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은, 그리고 오늘부터 수제맥주 [도서]

글 입력 2018.05.0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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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하면서 온전한 나만의 공간, 나의 방이 생겼다. 이때는 몰랐다. 이 방이 하루 동안 지친 나를 위로해줄 나만의 술방이 되리라곤. 저녁 버스, 전철을 보면 사람들 틈에서 괴로워할 겨를도 없이 녹초가 된 학생, 직장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나 혼자만으로도 힘든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고, 정해진 업무와 과제를 해야 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긴 퇴근, 하교 시간을 거쳐 완전한 휴식의 공간인 집에 들어간다. 집에서, 나만의 안식처인 방으로 직행한다. 오른손엔 가성비를 따질 때 가장 좋은 4캔에 만 원 하는 맥주들과 간단한 마른안주를 들고. 나 또한 이러한 과정을 한때 즐겼다. 그래서일까? 맥주에 대한 나의 인식은 값싸고, 대중적이며, 모두 똑같은 맛이라고 느꼈다. 맥주의 역사? 맥주의 맛?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지친 내 심신을 달래줄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오늘은 수제 맥주>라는 책을 읽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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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어렵게 알고 싶지 않았다. 물론, 알아 두면 좋은 지식이긴 하지만, 심오하게 배우고 싶진 않았다. 맥주는 가벼운 마음으로 마시는 것이니 즐겁게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내 마음을 충족시켜주었다. 아기자기하며 색채 조합이 뛰어난 일러스트와 함께 맥주의 정보들이 나를 반겨주어 눈이 호강하며, 간접적으로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들어 입까지 호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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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쓸신맥 9가지

-맥주는 무엇으로 만들까?
-인류는 언제부터 맥주를 마셨을까?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알아두면 좋을 핵심 맥주 용어

등등을 소개하며 알아두면 더 많이,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맥주에 관한 정보들로 책을 시작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는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맥주의 맛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친절히 베풀어주고 있다. 그림이 들어가지 않은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정보를 확실히 표현하는 그림들로 더욱 쉽게 맥주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글의 배경색 또한 흰색인 부분이 별로 없어 눈에 피로감 또한 줄여주는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2) 맥주 궁합, 당신에게 맞는 맥주를 찾아보세요

어쩌면 내가 가장 필요로 했던 페이지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맥주라면, 카스? 하이트? 아사히? 등 내 선택 범위는 좁고도, 좁았다. 사실 맥줏집에 가서도 맥주의 종류는 주인장의 지식을 뽐내듯이 여러 개였지만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다. 그저 과일 향, 시트러스 향 등 단순한 향의 설명으로 골랐지만 만족했던 적이 드물었다. 매번 맥줏집에서 당황하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맥주의 종류들을 살펴보았다. 친절하게도 맥주의 종류들을 단순나열하는 것이 아닌 계절별로 나누어 맥주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들어 본 맥주들을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페일 라거 Pale Lager
-라거 맥주의 대표 격인 필스너의 쌉쌀함을 보완해 만든 대중적인 맥주로, 우리나라 대기업 맥주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동안 나의 쓸쓸한 밤을 함께 해주었던 맥주의 부모님을 만나 뵙는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제일 많이 마셨고, 제일 많이 마실 수밖에 없던 맥주의 종류가 페일 라거였다.

*페일 에일 Pale Ale
-색이 옅은 에일이란 의미로, 영국식과 미국식으로 나뉜다. 미국식이 더 쌉쌀한 맛을 내고, 맥아를 중간 정도로 볶아 밝은 빛을 띠는 맥주이다. 청량하고 깔끔한 맥주로 여름에 마시기 좋은 맥주여서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많은 사람이 찾기에 좋은 맥주이다.

*IPA India Pale Ale
-어쩌면 최근 들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맥주가 아닐까 싶다. 어느 순간 맥줏집 메뉴판에 IPA라는 말이 많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디자인이 예쁜 맥주들이 참 많아서 손길이 가던 맥주이다. 이 맥주는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던 19세기에 개발된 맥주이다. 홉을 많이 넣어 보존성을 높인 맥주로, 홉을 많이 사용하여 바디감이 진하고 강하며, 쓴맛과 단맛이 동시에 난다. 젊은이들이 디자인에 반하여 골랐는데, 쓴맛과 더불어 달곰한 단맛이 나서 더욱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3) 지역별 수제 맥주 브루어리와 탭룸, 비어 펍 가이드

서울, 경기도, 인천, 강원도, 충청, 전라, 경상, 제주도 등 각지에 분포된 다양한 수제 맥주 브루어리와 탭룸, 비어 펍들을 엄선하여 소개한 곳이다. 어쩌면 이 책을 절대 버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만 같다. 더군다나 다양한 핫플레이스 추천 플랫폼들이 우후죽순으로 많아진 시대에 이러한 추천 카테고리는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맥줏집 중에서도 브루어리 투어인지, 펍/탭룸인지 굿즈숍은 있는지를 분류해준 곳은 드물 것이다. 또한, 주소와 전화번호, 영업시간, 운영하는 SNS 계정까지 친절히 알려주어 이 책 한 권이면 목에 가뭄이 들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에 괜스레 안심이 든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욱 이 책이 소중해지는 까닭은 가게마다 그린 일러스트 때문이다. 각 가게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한층 살려 독자들에게 표현하기 위해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가게를 소개하는 소개 글 위에 실려 있다. 가게의 실제 사진보다 더욱 가고 싶게 만든다. 또한, 마지막 장에 코멘트를 덧붙이며, 가게의 베스트 메뉴와 소소한 팁들을 공유하며 우리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4) 특별 부록

특별 부록에는 각종 탭룸, 브루어리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들이 내재하여 책에서 나온 곳들을 방문하게끔 만든다. 사실, 할인 쿠폰들의 부재에도 이미 충분히 방문할 의사가 솟구치지만, 이 쿠폰들이 문을 박차게 만든다. 이 외에도 맥주 용어 사전을 만들어 조금 더 깊게 맥주 용어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흠뻑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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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제 맥주>는 그동안의 맥주에 대해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던 사람들에게 신세계를 열어주는 포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신세계로 가는 길을 함께해주었다. 그것도 아주 친절히, 상냥하게. 왠지 모르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친구에게 맥주 한잔할래? 라는 말을 가볍게 못 하겠다. 맥주에도 이렇게 깊고 다양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늘은 수제 맥주! 라고 외칠 수 있게 한 것 또한 이 책이다. 하루하루 만나는 소중한 지인들과 마냥 간단하지만은 않던 수제 맥주를 즐기면, 그 만남이 더욱 귀중해지지 않을까?


[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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