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람이 불어온 곳, 지금 여기에서 [공연]

글 입력 2018.05.18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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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태어나던 해로 바뀌기가 무섭게 가수 김광석은 연예계 스타에서 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되었다. 그를 라디오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누군가 신청한 신청곡인 '서른 즈음에'는 가사 하나하나가 뼛속에 새겨지듯 파고들었다. 그리고 난 바로 가사를 검색했고, 시를 읽듯 천천히 감상했다. 지금 당장은 저 기분이, 상황이 어떤지 알기는 힘들지만 나도 저 비슷한 상황을 머지않은 미래에 조금이나마 느낄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꾸준히 그의 노래를 듣지는 못했다. 수많은 노래와 신나는 멜로디의 가요들에 빠졌고, 서정적인 그의 스타일을 쫓지 못했다. 더욱이 그의 노래를 함께 나눌만한 친구가 없었다. 그의 노래는 단순한 음원이기보다 함께 그의 가사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함께 할 친구가 있을 때 더욱 명반이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해석이 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부분이라도 사람마다 느낀 점과 생각한 점들이 달라서 함께 이야기하는 맛이 달콤한 노래여서 혼자만의 사색에 빠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때에 비해선 꽤 나이가 든 2018년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뮤지컬에 가게 되었다. 5월 4일부터 6월 1일까지 성수 아트홀에서 선보이는 뮤지컬은 2012년 김광석의 고향 대구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대학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호평받아 왔으며 소극장 뮤지컬로는 드물게 누적 관객 10만 7천 명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스테디셀러 창작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전한 사람들의 사랑을 의미한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그를 그리워하고 있고, 그의 노래에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을 주었고, 우리는 그 선물을 여러 방법으로 받아들인다. 뮤지컬에서는 '서른 즈음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날들', '거리에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노래로 공연을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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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는 당연히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95년도였다. 소품부터 행동, 대사까지 향수를 불러올 만한 요소들이 많아 그때를 그리워할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미 다양한 매체에서 과거를 많이 다루고 있어 나 또한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렇게 과거를 나누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소비로 이어진다. 분명 현재가 편리하고 빠르긴 하겠지만, 그 안에서 여전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미화되는 부분들이 많겠지만, 그때에만 느낄 수 있던 감정들에 파묻혀 사는 시간을 겪음으로써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 것은 아닐까. 뮤지컬에서는 바람 밴드의 멤버들이 살아온 과정들을 보여준다. 우리의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라 굉장한 매력을 지닌 뮤지컬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故 김광석을 향한 존경과 그리움 또한 담겨 있었다.

 뮤지컬을 보는 내내 '저 때니까 가능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향과 마음속에서 들끓는 소리를 무시한 채 현실에 발맞춰 가는 현실이 애석했다. 저 시대니까 저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했지만, 교만한 생각이 되었다. 물론 더욱 나의 낭만을 지키기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 때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보편화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마음먹기 나름이다. 지금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잘 듣고 있는지, 아니 들으려는 시도는 하는지 혼자 되뇌었다. 뮤지컬을 기획한 연출자들도 이러한 반응을 예상했는지 관객들과 소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현실에 지친 그대들이여, 우리의 낭만 한 조각을 나눠줄 테니 잠깐이라도 즐겨보자는 이야기를 하듯 우리와 이것저것 나누길 바랐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음이 편안해졌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여기 있는 사람들과 무대만 살아있는 양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공연을 감상했다. 한 편으론, 내가 저 시대에 살아 故 김광석의 영향을 받았더라면, 난 조금 다른 감성을 지닌 어른으로 컸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기도 했다. 그와 함께 시대를 보낸 사람은 조금 더 행복했으리라 믿는다. 지금도 많은 뮤지션들이 대중들에게 기쁨을 주는 노래를 선사하지만, 故 김광석처럼 따스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음악가들은 흔치 않다. 다행히 그는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들을 남겨 아직 그를 그리워하고 마음속으로나마 그려볼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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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故김광석 - 서른 즈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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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 어쿠스틱 뮤지컬 -


일자 : 2018.05.04(금) ~ 06.01(금)

시간
화, 수, 금 저녁 7시 30분
토, 일, 공휴일 오후 4시

*
5월 7일(월), 5월 22일(화) 오후 4시
5월 8일(화) 공연없음

장소 : 성수아트홀

티켓가격
R석 45,000원
S석 35,000원

주최
성동문화재단

주관
성수아트홀,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문의
성수아트홀
02-2204-7563





[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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