정동환&방진의 1.jpg



이 둘의 남은 크리스마스가 늘 행복하기를 바라며


개인적으로 두 사람이 탱고를 추는 장면은 눈에 오래오래 담고 싶을 정도로 어여쁜 장면이었다.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춤을 추기를 속으로 빌었다.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탱고 장면은 이번 공연의 백미가 아니었을까.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오고가는 탱고의 스텝처럼 알렉스와 죠지는 불확실하지만 춤을 통해서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당신에게 몇 번의 크리스마스가 남았다고 생각하냐는 죠지의 질문이 떠올랐다. 알렉스와 죠지에게 남은 크리스마스 하루하루가, 다가오는 오늘 하루하루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길 바라본다.


[장혜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