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게를 덜고 분위기를 담다 : 감성 전시 [문화전반]

글 입력 2018.05.1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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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구역 사진촬영 허용,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대표적인 두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그에 맞춰 전시는 편안함과 감성을 동시에 확보하도록 디자인된다. 감각적인 포스터와 홍보 문구부터가 눈길을 끈다. 실제 전시 또한 기성 전시의 경직성과 격식을 많이 덜어내고 색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맞는다. 작품들은 수직의 벽에 일렬로 걸리기보다는 사방에 자유로이 배치되고, 벽면 또한 다양한 색감과 재질로 제작된다. 그에 맞춘 조명과 배경음악은 전시의 여유로움을 한층 부각시키고, 작품이 아닌 소품들도 함께 놓여 전시의 분위기를 돋운다. 벽과 바닥에는 작품 설명 대신 소설이나 시의 한 구절이 적혀있고, 가끔씩 캘리그래피로 적힌 글귀도 등장해 감성을 자극한다. 바로 요즘 뜨는 ‘감성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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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 >中
 

감성 전시의 전형은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 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 > 전이다. 전시는 종이라는 재료를 활용한 예술을 보여준다. 이 전시가 한 장 종이처럼 가벼웠던 이유는 종이예술이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여서도 아니고 초등학생 때 하던 종이접기를 연상시켜서도 아니다. 물론 종이예술인지라 회화에 비해서 가볍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었다. 기하학적 패턴의 무한 반복, 동일한 형체로 가득 채워진 설치미술, 예술보다는 기술에 가까운 작품들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작품이 아닌 전시 방식에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사진 촬영일 것이다.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사방에서 셔터 소리가 들리고, 대놓고 포토존처럼 꾸며놓은 섹션 앞에는 SNS용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소음공해에 통행방해, 도저히 전시에 집중할 수가 없다. 게다가 도중에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글귀의 향연은 조금 뜬금없다. 대중의 공감을 확보하려는 시도 같았는데, 종이예술과 사랑을 굳이 엮고 싶지 않은 나에게는 그 글귀가 마음을 흔드는 것조차 전시에 대한 방해였다.

물론 감성 전시 혹은 가벼운 전시를 단지 가볍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 취지를 잘 실현하는 전시들도 많기 때문이다. 작년 상반기에 디뮤지엄에서 열린 〈 YOUTH - 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 전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전시이면서도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사진과 영상뿐만 아니라 스케이트보드나 네온사인, 심지어 작품이 걸려있는 나무이젤과 철조망까지 모두가 어우러져 작품이 되었다. 작품과 비-작품의 경계가 모호했고, 바로 그 점으로 인해 청춘의 자유와 반항이라는 메시지가 뚜렷하게 와 닿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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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 YOUTH - 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中
 

한편 최근 디뮤지엄에서 진행되고 있는 <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 전 역시 나름의 목적을 잘 살리고 있다. 초입부터 등장하는 거대한 솜 구름과 감성을 놓치지 않는 캘리그래피는 전시의 가벼움을 짐작하게 한다. 날씨와 일상을 다루는 전시인 만큼 편안함과 산뜻함을 추구한다. 사진이 주를 이루는 작품들은 대체로 일상 속에서 매일같이 겪는 ‘날씨’라는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취지의 작업인 듯 했다. 그러나 일상적이고 가볍다고 해서 진부한 것은 아니다. 톡톡 튀는 색감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작품들이 많았다. 표면적인 감성과 직관적인 느낌에 집중한 이 작품들은 굳이 깊이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관객의 부담을 덜어준다. 또한 전시보다는 체험예술에 가까운 일부 섹션들은 날씨가 ‘보는 대상’이 아닌 ‘겪는 대상’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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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中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전달하려는 바도 놓치지 않는 이 전시들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러한 전시들은 작품을 위해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를 위해 전시한다. 기성 전시의 경우 개별 작품들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다. 작품 하나 하나의 밀도가 높아 한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도 몇 분씩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가벼운 전시’들은 작품 각각을 조명하기보다는 작품들 간의 관계를 더 중시하고, 작품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더 치중한다. 그래서 한 작품씩 크게 전시하기보다는 여러 작은 작품들을 모아놓는 배치가 선호된다. 작품 외의 소품이나 글귀도 추가되고, 그 모든 요소들을 어떻게 엮어내는지에 따라 전시의 메시지와 전달력이 달라진다. 당연히 관객들의 이동속도는 빨라지고, 그렇게 관객의 기억에 남는 것은 개별 작품들 보다는 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이다. 전시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요, 종합예술인 것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전시가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평한다. SNS의 빠른 확산과 예술계의 시장화 추세가 결합된 결과라고, 깊이도 없는 예술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해서 돈벌이를 한다고 비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전시들이 시각예술을 넘어서 전시예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예술은 전시 속의 개별 작품들로는 절대 환원되지 않는 고유한 가치를 갖는다. 비록 그 가치가 너무나 일상적이고 얕은 감성이라고 해도, 그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때로는 강렬한 충격과 감동보다 은연중에 스며드는 감성이 필요한 법이니까. 물론, 그러한 전시의 감성과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기 위해서 사진촬영에는 보다 엄격한 통제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진출처
대림미술관, 디뮤지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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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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