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웨딩드레스, 그 아름답고 황홀한 족쇄 -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글 입력 2018.05.1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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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도 아니고 ‘웨딩드레스’에 대해서 고찰하는 전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무척이나 흥미가 돋았다. 결혼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웨딩드레스 그 자체에 대해서 고찰을 해 볼 생각을 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약간 악취미일수도 있겠는데, 나는 프리뷰에서는 해당 문화예술에 대한 나만의 고찰과 기대 등을 풀어놓고 다녀와서의 나의 감상과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번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전시에 대한 프리뷰로는 ‘웨딩드레스’에 대한 나의 생각을 늘어놔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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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그 환상

결혼식은 흔히 ‘신부의 날’로 회자되곤 한다. 결혼식은 신부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날임과 동시에 신부에게 가장 슬픈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환상과 슬픔 모든 것의 중심에 ‘웨딩드레스’가 있다.

우선 환상이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즉 ‘스드메’라고 불리는 과정은 신부를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며. 화려한 결혼식 그 자체가 모든 신부들의 로망이라 치부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로망의 중심엔 웨딩드레스가 있다. 스튜디오와 메이크업은 ‘웨딩드레스’를 위한 부속들에 지나지 않는다. 웨딩드레스에 대한 로망은 단순히 평범한 여성에겐 입어볼 기회가 거의 없는 ‘드레스’기 때문만은 아니다. 드레스를 밥 먹듯이 입던 디즈니 만화영화 속 공주들에게도 웨딩드레스만큼은 보다 특별하게 묘사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는 디즈니 공주의 얼굴 위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나레이션이 겹쳐지는 것처럼 웨딩드레스는 무언가 보다 환상적인 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웨딩드레스 자체가 결혼에 대한 신부의 환상과 로망의 집합체로 여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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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그 슬픔

두 번째론 슬픔이다. 결혼식은 또한 ‘신부의 슬픔’이 되곤 하는데 이 중심에도 웨딩드레스가 있다. 이는 미디어 속에서 결혼식을 다루는 방식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미디어 속 결혼의 가장 큰 클리셰는 ‘웨딩드레스를 처음 입어본 모습을 보고 감탄하는 신랑’과 ‘아버지와 신부입장 연습하기’, 그리고 ‘결혼식날 딸의 웨딩드레스를 걱정하는 부모’다. 드라마 속 모든 신랑은 신부의 웨딩드레스를 보고 눈물이라도 흘릴 듯 감탄한다. 그리고 말한다. ‘나한테 와줘서 고마워.’

신부의 부모는 딸의 결혼을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론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신부 입장을 연습하는 아버지와 딸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고인다. ‘가서도 잘해야 해. 시부모 말 잘 듣고.’ 결혼식 당일에는 그 많은 부모들은 혹여라도 천방지축인 자기 딸이 웨딩드레스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넘어지지 않고 결혼식을 잘 해내면 말한다. ‘우리 딸이 언제 저렇게 컸나 싶고, 그 사고뭉치가 저렇게 실수 없이 뒤도 안돌아보고 우리를 떠나는 걸 보면 대견했다 씁쓸했다 그래요.’

신랑은 신부에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신부의 부모는 ‘딸의 떠나감’을 대견스러워하는 동시에 슬퍼한다. 즉 결혼은 여성이 부모를 떠나 남성에게, 혹은 남성 가족에게 편입되는 것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것이다. 이쯤까지 오면 고민하게 된다. 과연 결혼식이 신부의 날인 이유가 신부가 주인공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가장 큰 희생을 치르기 때문일까. 웨딩드레스를 입은 대가로 신부는 자신의 가족에서 남성의 가족에게 편입돼야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지만 자식의 이름은 무조건 아버지를 따르는 등 실질적인 편입이라 봐도 무방하다) 더러는 자신의 삶에서 남편의 삶으로 편입되기를 강요받기도 한다. 웨딩드레스라는 이름의 화려함과 환상이, 그 뒤에서 신부를 옥죄는 족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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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웨딩드레스

이처럼 ‘웨딩드레스’는 수많은 함의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아름답다는 수식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은 그 수많은 것들.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 때문에 잊고 있던 것들.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전은 이에 대한 고찰의 결과물이다. 전시는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part1은 12명의 신부이야기로, 여러 대중매체에서 차용된 가상의 신부들이 각자의 결혼에 대한 낭만과 이야기함과 동시에 그녀들이 겪었던 상처와 억압, 그리고 자유에의 갈망을 고백한다. 이를 통해서 결혼, 나아가 웨딩드레스가 가지고 있는 함의에 대해서 고찰해보는 것이다.

part2는 한국 최초 남성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의 컬렉션을 선보인다. 한없이 아름답기만한 이 웨딩드레스들은, 왜 웨딩드레스가 '로망'이라 불리는지 혹은 누군가에게는 '꿈'이 될 수 있는지를 그 어떤 것보다 잘 설명해줄 것이다.

비혼을 꿈꾸면서도 웨딩드레스는 한번쯤 입어보고싶다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는 내가, 이번 전시를 보고 와서 어떤 생각을 갖게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전시의 제목처럼 'Dear My', 즉 '나의' 웨딩드레스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래는 상세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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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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