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활자의 바다를 건너다, '독서의 발견' [도서]

글 입력 2018.05.1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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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에는 '간서치'라 불렸던 책을 사랑한 실학자 '이덕무'가 있었다. 슬픔과 고통을 잊기 위해서 책을 들었던 이덕무의 모습을 떠올리다 '독서의 발견'의 유명만 작가가 떠올랐다. 조선시대에 책을 사랑한 이덕무가 있었다면, 지금 21세기에는 활자의 바다를 건너는 유영만이 있는 게 아닐까? 이덕무는 책을 하나의 친구처럼 느끼는 것 같았고, 유영만 작가의 이번 글을 읽어보니 그는 책을 하나의 무기로 느끼는 것 같았다. 나를 보호해주기도 하지만 나의 낡은 생각을 부수는 무기.


책을 읽으면 정신은 물론 몸에 병이 생길 수도 있다. 심한 진저리를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전해주는 강렬한 공기가 지금껏 독자가 맡아볼 수 없었던 강력한 마취력을 갖고 있는 공기이거나 독자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차가운 공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접했던 익숙한 공기가 아니라 처음 접하는 공기가 책에 들어 있다면 감기를 넘어 심한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


그저 좋은 것이라 여겼던 책이 독자를 병들게 할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라는 책에 대한 시선은 새롭게 다가왔다. 독서에 관해 이 책 안에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이 무척이나 많아 볼펜 잉크가 부족할 정도였지만,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문장은 바로 이 문장이다. '책은 나를 병들게 할 수도 있다.' 이 문장은 내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아주 좋은 대답이 되었다. 다양한 간접 경험, 지식 습득, 위로를 책에서 얻는 것 외에도 독서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음을 알려주는 날카로운 문장이었다.


차라리 안 읽었으면 위험한 생각은 잉태되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고 지금 생각대로 살아가는 삶이 더 위험한 인생이 아닐까. 위험한 삶이 펼쳐지지 않는 삶, 한 번도 위험한 생각을 품지 않고 살아가는 평범한 삶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삶이 아닐까.

위험한 생각을 품게 만들지 못하도록 막는, 아니 기존 생각을 방치하게 만드는 익숙한 책 읽기나 아예 읽지 않는 행위야말로 가장 위험한 생각이며 삶이다.


그동안 나를 불편하게 하는 문장까지 보듬어가며 책을 읽지 않았다. 불편함이 내 생각을 깨트려 새로운 생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두려웠던 것 같다. 지금 이대로, 내가 가진 그대로를 유지하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나와 생각이 다른 문장에서 도망치기 위해 책을 슬며시 덮었던 적도 많았다. 나와 비슷한 상황,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는 문장만을 찾아 읽고 그 안에서 공감과 위로를 얻기만 했다. 공감과 위로를 주는 따스한 문장도 위대하지만 내 안에서 오랜 기간 머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내 안에 오래 남아있고 나를 바꾸었던 문장은 읽으면서 나를 춥고 아프게 만들었던 날카로운 문장이었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라는 '독서의 발견' 속 문장 역시 그러한 것 중 하나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서 '이 책은 별로네.'라고 쉽게 결론을 내리고 책에서 얻은 게 없어서 나쁜 책이라 여겼던 지난 시간에 찬물을 끼얹는 말이었다. 책에 속아 넘어갔다며 푸념할 것이 아니라 이 책이 왜 나를 속아넘어가게 했는지 그 유혹의 비법을 얻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내 생각을 흔들었다. 유영만 작가 역시 여전히 수많은 문장 사이를 여행하며 찾고 있는 마음을 후벼파는 날카로운 문장. 내게 그 문장은 바로 이 책 그 자체다. 드넓은 온갖 문장이 도사리는 활자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 곁에 둘 가장 좋은 안내자를 발견했다.





독서의 발견
- 천천히 온몸으로 읽는 탐독가의 읽기 혁명 -


지은이 : 유영만

펴낸곳 : 카모마일북스

분야
인문>독서, 글쓰기>독서>독서일반

규격
120*186*20mm

쪽 수 : 272쪽

발행일
2018년 4월 25일

정가 : 15,000원

ISBN
978-89-98204-45-7(03800)




문의
카모마일북스
02-313-3063





[김하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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