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가 내 장미를 꺾었지? [영화]

영화 미녀와 야수 (2014년)를 이해하는 키워드
글 입력 2018.05.17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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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장미를 꺾었지?” 무참히 꺾인 것은 한낱 장미 따위가 아니다. 야수는 장미를 꺾은 상대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할 만큼 진지하다. 그가 바라는 것은 무려 상대방의 목숨이다. 이게 뭘까. 눈 에는 눈, 이 에는 이, 피흘림에는 피흘림으로? 야수가 정말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이 어쩌면 목숨 같은 사랑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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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1 #장미


장미를 꺾은 것이 함정이었다. 순진무구하게 뻗어나간 손... 아니, 마음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만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사랑 없이도 쉽게 가진 것'은 손바닥을 파고드는 장미 가시만큼이나 괴로운 것이다. 어떻게든 뿌리치고 싶지만 또한 내 것이 되어버린 것을 놓아버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가시의 극렬함이 먼저인지 살갗의 아픔이 먼저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어서 그저 괴롭고 괴로울 뿐이다. 장미의 억울함은 또 어디에 호소할 수 있을까. 무시로 피어난 흔한 마음이라 하더라도 남의 손 안에서는 아프고 절절할 수밖에 없다.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지천에 구르는 돌멩이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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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2 #야수의 성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홀로 제정신인 채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일일까. 자신을 투사할 대상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영원히 목숨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은? 자기 분열이 답이다. 야수의 쪼개어진 자아들이 곧 살아있는 성(成)이고 장원(莊園)이다. 은유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홀에서, 침실에서, 빛이 떠다니는 후원과 산책로에서... 벨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반응하는 야수의 성을 둘러보며 놀라워한다. 아무도 없으니 금세 따분해지지만, 사실 언제나 야수와 함께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야수가) 왜 기척을 숨긴 채 지켜보고만 있었는지는 뻔하다. 탐색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죽게 될까? 이 세계는?" 그에게 타인의 존재란 갑자기 찔러 들어온 쇠붙이와도 같아서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해가 될지 득이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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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3 #벨(Belle)


벨은 호기심이 많다. 알고 싶은 것도 많다. 그저 눈을 감고 싶더라도 저절로 알게 되는 우연을 연달아 만난다. 언제라도 자기 확장을 일으킬 수 있는 여자이다. 이런 사람의 옆에 있으면 처음에는 자신이 읽히는 기분에 당혹스럽다. 그녀가 뭘 제대로 알고서 그러는 게 아닌 줄 알면서도... 모쪼록 적당히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이 세상이 터무니없이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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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4 #두 번째 삶


신화적 존재가 평범한 인간이 되어 하루하루 죽어가는 것. 평범한 인간이었던 자가 불멸의 삶을 부여받고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것. 어느 쪽이 선물이고 어느 쪽이 형벌일까. 오랜 세월 동안 고통받은 야수라면 기꺼이 짧게 스러지는 삶을 바랄지 모른다.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사랑은 이어지고 저주는 풀리고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인생에서 두 번째 삶이 주어지는 것은 얼마나 드문 일인가. 야수가 되찾은 인간으로서의 삶은 별일 없이, 무탈하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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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벌써 절반이 지나가는데 아직 장미 구경을 하지 못했다. 대신 장미를 꺾는 상상을 해본다. 때로는 내가 장미인 것처럼 기다리는 마음이 된다. 내게 취향을 묻는다면 후자가 좀더 가깝지만 가끔은 아무렇잖게 손을 뻗고 싶어진다. '그에게(혹은 그녀에게) 따스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불시에 눈물을 보였다, 눈치 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헤어질 때 가볍게 팔을 끌어당겼다, 선물을 보냈다. 선물을 돌려보냈다.' 모두 같은 말이다. 단순한 밀당이든 진심이든, 누군가의 정원에 무시로 피어난 장미를 꺾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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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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