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한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 고찰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5.1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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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뮤지컬을 본다면 그동안 접하기 쉬워 자주 접했던 미국의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확연히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쾌하고 밝은 미국의 뮤지컬에 비해 프랑스 뮤지컬은 어두운 내용을 담은 뮤지컬이 많고 결말 역시 비극으로 끝나는 작품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뮤지컬과 프랑스 뮤지컬을 비교했을 때 많은 차이점이 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배우와 댄서의 분리이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은 배우와 댄서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모든 등장인물이 춤과 노래를 함께 소화해낸다. 반면 프랑스 뮤지컬은 배우와 댄서의 분리가 확실하다. 배우들은 극에서 춤을 추지 않고 노래만 부르며 활동 반경 역시 좁다. 댄서들은 노래를 하지 않으나 노래와 비등하게 무대 위에서 안무로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저러다 다치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슬아슬한 아크로바틱과도 같은 안무들뿐만 아니라 발레, 현대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안무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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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댄서의 분리가 명확한 이유는 우선 오늘날 프랑스 뮤지컬이 17세기 코메디 발레를 기원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메디 발레는 루이 14세의 주도로 문화적 부흥이 일어나던 17세기에 등장한 장르이다. 발레를 사랑했던 루이 14세를 위해 륄리와 몰리에르는 프랑스 궁정발레를 음악과 결합해 코메디 발레라는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었다. 발레 무대에 직접 무용수로 나설 정도로 발레를 아끼고 좋아했던 루이 14세를 떠올려 본다면, 륄리와 몰리에르가 코메디 발레 극을 제작할 때 춤, 발레의 비중은 당연히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코메디 발레는 비록 몰리에르의 사망 이후 축소되면서 쇠락했지만 루이 14세의 애정으로 인해 발레는 그 후에도 계속해서 성장했을 것 같다. 프랑스 문화에서 큰 주축으로 자리 잡은 발레는 다양한 무용 예술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이는 오페레타, 캬바레를 거치며 현대의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같은 뮤지컬에도 무용을 축소할 수 없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뮤지컬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인식 역시 배우와 안무가의 분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철학적 논쟁을 좋아하는 프랑스 국민들은 단순히 흥겨운 노래를 부르고 화려한 볼거리만 제공하는 미국식 뮤지컬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때문에 이러한 프랑스 사람들의 인식을 아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연출진들은 배우와 안무가들을 분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깊이 없는 버라이어티 쇼를 싫어하는 국민들을 위해 작사가 뤽 플라몽동은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를 썼고, 이 가사의 내용과 의미를 좀 더 잘드러내기 위해 무대 위 배우들에게 과한 움직임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나 감정을 잘 드러내기 위해 안무를 사용해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킨 것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배우와 안무가가 분리된 이유를 고찰해 보았을 때, 노래와 춤의 분리는 단순한 무대 장치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과거의 문화에서 비롯되어 그 문화에 영향을 받은 현대 프랑스 인들의 인식이 기반이 되었다는 점을 본다면 배우와 안무가가 분리된 프랑스 뮤지컬은 세계 그 어느 뮤지컬보다 가장 역사적이며 독창적인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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