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독서의 발견|유영만

독서에 대한 저자의 심화 의견집
글 입력 2018.05.1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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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발견
천천히 온몸으로 읽는 탐독가의 읽기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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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유영만
펴낸곳: 카모마일북스
발행일: 2018년 4월 25일
분량: 272쪽
정가: 15,000원
분 야: 독서일반





책을 좋아한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인두 같은 한 문장을 만나기 위해 나는 오늘도 활자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라는 표지의 문장 때문이었다. 독서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이다. 나 역시 마음을 울리는 단 한 문장이라도 발견한다면 그건 성공한 독서(혹은 책 선택)라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만나기도 전에 저자와 공감대를 형성한 기분이었다. 1장 서두에서, 나도 종종 변경해서 사용할 정도로 손과 입에 익은 공산당 선언을 독서 예찬으로 바꾸어 쓴 부분에서는 호감을 적립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불편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책을 '읽어버린다'라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어색하다. 책을 '단숨에 읽어버리다'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럽다. 저자가 어째서 어색한 표현이 들어간 문장을 강조했는지 조금 의문이었는데, 답은 서론을 몇 장 넘기자 금방 나왔다. 저자는 이 표현을 말하면서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일부를 인용했다. "그들은 읽었습니다. 읽어버린 이상 읽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는 일본어식 피동 수동형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저자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독서를 얘기하는 작가만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책을 읽었다.

예전에 일했던 거래처의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에는 항상 segment와 함께 target이 있었다. 그 후로 나는 많은 것들을 볼 때 타깃을 생각하게 되었다. 책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의도는 무엇이고 이 책의 대상은 누구일까를 생각한다.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 타깃을 독서를 시작하려는 사람들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책은 독서 입문을 이야기하지 않으며, 저자는 비 독서가에게 친절하지 않다. 책은 독서에 대한 저자의 의견집으로 보인다. 독서에 대한 누군가의 의견이 궁금한 사람, 혹은 독서 애호가에게 적합한 책 같다.

저자는 책을 읽어야 진정한 인간관계의 맥을 짚을 수 있고, 책을 읽어야 안목과 시장을 남다르게 읽을 수 있는 혜안이 생긴다(p.34)고 하는데, 나에게 독서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저자의의 저 말은 마치 본인의 전공만이 제일 유익한 학문이라고 강조하는 교수님의 말처럼 들렸다. 저자에게 독서는 애호를 넘어 심화의 단계로 보였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두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현대인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맛집 검색이나 내비게이션 사용을 예로 들었는데, 왜 문제가 되는지 근거가 부족하다. 스마트폰은 문제가 맞지만, 저 부분은 스마트폰의 편리함이 독이 된 경우에 적용하기 어렵다. 어린아이에게도 스마트폰이 다른 무엇보다 익숙한 요즘 세태는 문제가 맞다. 스마트폰과 유튜브로 인해 글을 읽는 대신 글을 보여주는 영상 매체가 더 익숙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자가 이 부분부터 지적하면서 독서와 거리를 좁히는 법을 알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출퇴근길 대중교통에서 책 읽기란 매우 어렵다. 책을 펼쳐 들 공간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짧은 호흡의 장르 소설, 혹은 편리함의 이북을 선택한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본의 아니게 타인의 핸드폰 화면을 보게 되는 경험은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무협지, 로맨스, 이북을 읽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 단순히 유흥거리를 소비하기도 하지만, 뉴스 기사라도 읽는 사람도 있다. 비록 소수지만 글을 접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독서가 아니기에 저자는 이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두 번째로 진지한 독서를 권하는 저자의 태도가 부담스러웠다. 나는 베스트셀러든, 고전이든, 숨은 명작이든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독서의 의미와 무게가 다른데 저자는 독서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 독서 애호가이다. 독서가 대단한 의미가 되면 자연스레 무게가 실린다. 무거운 것은 시작하기 어렵다. 삶을 흔들어버리고, 허영을 부수고 맨얼굴을 보도록 만드는(p.40) 독서는 감정 소모가 크다. 그런 일을 반복하면서 지내는 것도 어렵다. 
그리고 저자는 문제를 바쁜 현대인을 언급하면서 '책을 안 읽어서 바쁜 경우가 더 많다(p.236)'고 하는데, 이는 독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것이다. 나는 독서가 많은 이들에게 일상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삶에는 아직 '저녁이 있는 삶'이 자리 잡지 못했다. 현대인에게 저녁 시간이 있어야 여가가 생기고 문화생활의 시간이 생긴다. 바쁘고 지친 일상이 독서로 위로된다면 좋지만, 그럴 기력이 없다면 삶에 여유를 넣어주어야 한다. 그건 개인의 몫이 아니다.

저자와 반대되는 입장을 길게 적었는데 나는 이 책에서 두 문장을 건졌다. 괜찮은 독서 경험을 하나 적립했다.

"마음만 계속 먹지 않는다.
제발 그만 먹어야 될 게 바로 마음먹기다.
음만 먹고 행동하지 않아서
세상의 변화가 시작되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고 생각만 해서 두통이 생긴다."

"(…) 오히려 다소 거부감이 들지만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옳다라는 사실을 확인해봤자 내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양식이 마련되지 않는다."

위의 두 문장은 독서가 아닌 다른 부분에도 적용되어 생각할 거리를 만든다. 글 초반에 '한 문장'을 이야기했는데 이 책에서 나를 자극하는 두 문장을 만났다. 그와 함께 유익한 정보도 하나 얻었다. p.123~124에서 자극이 후두엽으로 전해진 다음 전두엽에도 자극이 전달되어야 하는데 스마트폰, 게임, 그리고 TV 드라마는 자극이 전두엽까지 전해지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학술적인 이야기는 신뢰도를 높인다. 독서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저 부분을 인용하며 독서의 필요성은 설파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이렇게 읽었다. 저자의 말대로 불편하게 만드는 문장에 밑줄을 긋고 반박할 것들을 생각했다. 반박 거리를 생각하면서 저자의 논리가 적용될 만한 부분은 고민하다 삭제했다. 대학 다닐 때 한 교양 시간에 독후감 과제가 있었다.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책의 감상을 적는 과제였는데, 하필이면 내가 선택한 책의 저자와 나의 스탠스가 정반대라서 저자와 싸우는 기분으로 독후감을 작성했다. 이번 독서는 나에게 그때의 기분을 되살렸다. 대학 시절로 돌아가 교양 과제를 해치운 기분이 들었다. 오래간만에 느낀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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