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팅 힐 Notting Hill, 1999 [영화]

Don't forget i'm just a girl standing in front of a boy asking him to love her.
글 입력 2018.05.1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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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팅 힐
: 노팅 힐에 사는 소심남, 윌리엄 새커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배우 안나 스콧의 이야기


 OST와 더불어 너무너무 유명한 영화. 혹자들은 남자판 신데렐라 스토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솔직히 유명하다는 ost도 나중에 직접 들을 때서야, 이 영화에서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 한창 내 재생 목록 1순위 달성중이다. 각설하고 진부하게 말하자면 여배우란 가면 아래, 진실할 수 없는 여자와 그로부터 상처받는 남자.

 신데렐라류의 스토리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이야기라, 보면서도 드라마고 영화라는 사실이 계속 뇌리에 박힌다. 남자판 신데렐라라서 더욱 드물고 그래서 뇌리에 더 강렬히 박혔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잘 먹히는 이유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와 신분 상승의 열망 등 현실 세계에서 갖기 어려운 가치(사치라고 말하고 싶다)를 재해석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쏟아져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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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제일 비현실적이었던 건.. 잠자리 안경을 쓴 휴 그랜트 미모와, 줄리아 로버츠 우아한 미소였다. 안나 스콧이 여배우라고 해서 차치하더라도, 시장 한구석에 작은 여행서적 전문점을 운영하는 남자가 저런 미모를 갖고 있다니 정말 해괴하다. 영화라서 그런가? 세계적인 여배우가 감히 사랑에 빠질 만할 비주얼이긴 하다.

 여배우로서의 삶이 얼마나 그런 지 적나라하게 나타나있다. 작중 시대적 배경은 1999년인데, 그때마저 온갖 파파라치와 시선 속에서 살아야 했던 여배우. 고급 창녀 취급을 받고 연기보다 외모를 더 조명 받으며, 그녀 인생은 모든 사람들의 안줏거리가 된다. 정반대의 윌리엄 새커로부터 위안을 받았을까? 구시대적 말투와 잔잔한 억양, 한심한 유머는 셔터음 소리와, 환한 조명 사이에 있던 그녀에게는 '위자드베이커리'와 같은 느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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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ST가 유명한 영화라는 것도 직접 들어보고서야 알았다. 압권이었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한 번 나오고, 10분도 안되는 작품 시간을 남겨놓으며 극 후반부에 잠깐 나오는 주제곡은 극 전체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전채요리를 위협하는 오르되브로 같았다. OST가 왜 유명하다고 하는지 이해가 됐다.

 OST 제목은 'She', 가사는 윌리엄 새커 입장을 대변한다.


She
-Elvis Costello-



She

May be the face I can't forget
The trace of pleasure or regret
May be my treasure or the price I have to pay

She

May be the song that summer sings
May be the chill that autumn brings
May be a hundred different things
Within the measure of a day

She

May be the beauty or the beast
May be the famine or the feast
May turn each day into a heaven or a hell
She may be the mirror of my dreams
The smile reflected in a stream
She may not be what she may seem Inside her shell

She

Who always seems so happy in a crowd
Whose eyes can be so private and so proud
No one's allowed to see them when they cry

She

May be the love that cannot hope to last
May come to me from shadows of the past
That I'll remember till the day I die

She

May be the reason I survive
The why and wherefore I'm alive
The one I'll care for through the rough in ready years

Me

I'll take her laughter and her tears
And make them all my souvenirs
For where she goes I've got to be
The meaning of my life is

She


 시냇물에 비친 그녀의 미소, 그녀의 겉모습과 내면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가사는 영화를 짧게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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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초반 마주한 배우 안나 스콧의 미소는 매력적인 위화감이었다. 눈은 웃지 않은 채 조용히  올린 입꼬리는 우아했지만 부자연스러웠다. 그녀는 작품 내내 미소를 지었다. 여배우에게 미소란 얼마나 고역이고 강요인지, 내가 다 광대가 아플 것 같다.

 다르게, 새커를 향한 미소는 생기 넘치는 느낌마저 든다. 새커의 사랑이 피그말리온의 소원처럼, 인형에서 사람으로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생각하면 비약일까? 그마저도 10년 동안 여배우로서 억지 미소·대외용 미소를 머금은 안나는, 진짜 미소를 짓는 게 어설프게 느껴졌다.

 항상 미소 지었던 그녀가 화내고 울었던 대상이 오직 새커라는 점이 그를 사랑했다는 증거다. 영화에서 처음 미소를 깨어 보인 대상도 새커였다. 그녀는 웃었을 때 더 아름다웠을진 모르지만, 웃지 않았을 때가 더 빛났다. 그녀가 미소 짓지 않을 때가 돼서야 여배우에서 해방됐고 그런 그녀를 배우가 아니라 온전한 한 사람으로 바라봐 준 새커에게 더 끌렸던 건 당연했다. 소심남 새커에게는 여배우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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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forget i'm just a girl
standing in front of a boy asking him to love her.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슴 아픈 건 똑같다. 함부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못하며, 그러는 동안에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받는 걸 봐야 한다. 안나도 그랬다.

 당연하게도, 안나와 새커의 사랑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를 사랑하는 과정을 다르게 말하면, 여배우와 사랑이라는 두 가치를 저울질하는 과정이었을 정도다. 그를 사랑했기에 여배우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다가간 것도 맞지만, 반대로 여배우기에 그에게 더 많은 사랑과 배려를 강요한 것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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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인 줄 알고 갔더니, 인터뷰 현장이었고 뭣도 모른 채 기자 행세를 하면서 인터뷰를 해야 했다. 다시 부른 호텔에서는 남자친구와 함께 맞이했으며 벨보이 행세를 하며 먹다 남은 음식물과 쓰레기를 치워야 했다. 새커가 6개월 동안 마음을 정리한 후에, 안나는 누드 스캔들을 이유로 새커의 집을 찾아왔다. 화해를 이유로 촬영 현장에 찾아왔지만, 그녀가 동료에게 새커를 그냥 알던 사람이며 계속 찾아오는 게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는 걸 엿들어야 했다. 새커 입장에서는 그녀를 사랑하는 과정은 동시에 그녀에게 사랑을 받으면서도 존재를 부정당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물론 안나도 공인이기 때문에, 그간 처사가 이해가 된다. 남자친구와 같이 맞이한 사건만 빼고. 새커가 그만큼 감내했기 때문에 사랑을 쟁취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안나도 그의 편안함과 인내를 보고 사랑에 빠졌을 테고. 공인과 연애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예인 유사 연애 퇴치하기 좋은 영화다.

* 가사 마지막은 자신의 고백 ME.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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