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운명을 믿나요? [사람]

글 입력 2018.05.2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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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처음 날 때
인연인 사람들은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온다 했죠
당신이 어디 있든
내가 찾을 수 있게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왔다 했죠

홍연 - 안예은


운명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적인 힘에 의해서 이미 정해져있는 처지라는 뜻이다. 살아가다보면, 의도치 않은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뜻밖의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의도하지 않은 만남으로 이어지는 인연을 운명이라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타투를 새길 정도로 좋아하는 전설이 있다. 일본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전설인데, 운명적인 만남을 하는 여자와 남자는 태어날때부터 서로의 새끼손가락에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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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와산 전설'

붉은 실의 전설을 따라가보면, 일본의 역사책인 고사기(古事記)의 미와산(三輪山) 전설을 만날 수 있다. 일본 야요이 시대에는 이쿠타마요리히메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살고 있었는데, 이 여인은 매일 밤마다 만나는 남자가 있었다. 이쿠타마요리히메는 그 남자와 부부의 연을 맺기로 했고,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부모가 놀라 딸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딸은 '밤마다 찾아오는 그 남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혼인을 약속했고 그 남자는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면 어디론가 사라진다'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부모는 걱정이 되어서 오늘 밤, 그 남자가 오면 침실 옆에 적토를 두고, 삼실을 끼운 바늘을 옷에 꽂아놓으라고 하였다.

이쿠타마요리히메는 부모의 말에 따랐고, 새벽에 길게 늘어진 그 실을 쫒아가보니 미와산에 있는 신사가 나왔고 그 남자는 사람이 아닌 뱀신 오오모노누시(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신, 나라를 지키는 수호신이자 재앙의 신)인 것을 알게되었다고 한다. 부정한 상대를 막는 힘이 있다고 전해지는 적토가 묻은 실을 보고 사람들은 붉은 실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그 실은 소중한 사람에게 이끌어준다고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미와산의 전설에 의해 붉은 실의 이야기가 퍼지면서 결혼의 인연을 의미한다고 하여 서로의 새끼손가락에 붉은 실을 묶는 것이 운명의 만남을 상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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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붉은 밧줄 전설'

중국에도 일본과 같이 운명의 붉은 밧줄에 대한 전설이 있다. 이복언(李復言)이 쓴 고사의 ‘속현괴록’에 발목을 잇는 붉은 밧줄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있다. 당나라 시절, 위고라는 젊은 남자가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 묵을 곳을 찾는 중에 한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노인은 달빛 아래에 커다란 망태를 놓고 책을 읽고있었는데, 그 망태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했던 위고는 망태 안을 들여다보았고, 거기에는 붉은 밧줄이 들어있었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이 말하기를 '이 책은 세상의 혼사가 적힌 책인데 붉은 밧줄로 남녀의 발목을 묶으면 아무리 원수지간일지라도,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아무리 운명이 엇갈려도 두 사람이 반드시 결혼하게 된다네'라고 하였다.

위고는 자신의 아내가 어디있는지 물어보았고, 노인은 이 마을 채소가게 할머니가 키우고 있는 3살짜리 여자아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위고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하인을 시켜서 그 아이를 죽이라고 했다. 14년이 지난 후, 위고는 상주의 관리가 되었고 태수의 어린 딸과 결혼을 하게 된다. 혼삿날 밤, 위고는 부인에게 월하노인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부인은 본인이 태수의 양녀이며 본인이 채소가게의 그 아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결국 위고는 월하노인의 예언대로 그 아이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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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실, 2004

정원연 작가는 2004년 베를린에서 친구가 살던 집까지 1.5km를 붉은 실로 이었다. 길을 따라 자신의 소중한 인연이었던 친구의 집 앞에까지 빨간 실을 풀어가며 나아갔고, 친구가 2년 전 이사를 갔다는 사실을 확인한 채 다시 그 실을 감으면서 돌아왔다. 자동차나 전차가 지나가면서 그 실이 끊어지기도 했고, 엉키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전부 찾아서 하나의 뭉텅이로 다시 만들었고, 그 실을 손으로 떠서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앞 계단에 5m에 다다르는 실양탄자를 깔았다. 친구와의 인연을 빨간실로 표현한 퍼포먼스이자, 작품이다.

나는 운명을 믿는다. 지금까지 살다보면, 단순한 만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운명같은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만났다고 믿게 되는 사람들은 나의 인생에도 정말 많은 것들을 남겨주었던 것 같다. 중국의 격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시간과 공간, 상황을 초월해 서로 만나도록 운명 지어진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실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그 실을 늘어나기도 하고 엉키기도 하지만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인연들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신비로운 인연은 배우자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그 한사람과 같은 집에 살며 남은 평생을 보낸다는 것은 단순히 사랑과 인연 정도의 연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운명'이라고 생각을 한다.

물론,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도 본인의 몫이고,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보내버리는 것도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운명과도 같은 인연을 옆에 두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운명의 짝이 좋은 사람이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항상 주변을 둘러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고 좋은 인연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전설은 항상 삶의 지혜에 기반을 두는 선조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구전이 되어서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의 메세지를 담고 있으며 그것이 후세에게 전하기에 적합한 이야기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들에서 본인은 운명은 존재하는 것일거라고 믿어의심치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당신은 운명을 믿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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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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