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꽁의 소견] 세상엔 꼭 스쳐가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_ '봄날은 간다'.

2018. 04.15 봄날의 끝에서
글 입력 2018.05.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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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2018. 04. 15 봄날의 끝에서 - 


세상에는 꼭 스쳐가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주변에 조금 오래 머물러주었으면, 혹은 조금 더 오래 붙잡고 있고 싶지만 꼭 놓아주어야만 하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붙잡고 있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예를 들자면, 안될 인연, 보금자리, 그리고 봄날과 같은 것들이다.
 
그런 영화가 있었다. 제목대로 봄날은 기꺼이 보내드리는 영화가 있었다. 유지태와 이영애 주연의, <봄날은 간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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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는 시간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라면 먹고 갈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등의 주옥같은 명대사를 만나느라, 우리는 영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영화가 남겨놓은 우리 주변의 것들을 만나느라 더 놀라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가 남겨놓은 것이 이리도 많은 것은, 또 명작의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은, 비단 그 명대사로 인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의 처음에 시작되었던 주인공들의 사랑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제대로 끝나게 되어서. 꽤 아프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어서. 꽤 우리에게 공감이 가는 모든 것이었어서 그런 것이다. 제대로 보내주었고, 그래서 더 성장했으니까.
 
영화의 내내, 유지태의 곁에선 무언가가 계속 떠나갔다. 사랑도, 소중했던 사람도, 마지막으로 벚꽃이 활짝 핀 봄날도 떠나갔다. 지금, 이렇게 벚꽃이 지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꽤 기쁘다. 그들처럼, 우리도 벚꽃을 그리고 이 설레는 봄날을 보내게 될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우리는 인생에서 꼭 놓아주고 보내주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그 놓아주어야 할 것들에 관해 말한다.
 

떠날때가 되었으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가자.
나는 죽기위해서, 당신들은 살기위해서.
어느 쪽이 나을지는 신만이 알 뿐이다.

- 소크라테스

 
그렇지만, 때론 우리가 신이 될 때도 있는 것이다. 각자의 길에서, 떠나는 쪽이 나을지 붙잡고 있는 쪽이 나을지에 관해, 무엇이 나은지 신이 아는 것만큼이나 확실하게 아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아마, 지금부터 이야기할 끝난 인연과, 보금자리, 혹은 봄날과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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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랑이다. 사랑은 꽤 많은 사람이 놓아주지 못하고, 놓을 생각을 못하는 대표적인 무언가다. ‘이 관계가 끝난 건 알겠는데, 놓지는 못하겠어’라는 말은, 친구들의 연애상담에서 혹은 자신의 연애문제에서 쉽게, 그리고 흔히 들어본 대사들이다. ‘클리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거의 모든 인연의 끝에서, 그 말은, 그러한 태도는 공기만큼 흔한 것이었다.
 
그만큼 사랑은 놓아버리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예전의 좋았던 기억 때문에,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미련스런 기대 때문에, 우리는 끝난 걸 알면서도 잡고 또 잡는다. 하지만 이 인연을 꼭 놓아주어야할 것은, 그 ‘주저함’이 ‘우유부단함’이 이 인연을 앞으로도, 또 끝나고도 나쁜 것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기 때문에. 또 무엇보다도, 더 나아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가 없는 것을 붙잡고 있는 것만큼 미련한 짓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은 변하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변덕스런 인간네 마음이 변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될 무언가일 리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긴 좀 마음이 아프지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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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는 참 좋다. 그 속에 몸을 뉘이면, 혹은 그 속에서 숨만 쉬고 있더라도 안정되고, 그저 살 수 있을 것 같이 포근한 것이다.
 
그 보금자리라는 것들엔, 가족 혹은 집, 혹은 익숙한 것들이 포함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부터 오래 봐오고, 그래서 날 편안히 그리고 안정시키는 것들이다.
 
이 안정된 것들은, 이 익숙한 것들은 우리를 나태하게 만든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그 자리에 발 묶여 가만히 서있어도 왠지 괜찮게 느껴지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그냥 같은 것을 반복, 혹은 그 자리에 서있는 것밖에 없는데, 그래도 괜찮다 괜찮다 하는 것이다.
 
익숙한 것과 편안한 것은 좋다. 그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드니까. 성숙하지 못하게, 그 속에 안주해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정신 좀 차리세요!”

 
상우의 할머니는 언제나 바람을 피고 집을 나갔던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과거의 아픔은 다른 시간의 것보다 쉽게 잊히고 미화되기 마련이니까. 또 나쁜 것이지만 익숙했으니까. 그런 할머니에게 상우는 소리친다. “이제 정신 좀 차리세요!” 그 것은 익숙하더라도, 결국엔 나쁜 것이기 때문이다. 나쁜 것을 가끔 품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그 속에 안주되고 도치되어 버리면 안되는 것이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익숙함에 속아, ‘판단력’을 잃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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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봄날을 맞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2018의 봄은, 봄인지 겨울인지 가을인지 여름인지를 모르겠는 변덕스런 무언가지만, 상징적으로 ‘봄날’이라는 게 있다. 그것은 꽤 설레고, 녹음이 우거지고, 또 따뜻하다.
 
봄은 꽤 행복한 계절이다. 삭막하던 주변이 푸릇이 변하고, 그 색감만 보아도 꽤 설레고 기분이 좋으며, 또 몸을 둘러싸던 옷가지를 탈피하는 일도 즐겁다. 그래서 봄날은, 그 겨울 뒤의 희망의 계절은 문학에서 종종 ‘행복했던 시간’으로 상징되곤 했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봄날이 있단다. 그게 언제든, 가장 행복하고 즐겁고 기쁜 시간들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잘 모르겠다. 인생의 봄날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가버렸는지, 혹은 아직 오지 않았는지.
 
아무튼, 그 좋은 날들이 지나면, 인간들은 그 ‘호시절’을 그리워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니까. 아름다웠던 시절이 과거로 되면, 그것은 더 아름다운 것으로 고쳐져 기억에 남곤 했다.
 
하지만 그 좋았던 기억에, 그 호시절에 머물러 존재하는 것은 꽤 어리석은 짓이다.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지나간 과거를 인정하고, 꽤 흐름에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우리가 줄곧 들어온 것은 그래서, ‘나때는 말이야’ ‘내가 젊었을땐 말이야’와 같은 머리가 아파지는 잔소리와 철지난 자랑들이었다.
 
과거를, 그 찬란했던 순간을 되새기고 회상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를 회상하고 되짚어 보며 그 영광을 다시 온몸으로 느끼더라도, 그 것이 지나간 것이며 지금은 그 때와 다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로 회귀하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시간은 지나고, 그 속에서 모든 것은 이전과 같지 않다. 과거의 봄날을, 그 행복했던 시절을, 되새기고 그리워하더라도 그 속에서 살려고 하거나, 그로 인한 우울을 느끼지는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가 우리에게 전해준 것도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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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가 걸작인 것은 이 모든 것을, 그저 흘러가게 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상우도 몇 번 그녀를 다시 찾아가, 라면을 끓여달라며 구질구질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는 용케도 보냈고 아마도 그래서 성숙했을 것이다.
 
이 많은 것들을 보내버리면 어떡하라고? 싶을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보내야 할 리스트’의 것들이 모두 크디 큰 것이고, 보내버리면 아주 슬플 것들임을 필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꼭 인지해야 할 것은, 결국 ‘봄날은 다시 온다’라는 것이다. 이번 봄날이 가면, 다음 봄날이 온다. 사랑도, 보금자리도, 혹은 다시 싱그러운 벚꽃이 필 봄날도.
 
필자는 그래서, 끈덕지게 무언가를 잡아두기보다는 그것을 기꺼이 보내드리겠다. 진달래꽃을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미련지게 담아두지 않겠다. 보다 나을 다음의 ‘봄날’을 위해. 봄날이 언제 올는지, 이번 봄날의 끝에서 그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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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04. 15 봄날의 끝에서 -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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