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일디쉬 감비노 - This Is America, 미국을 고발하다 [음악]

일주일 만에 유튜브 1억 뷰, Childish Gambino가 말하는 '이게 미국이야'
글 입력 2018.05.18 01: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내용 프린트
  • 글 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Opinion]
Childish Gambino - This Is America
미국을 고발하다


일주일 만에 유튜브 1억 뷰
Childish Gambino가 말하는 '이게 미국이야'


this is america.jpg
 

벌써 2018년 최고의 뮤직비디오가 나왔다는 평이다. Childish Gambino가 지난 5월 5일 발표한 'This Is America'에 관한 내용이다. 발매 직후 미국 전역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조금 늦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SNS를 통해 퍼지는 중이다. 현재 한국의 음악시장에서 미국 팝 음악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저히 적음을 생각해볼 때 국내에서도 꽤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처음 뮤직비디오의 장면을 SNS에서 보았을 때는 '왠 흑인 남자가 웃통을 벗고 꿀렁이는 춤을 춘다'고 생각했다. 무례하고 무식한 생각이었지만 처음 보았을 때는 그랬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뮤직비디오를 재생하기 시작한, 혹은 스틸컷을 본 당신 또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이 뮤직비디오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는 혼란과 혼돈으로 가득 차있다. 배경에서는 강도, 살인, 폭행 등 폭력이 일삼아지고 사람들은 소리지르며 도망을 다니지만 화면의 초점, 중심이 되는 차일디쉬 감비노와 학생 옷을 입은 흑인 댄서들은 최신 유행의 춤을 춘다. 그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춤을 추지만 뒤에서는 흰 말을 탄 사람이 지나가고, 오래된 차들은 텅 빈 채로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보다 세세한 설명은 스브스뉴스의 영상으로 대체한다.






총기와 흑인 인권


차일디쉬감비노-총.jpg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올 이슈는 두 가지다. 총기와 흑인 인권 문제다. 미국은 개인 총기 사유화가 합법화된 국가다. 물론 누구나 총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나름의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하지만 여전히 총기 소유는 꾸준히 인명 사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나 학교나 교회에서 벌어지는 총기 난사 사건은 매번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오고, 총기 소유 반대 여론을 일으키지만 총기 사업의 막강한 로비 등으로 인해 번번히 막히고 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월 플로리다 파크랜드 지역 고등학교의 총기난사 사건 이후 보다 강력한 제제를 시행할 것이라 말했지만 여전히 정해진 것은 없으며, 오히려 '교사 무장'등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Black Lives Matter"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 자원 경비를 맡았던 백인 남성이 편의점에 다녀오는 흑인 청소년을 총으로 살해한 일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꾸준히 흑인에 대한 부당한 총기 발사 및 인권 탄압 사건들은 뉴스에 오르내렸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lackLivesMatter 이라는 해시태그에 대항해서는 전혀 맥을 짚지 못한 #AllLivesMatter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기도 했다.


jim crow.jpg
△ 짐 크로우(Jim Crow) 법안 원안 그림


차일디쉬 감비노는 흑인 인권 탄압에 대한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한다. 뮤직비디오 1분 여가 흐른 뒤, 엉덩이를 쭉 뺀 채로 한 다리를 굽히고 총을 쏘는 자세는 짐 크로우 법안을 의미한다. 공공장소에서 백인과 흑인의 차별과 분리를 법제화했던 바로 그 법안이다. 여기서 짐 크로우는 매번 백인 배우가 검댕칠을 하고 바보를 연기했기 때문에 흑인을 경멸하는 의미로 사용되어왔다. 흑인의 노예제는 자발적인 것이었다는 주장으로 남북전쟁의 결과를 무효화하려던 시도이기도 했다.


shooting dance.jpg
 

현재 해당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댓글창에는 사람들이 각자 찾아낸 은유와 함축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흑인들의 생명은 그것이 '흥미로울 때만(interesting, entertaining)'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장의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는 차일디쉬 감비노와 댄서들을 주목시키는 춤동작이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의 주요 문화 중 하나인 힙합 문화는 흑인 문화에서 유래되었고,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춤 동작(슛을 하는 듯해서 Shooting dance)또한 흑인 소년 유튜버 'BlocBoy JB'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대단한 화제가 되어 유명 래퍼 Drake가 따라하는 등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또한 댄서들은 흥겨운 몸짓과 표정을 잃지 않는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즉 흑인 미국인들이 겪는 아픔이나 고통보다 미디어가 주목하는 것,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즐거운', '기분 좋은' 문화라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저마다의 해석으로 차일디쉬 감비노의 뮤직비디오를 재생산하고 있다.

*

한 곡의 음악과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사회에 끼치고 있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뮤직비디오에 숨겨진 수많은 암시와 은유는 지금까지도 계속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날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또 타인의 해석에 공감하고 있다.





차일디쉬 감비노가 보는 미국 사회는 혼란과 혼돈 속에서 차별, 폭력이 일삼아지는 곳이다. 이는 작년 발표된 P!nk의 'What About Us'를 떠오르게 한다. 답을 잃어버린 채 '우린 이제 어떡하죠' 울부짖는 P!nk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았다. 메세지를 떠나 곡 자체가 좋기도 했지만, 더욱 와닿은 것은 노래의 메세지였다. 트럼프 당선 이후 혐오 감정이 만연해지고, 이민자 차별 정책, 멕시코 장벽 건설 등 포용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도 인종 혐오 범죄가 늘어나던 미국의 상황 속에서 발표된 곡이다. "사랑은, 믿음은, 우리는 어떡하죠" P!nk가 끊임없이 사회에 물음을 던지며 감정에 호소했다면 차일디쉬 감비노는 보다 직설적으로 '이게 미국이야'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차일디쉬 감비노는 'This is America'를 미국 SNL에서 라이브로 선보였다. 처음 노래를 시작한 감비노는 흑인 댄서와 분리되어 대단히 정적인 분위기로 공연을 주도한다. 후에는 댄서들과 합류하여 춤을 추고, 열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지만 초반부 그의 퍼포먼스는 뮤직비디오와 다른 정적인 분위기때문에 후반부의 폭발적인 퍼포먼스보다 오히려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어떠한 표정의 변화 혹은 몸짓의 변화도 없이 '이게 미국이야. 내가 살고 겪어나가고 있는 미국은 지금 이래.'라고 잔인하게 노래하는 듯 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인종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영화 [겟 아웃]의 주연 배우가 차일디쉬 감비노의 무대를 소개한 것 또한 눈여겨 볼만 하다.


last scene.jpg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은 어두운 곳에서 차일디쉬 감비노가 뛰쳐나오는 장면을 타이트한 클로즈업으로 잡아 얼굴 표정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번득이는 흰 눈과 얇게 들리는 불안정한 높은 음, 겁먹은 표정은 그 전까지 감비노가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얼굴과는 전혀 다르다. 그전까지는 꽤 냉정한 태도로 미국의 실태를 고발했다면,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 자신 또한 흑인으로서 그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일견으로는 유머러스하게 보일 정도로 냉정하던 사람이 공포에 질려 달려가는 표정으로 끝나는 뮤직비디오는 사람들에게 끝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여전히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카오스의 미국 사회에서 그의 음악은 어떤 정치적 변화를, 어떤 여론의 움직임을 가져오게 될까.



김나연_서명_최신.jpg
 



[김나연 에디터]
<저작권자ⓒ아트인사이트 & 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E-Mail : artinsight@naver.com    |    등록번호 : 경기 자 60044
Copyright ⓒ 2013-2018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