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극단 산울림 < 고도를 기다리며 >

글 입력 2018.05.17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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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알 수 없는 내일을,미래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 나름의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기꺼이 기다림에 임한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난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게 우리 삶의 가까이에 있는 ‘기다림’이라는 보편적인 개념을 주제로 한다.

  작은 무대 위에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연약해 보이는 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대부분 짧은 호흡으로 주고받는 고고와 디디의 의미 없는 대사가 반복되고 거기에 탐욕으로 무장한 포조와 그에게 절대 복종하는 무기력한 하인이 나타난다. 이윽고 한 소년이 오늘도 고도는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하고 1막이 끝난다. 2막은 다음날이다. 마찬가지로 고고와 디디는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고, 포조와 하인이 다시 등장하지만 하루 사이에 포조는 장님이, 하인은 벙어리가 되어 나타난다는 점이 1막과 다르다.

  공연이 끝나고 앞줄에 앉아있던 관객들이 당황해하며 너무 난해하다고 말하는 대화가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익숙하게 듣고 보는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은 기승전결의 구조로 흘러가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을 완전히 깨버리고, 목적과 방향성을 잃어버린 채 마구 흩뿌려진 듯 흘러간다.


“그만 가자“
“안 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아참 그렇지”


  마치 후렴구라도 되는 듯이 위의 대화는 극이 진행되는 내내 반복된다. 이 공연은 2부로 나누어져 총 이틀이라는 시간이 흐르지만 3부, 4가 있어 다음날, 또 그 다음날이 된다하더라도 그 막연한 기다림은 반복되고 순환될 거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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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시간동안 고고와 디디의 다소 모자라 보이는 행동과 말투 때문에 그들의 기다림을 지켜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희극이었다. 공연을 보고 나와 걸으며 공연의 여운을 머금고 곰곰이 생각하자니 그 둘의 모습이 문득 비극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이 극이 희비극으로 분류되나 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연극은 가까이서 보면 희극, 멀리서 보면 비극인 것 같다.

  우리는 희망을 기다리고 목적을 바라보며 살아가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희망이 막상 현실로 다가오게 되면 오히려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허무감을 느끼기도 한다. 만약 정말로 고고와 디디 앞에 고도가 나타난다면 그들은 정말로 행복해질까? 어쩌면 기쁨만이 아니라 슬픔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연극이었다. 또다시 <고도를 기다리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기꺼이 그들의 기다림에 동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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