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환상의 예술, 웨딩드레스

글 입력 2018.05.16 18:4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내용 프린트
  • 글 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포스터.jpg


나는 비혼주의자다. 이 말을 하면 많이들 코웃음친다. 그래, ‘아직까지는’, ‘어리니까’. 뭐라고 하든 ‘지금은’ ‘확고하게’ 비혼을 고집하는 중이다. 사실 내 마음을 정확하게 묘사하자면, 결혼생활에 대한 어설픈 앎과 그로 인한 막연한 두려움에 괜한 반항심까지, 거기다 마침 퍼져나가고 있는 비혼주의 트렌드의 영향도 적지 않게 섞인 상태일 것이다. 세상에 백퍼센트는 없듯이 이 생각도 얼마나 갈지 장담은 못한다.

그러나 확실한 건 결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가 지금 내 마음에는 없다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환상이나 로망,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기대, 결혼생활에 대한 희망, 그런 것들 말이다. 그래서인지 결혼식을 가도 그게 미래의 내 모습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그래도 웨딩드레스는 예쁘더라. 아니 예쁜 것 보다는 환상적이라는 말이 좀 더 정확하다. 웨딩드레스 자체가 환상을 담고 있기 때문일까. 단지 겉으로 보이는 티 없는 순백색이나 화려한 디자인 때문만이 아니다. 웨딩드레스의 아우라는 그것을 입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 결혼식을 올리는 순간만큼은 신랑 신부 두 사람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이 스며드는 웨딩드레스이기에 그토록 아름다운 것이다. 결혼할 생각이 없는 나여도 그 지극한 행복을 마주한 순간만큼은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로는 다 환상이라고 생각해도 말이다.


디어마이드레스룸 (1).jpg
▲ 전시 사진
 


환상의 예술


너무 아름다운 환상이기에 동경하면서도 부러 심술부리며 밀쳐내게 되는, 그만큼 결혼의 환상성은 강력하다. 그 환상의 정점은 웨딩드레스에 찍힌다. 오직 결혼식 몇 시간동안만 입는, 그러나 그 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그야말로 마법같은 옷이다. 웨딩드레스를 다루는 예술은 바로 그 마법, 환상을 다룬다. 꿈꾸는 예술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이다.

물론 환상을 다루는 예술이라고 해서 모두 아름답거나 꿈같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환상이 빛나면 빛날수록 그것이 드리우는 그림자 또한 짙은 법이다. 이 전시의 장점이라면, 환상의 그림자도 놓치지 않고 다룬다는 것이다. 결혼식의 끝과 함께 시작되는 결혼 생활, 그 일상에 스며드는 가부장적 구조, 습관의 폭력성과 자유를 향한 갈망 등. ‘결혼 속’을 살아가는 12명의 신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은 빛과 그림자 모두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전시는 단지 결혼이나 웨딩드레스뿐만 아니라 사람과 마음에 대한 주제를 폭넓게 다룬다. 한편에는 꿈, 자유, 일상의 행복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억압과 폭력, 피상적인 인간관계, 가식, 허영이 있으며, 또 한편에는 삶의 유한함, 덧없음, 그를 이겨내게 하는 관계 등이 있다. 이토록 다채로운 이야기를 30여명의 국내외 작가들이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엮어낸 전시이다. 기대가 된다.

 
여섯번째 신부.jpg
▲ 전시 사진
 


환상의 예술가, 앙드레 김



미술 작품을 구입하지는 못하더라도 미술관에 그림을 보며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제 작품은 입지는 못하지만 쇼윈도에서, 패션쇼에서 그것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의상에는 꿈과 환상이 있어야 해요. 왜 꼭 입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세요? 

- 앙드레 김


이 전시가 기대되는 또 다른 부분은 바로 앙드레 김 추모 전시이다. 앙드레 김은 한국 최초의 남성 패션 디자이너일 뿐 아니라, 장르와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인정받는 디자이너이다. 그의 독특한 말투나 외관만큼 그의 작품세계 역시 독보적이고, 그의 작품만큼 그의 신념과 생애 또한 남달랐다. 단지 패션에 머무는 것이 아닌 패션쇼라는 종합예술분야를 개척하고, 상업적인 탁월함보다는 예술적 완성도를 추구했다. 세간의 어떤 평가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환상과 낭만을 지켜온 앙드레 김의 예술정신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앙드레 김의 웨딩드레스는 그 자체로 많은 이들에게 꿈과 영감을 전달할 것이라 생각한다.


Show Must Go On by 앙드레 김 (2).jpg
▲ 전시 사진
 

결혼, 환상, 꿈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결혼의 환상에 대한 나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게 한다면 더욱 좋겠다. 물론 아름다운 드레스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작품들, 그리고 패션 거장의 예술세계는 그 자체로도 즐거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 Dear My Wedding Dress -


일자 : 2018.05.01(화) ~ 09.16(일)

관람일 | 화요일~일요일
휴관일 | 월요일

시간
10:00 ~ 18:00
(입장마감 : 전시마감 1시간 이전)

장소
서울미술관 전관

티켓가격
성인 11,000원
대학생 9,000원
학생(초/중/고) 7,000원

주최/주관
서울미술관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문의
서울미술관
02-395-0100




[김해랑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E-Mail : artinsight@naver.com    |    등록번호 : 경기 자 60044
Copyright ⓒ 2013-2018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