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지나치게 사실적인, 그래서 현실적인 연극 ‘벚꽃동산’

(05.04-07.01) 리얼리즘 희곡 최고의 걸작 '벚꽃동산'
글 입력 2018.05.16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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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벚꽃동산'

2018년 5월 4일 ~ 7월 1일

대학로 안똔체홉극장

평일 7시 30분 / 토일공휴일 4시 / 월 쉼




‘체홉을 말하다, 안똔체홉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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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똔체홉학회 로고 ⓒ공식 페이스북


체홉의, 체홉을 위한, 체홉에 의한 ‘안똔체홉학회’다. 제목에서부터 안똔체홉의 정신을 이어받은 단체임을 느낄 수 있는데, 이들은 안똔 체홉 4대 장막, 안똔 체홉 숨겨진 4대 장막, 체홉 단편 워크샵 (초급, 일반인), 체홉 장편 워크샵 (전공자, 기성배우), 체홉 세미나 (학술) 등을 선보이면서 지속적으로 동시대와 체홉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대학로에 안똔 체홉 전용 극장을 마련해서 거대한 장막구성과 묵직한 메시지를 머금고 있는 체홉의 작품을 꾸준히 상영하고 있기도 하다.
   
체홉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비롯된 이들의 발걸음에는 오늘에 던지는 체홉의 목소리가 고스라이 담겨 있다. 오는 봄부터 초여름의 문턱까지 이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리얼리즘 희곡의 걸작인 <벚꽃동산>이 되겠다. 어느 귀족의 아름다운 몰락을, 세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속에서 화려하고 사실적이게 마주할 수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어느 귀족의 아름다운 몰락’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다. 제 아무리 화려한 꽃이 핀다 한들, 열흘이 채 못 간다는 말을 뜻한다. 보기 좋은 것은 아름답고, 아름답기에 그 순간은 짧다. 봄날의 벚꽃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산천으로 꽃 나들이를 떠나는 이유도 이와 같을 것이다. 만개한 순간은 짧기에,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다.
 
피고 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순리다. 하지만 존재가 인간인지라 자꾸만 붙잡고 싶고 달콤한 단잠 속에서 영원히 헤엄치고만 싶다.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 안똔 체홉은 단순하지만 단순하기에 어리석은 인간의 단상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파헤쳤다. <벚꽃 동산>을 통해 체홉은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줬고, 인간의 유한한 소유와 무한한 어리석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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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동산' 공연 이미지 ⓒ애플씨어터


라넵스까야 부인의 귀향으로 극은 시작되며, 4막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저마다의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인물들로,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관극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극을 표면적으로 보면 부인의 귀향, 이를 반겨주는 가족과 하인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서서히 몰락해가는 귀족의 모습과 이해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다. 인간은 모두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며 종종 타인과 세계가 충돌하는 경우에 계산적인 사고를 통해서 최소한의 피해를 보려 한다. 애써 외면하려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라넵스까야 부인 소유의 ‘체리 농원’이 팔리면서 그녀의 가문은 서서히 몰락에 접어든다. 재산이라는 것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있어지는 것인데 <벚꽃 동산>에서는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부의 단꿈에 빠졌다가 깨어나는 부인의 모습을 그려낸다. 특히 무도회 장면에서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과 벚꽃 동산이 팔렸다는 소식을 들은 라넵스까야 부인의 표정이 교차하는 장면을 보면서, 인생이란 덧없고 덧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시대는 변화하고 그 변화의 흐름에 서 있지 못한 부인은 서서히 몰락하고 만다. 가문의 상징도 잃고, 자신이 지닌 부도 잃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 부인의 모습을 통해서 어딘지 모르게 허무함이 들었다. 작품과 연출에 대한 허무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허무함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부를 쫓아 살아가는 삶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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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동산' 공연 이미지 ⓒ애플씨어터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무한한 욕심은 작품 속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묘사된다. 라넵스까야와 로빠힌을 통해서 무한한 욕심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에 이르게 하거나 성공에 이르게 하는지 두 인물의 상황 역전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나아가 여러 인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난잡하다거나 따라가기 버겁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그것은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이 지극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이기에, 인물의 마음속에 있는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백번 이해되기에 부담 없이 관극할 수 있었다.
 
세 시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에서 체홉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다. 그저 ‘안분지족(安分知足)’이라는 비움과 채움 속에서 만족을 느끼는 중용의 태도를 유지하라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그의 작품을 통해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까닭은,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체홉 시대보다 더 많은 자본이 우리의 삶 속에 있다. 많은 것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에 비우는 방법을 잊게 되고, 자꾸만 채우려는 욕심이 똘똘 뭉친 채 치열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분명 명심해야 할 것은 자연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은 어느 날을 피어나더라도 또 다른 어느 날에는 지기 마련이라 점이다. 기억하라. 떨어진 벚꽃은 그 자체로 소멸이 아닌, 새로운 탄생의 가능성을 머금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비워야 할 때를 알고 분수에 맞게 살아가는 것, 오늘날 우리가 <벚꽃 동산>을 보아야 할 이유이자 목적이다.

    

‘체홉의, 체홉을 위한’ 안똔 체홉 극장


극단 애플씨어터와 한국안똔체홉학회가 선보이는 <벚꽃 동산>은 대학로에 위치한 안똔 체홉 전용 극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대학로에는 수 많은 극장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특정 극작가의 이름을 딴 극장은 드물다. 게다가 우리시대의 연극인도 아닌 세계적인 극작가 체홉의 메시지를 전하는 극장은 ‘안똔체홉극장’만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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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집과 텀블러를 판매, 체홉 관련 도서 열람 가능 ⓒ이다선


공간이 주는 힘은 공간 위에서 피어나는 문화의 힘을 보다 강력하게 하는데 일조한다. 체홉 극장에 들어서면 이제껏 선보인 작품의 작품집, 대본집이 있고 벽면 곳곳에는 체홉의 사진이 걸려있다. 누가 봐도 체홉을 위한 극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안똔 체홉 극장’은 휴머니즘으로 가득한 극장이다. 세 시간이 넘는 <벚꽃 동산>을 보면서 극장에 오래 머물 수밖에 없었는데, 진정으로 관객을 향하는 극장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 전 대기시간과 공연 중 인터미션 시간에 자유로이 먹을 수 있도록 간단한 다과(커피, 초콜릿)가 준비되어 있었다. 어디 그 뿐 만이겠는가. 소극장하면 으레 떠오르는 불편한 좌석은 멀티플렉스에서 만날 수 있는 의자와 동일한 제품으로 구비되어 있어 불편함 없이 관극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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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러닝타임을 대비하여 간단한 요깃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이다선


분명 사소한 부분이지만 소극장까지 발걸음을 한 관객들을 위한 극장 측의 소소한 배려와 이해가 담겨 있는 지점이었다. 단순히 극작가의 작품을 해석하여 극을 올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끊임없이 관객 앞에 서며 오늘날 체홉의 메시지를 전하고, 찾아오는 이들을 향하는 따스한 마음을 머금고 있다. 사람을 향하는 휴머니즘으로 가득 채워진 ‘안똔 체홉 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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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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