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그리고 함께 바꿀 것이다

함께 살아가자. 함께 바꾸자.
글 입력 2018.05.1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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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그리고 함께 바꿀 것이다


  
3일 밤,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 도착했다. 7시가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하늘이 밝았다. 그 것도 잠시, 어둠은 빠르게 찾아왔다. 드디어 8시, 극장에 입장하는 발길이 무거웠다. ‘수연과 재인은 이 짙게 깔린 저녁 어둠보다 더한 암흑 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가장 간단하게 가장 단단하게


무대는 아주 심플하다. 무대 주변에는 검정 봉지로 싸인 알 수 없는 쓰레기들이 쌓여있고, 무대 중앙에는 소품 혹은 가구로 쓰일 상자가 다섯 개 놓여있다. 이 상자들은 냉장고가 되기도 하고, 침대가 되기도 하며, 가끔은 알 수 없는 도시 잔해물이 되기도 한다. 간단한 무대지만, 여기에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실감나는 음향이 곁들여져 극장을 온통 방과 도시로 만든다. 특히 숨 막히는 암흑 속 달칵거리는 손전등과 압도하는 음악은, 관객을 수연과 재인의 어둠 그 어디쯤으로 몰아간다. 그 어둠 아래서 관객은 현실을 본다. 수연과 재인이 마주쳐야 했던 현실. 가령 여성의 삶, 노동자의 삶, 청년의 삶, 재난 아래 살아가는 재난민의 삶 같은 것들 말이다. 멀지 않아 그 것은 관객이 살고 있는 현시대와 아주 먼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장 상징적이고 간단한 무대 위에서, 극은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습을 단단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시놉시스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폐허가 된 도시.
정부는 거액의 급료를 제시하며
도시를 복구할 인력을 모집한다.

수연과 재인은 도시로 간다.
"좋은 곳에서 시작하고 싶어"서,
함께 살 전셋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도시에 도착한
수연과 재인이 맞닥뜨린 환경은
암흑과 40도의 더위, 부식과 오염이었다.




소설을 본따 만든 연극


연극은 원작인 강화길 작가 ‘방’의 문장을 그대로 인용한다. 흐름은 그 순서가 조금 다르지만, 오히려 받아들이기 편하게 각색되었다. 문장은 하나의 나레이션처럼 어느 배역인지도 모르는 배우의 입에서 흘러나와 관객들에게 꽂힌다. 한 줄 한 줄, 그대로 읊는 것만으로도 원작의 그 즐거움과 그 공포가 연상된다. 덕분에 원작의 분위기와 의식을 전혀 망가트리지 않았다. 망가트리긴 커녕, 고스란히 지켜냈다. 아니, 오히려 잘 살려냈다.

소설은 재인의 1인칭 시점으로 흘러간다.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담담한 재인의 목소리로, 독자들은 오로지 재인의 눈에서 수연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하지만 연극 속 수연은 재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살아 있다’. 재인에게 들키지 않았던 표정들, 재인에게 보이지 못했던 아픔들이 팝업 북처럼 튀어 오른다. 그렇게 만난 수연은 마냥 강한 사람만은 아니다. 다만 재인과 함께할 미래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일뿐이다. 재인 역시 소설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표현되었다. 수연 뒤에서만 숨어있던 재인은, 도시의 어둠 속에서도 ‘우리’를 위해 매일을 버텨낼 만큼 단단하고 강했다. 도시 속에서만 살던 두 사람은 연극을 통해 이 서울 한복판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캐릭터로 거듭났다.
 

전구 옆까지 곰팡이가 번졌다.


컨셉이미지_같이살자.jpg
 


함께 유토피아 만들기


수연과 재인, 두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두 사람의 새로운 삶이 출발하고 있었다. 함께하기에 달라진다 믿었다. 두 사람이 도시에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두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복숭아를 먹으며 깔깔 대던 서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완전히 ‘행복한 디스토피아’였다. 그러나 불행은 순식간에 인간의 숨통을 잠식시킨다. 수연은 다리가 굳어갔으나 병원에 가지 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운 미래의 행복이라는 거짓 실루엣을 뚫지 못한 채 불행에 중독되었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선, 어둡기만 한 현재는 보이지 않고 밝은 미래만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어둠이 장악했다. 도시라는 디스토피아에 다리가 멈춘 수연은 현재의 아픔을 참는 현실의 약자들이다. 함께하기에 달라진다 믿었던 삶은 그 굳은 믿음만큼 단단했고, 그만큼 도시의 어둠이 깨부시기 쉬웠다. 새로운 삶의 출발이라 생각하고 서울에 도착한 청년들의 삶과 제법 비슷하다.
 

그들이 날 수 있었다면,
진작 이 곳을 떠났을 것이다.




우리 모두 ‘우리'가 될 수 있다


극의 배역, 즉 수연과 재인은 누가 누구인지 가끔씩 그 경계가 흐려진다. 초반, 수연 역을 맡은 배우가 재인의 나레이션을 맡는가하면, 수연이 물에 중독되는 과정에서는 두 배우가 번갈아 물을 나른다. 누가 수연이고 누가 재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누가 재인이고 누가 수연인지는 중요하지 않을만큼 그들의 삶은 약자라는 조건 아래서 위험하게 놓여져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더 나아가, 돌처럼 굳는 것은 수연이 될 수도, 재인이 될 수도, 어쩌면 이 걸 보고 있는 ‘너'가 될 수도, 또 ‘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확장하게 된다. 재인이 던진 기형의 몸들은 우리가 아닌 우리들이었을 것이다.

문득 수연과 재인, ‘그들의 옆방에는 누가 살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슈퍼에서 마주친 남자, 혹은 전에 살던 사람처럼 목이 기형인 여자? 서로의 아픔과 비극을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이를 나누지도 못한 채 방 안에 갇힌 그들이 눈물나게 안타깝다. 그리고 그 것이 곧 ‘우리'가 아닌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고 또 무섭다.


 
바꿀 시간, 우리의 지금


재인이 수연에게 기대 계속 물을 마시며 극은 끝이 난다. 아마 두 사람은 꼭 붙은 채로 발견되어 재인이 봉투를 날리던 곳으로 던져질 것이다. 넓은 전세집도, 생활을 유지할 카페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들의 내일은 도시에서 멈췄다.

어쩌면 지금도 수많은 수연과 재인이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아픔을 참고 있을지도 모른다. 덧나고 뭉개지는 상처를 견뎌가며 내집 마련이나 편한 직장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더이상 유토피아를 위해 디스토피아의 고통을 참을 필요가 없다. 언젠가 바뀔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바꿔야 한다. 페미씨어터가 첫 작품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강한 의지다. 바꿀 수 있는 내일이 아직 남아있다. 함께 살아가자. 우리 함께 바꾸자. 제목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는 함께 이 상황을 바꿔나가자는 말로 바꾸어 들린다.

바꾸는 것의 첫걸음은 현실에 대한 인식이다. 그들의 방을 마주한 후, 나는 자주 주변을 돌아본다. 미래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어딘가에 묶여있진 않은지, 미래가 두렵다는 명목 하에 현재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지. 만약 그렇다면 나와 함께 도시에 머물러줄, 함께 도시를 바꿔나갈 누군가가 있기는 한건지. 찬찬히 둘러본다. 그리고 이 사회에 있는 수많은 재인과 수연들이 그 누군가가 되어줄거란 작은 희망을 찾는다. 똑똑히, 그리고 아주 단단히 기억하기로 한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되고, 창과 칼이 되어 우리를 묶고 있던 밧줄을 끊어내고 유토피아로 전진해나갈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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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개요>

공연명 :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장  소 : 미아리고개예술극장
기  간 : 2018.05.03(목)-05.13(일)
시  간 : 평일 8시 / 토 7시 / 일 4시, 7시 (화 쉼)
* 7일(월) 대체공휴일 4시 공연
가  격 : 정가 30,000원
등  급 : 14세 이상 (중학생 이상)
예  매 : 인터파크티켓, 대학로티켓닷컴, 플레이티켓
문  의 : 010-2069-7202
제  작 : 페미씨어터, 래빗홀씨어터
협  력 : 성북문화재단, 마을담은극장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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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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